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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을수록 빛나는 옛 건물의 재발견, 인천 개항장 아날로그 산책

    • 지역 : 인천 중구
    • 조회 : 4339
    • 최종수정일 : 2017.02.08

    복닥거리는 차이나타운 옆,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은 개항 후 1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에 비해 한가로운 거리 곳곳에 흑백 사진을 닮은 공간이 숨은 듯 자리한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건물을 재활용해 감각적인 카페나 갤러리로 거듭난 공간 세 곳을 찾았다. 선선한 초가을 바람과 함께 색 바랜 시간 속을 거닐어보자.

    오래된 얼음 창고의 변신, 카페 빙고 오래된 얼음 창고의 변신, 카페 빙고

    낡음과 재생의 미학, 아카이브카페 빙고

    차이나타운과 수인선 신포역 사이, 인천중구청 주변에는 개항 당시의 건물에 들어선 박물관과 문화 공간이 수두룩하다. 아카이브카페 빙고는 그 중심에서 비켜선 곳, 신포동 국민은행 맞은편 골목에 보물창고처럼 숨어 있다. 이 일대는 한때 인천항에서 들어온 외국인 선원들이 즐겨 찾던 술집 거리였다. 이후 쇠락한 골목 어귀에 자리한 벽돌 건물 한 채가 카페로 문을 열며 생기를 되찾았다. 낡은 담벼락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까지 뚫린 복층 공간이 아늑하게 맞아준다.
    14평 규모의 건물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마포나루터에서 싣고 온 얼음을 보관하던 창고였다. '빙고(氷庫)'라는 이름은 여기서 따왔다. 이후 책 창고와 주류 창고를 거쳐 10년 넘게 방치되다가, 일본에서 재생 건축가로 활동하던 이의중 씨의 눈에 띄어 카페로 탄생했다. 냉기를 유지하던 두터운 돌담과 나무 기둥이 드러난 천장, 쇠가 덧대어진 출입구를 원형에 가깝게 남기고 최소한으로 손을 댔다. 오래된 건축물의 가치를 살려두고 후대에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게 해주는 게 진정한 재생이라는 이 대표의 뜻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굳이 '아카이브카페'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도 그런 이유다.

    낡은 담벼락 너머 감각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돌담과 나무 기둥을 그대로 살린 빙고 내부 [왼쪽/오른쪽]낡은 담벼락 너머 감각적인 공간이 펼쳐진다. / 돌담과 나무 기둥을 그대로 살린 빙고 내부

    최소한으로 고친 공간답게 내부는 단출하다. 1층은 커다란 원목 테이블 하나가 전부.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 작은 테이블이 옹기종기 놓인 다락방이다. 천장부터 뻗어 내려온 백열전구와 감각적으로 꾸민 담벼락, 한 테이블에 빙 둘러앉아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 풍경이 여유롭게 내려다보인다.
    카페 운영은 이 대표의 부인 이규희 씨가 맡고 있다. 일본에서 제과 일을 하던 손맛으로 직접 반죽해서 굽는 유기농 당근케이크가 공간의 멋을 거든다. 달콤한 연유가 듬뿍 깔린 스페인식 커피 카페봉봉과 레몬파운드케이크 또한 빙고의 대표 메뉴다. 저녁이면 탱고, 보사노바 등 연주 소리가 발길을 끌기도 한다. 음료나 맥주 값이 포함된 티켓을 구매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공연 소식은 페이스북에 공지한다.

    아늑한 복층 다락방 아늑한 복층 다락방 인천 지도와 리플릿을 비치해둔 서랍장. 주워온 약재 서랍장을 손수 고쳤다. 주인장의 손맛이 일품인 당근케이크와 카페봉봉 [왼쪽/오른쪽]인천 지도와 리플릿을 비치해둔 서랍장. 주워온 약재 서랍장을 손수 고쳤다. / 주인장의 손맛이 일품인 당근케이크와 카페봉봉

    100년 된 목조 가옥의 재탄생, 카페 팟알

    카페 빙고에서 인천중구청 방면으로 가다 보면 일본식 목조 가옥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수탈의 상처가 남은 아픈 흔적이지만, 차이나타운과 일본식 건물이 뚜렷하게 나뉜 풍경이 이채롭다. 오래된 교회와 카페, 박물관이 오밀조밀 모인 거리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팻말이 걸린 건물이 눈에 띈다. 100년 넘은 3층 목조 주택에 들어선 카페 팟알이다. 주말이면 단팥죽과 팥빙수를 찾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인천에서 시민문화운동을 해온 백영임 씨가 이 자리에 카페를 연 것은 무엇보다 건축의 가치 때문이다. 이 건물은 일제 때 한국인 노동자 100여 명이 지내던 하역회사 사무실 겸 숙소였다. 해방 후 한약방, 농협, 신문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1880년대 말~1890년대 초 사이에 지어진 건물임이 드러나면서, 백 사장은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부터 살폈다. 기록으로 전하는 한, 3층으로 된 일본식 점포 겸용 주택이 원형으로 남아 있는 사례가 없었다고. 내부 구조를 최대한 살려 오랜 시간 복원 작업에 매달렸다.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남아 있는 걸 잘 지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인천의 근대 건축물들이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죠. 복원하더라도 역사를 박제한 공간보다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카페가 되길 바랐어요."
    팟알은 2012년 문을 연 이듬해, 건축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567호로 지정되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페 팟알 개항장 거리가 마주 보이는 창가 자리 [왼쪽/오른쪽]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페 팟알 / 개항장 거리가 마주 보이는 창가 자리 바깥 정원으로 연결된 팟알의 명당 바깥 정원으로 연결된 팟알의 명당

    카페 내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옛 모습 그대로 노출된 나무 천장과 뒤뜰의 소담한 정원, 어머니가 쓰던 재봉틀을 활용한 테이블, 1918년에 제작한 전화기 등 손때 묻은 소품이 멋스럽게 어울렸다. 카페 입구에 개항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엽서와 책자 등을 전시해놓았는데 판매도 한다. 2~3층에는 예약제로 운영하는 다다미방이 마련되어 있다.
    팟알의 대표 메뉴는 국내산 팥으로 만든 단팥죽과 팥빙수, 꿀을 듬뿍 넣고 직접 구운 나가사키 카스테라다. 옛날 이곳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5전 주고 사먹던 단팥죽 맛을 기억하며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단팥죽과 함께 주말이면 하루 100그릇으로 한정해 파는 팥빙수, 1960~1970년대 결혼식 때 답례품이던 카스테라도 옛 맛을 추억하며 찾는 손님이 많다. 강화도 찹쌀과 국내산 팥으로 만든 찹쌀떡은 홍차와 함께 곁들이기 좋다.

    흑백 사진이 걸린 2층 다다미방 흑백 사진이 걸린 2층 다다미방 쫀득한 인절미와 계피 향이 어우러진 단팥죽은 사시사철 인기다. 찹쌀떡은 인천의 동네 빵집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에서 만든다. [왼쪽/오른쪽]쫀득한 인절미와 계피 향이 어우러진 단팥죽은 사시사철 인기다. / 찹쌀떡은 인천의 동네 빵집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에서 만든다.

    90년 묵은 나무 향이 피어오르는 집, 관동갤러리

    팟알에서 인천중구청을 끼고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면 관동갤러리로 이어진다. 개항 후 이 일대에는 영사관과 경찰서 등이 밀집해 있었다. 관청이 많이 모여 있어 관동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지역 이름을 따서 지은 관동갤러리는 한·중·일의 문화 교차점이라는 지역 특색을 살려 개성 있는 전시를 연다.
    자그마한 전시관 곳곳에는 90여 년이 지난 흔적이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 무심코 지나칠 법한 낡은 주택에 새 숨을 불어넣은 이는 30여 년 전 한국 유학길에 오른 도다 이쿠코 씨와 사진가 류은규 씨 부부다. 일본 조계지였던 관동에는 '마치야' 형식의 일본 도시 주택이 곳곳에 남아 있다. 관동갤러리도 그중 하나다. 건물 밖에서 보면 2층 건물 6채가 나란히 붙어 있는데, 건물 뒤편에 공동 마당을 둔 특이한 형태의 연립주택이다.
    "집은 사람보다 오래 살아요. 1920~1930년대부터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이 집을 거쳐 갔겠죠. 천장을 뜯어내고 숨은 공간을 발견할 때마다 오랜 시간과 함께 호흡하는 걸 느꼈어요.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던 즐거움이죠."

    관동갤러리의 현재 모습 공사 전 모습 관동갤러리의 현재 모습(좌)과 공사 전 모습(우)

    2층 전시관 위에 마련된 다락방은 재생 건축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천장 해체 작업을 하다 대들보가 옆집에서 옆집으로 죽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90년 가까이 숨어 있던 비밀 공간은 최소한의 보수를 거쳐 누구나 앉아 책을 볼 수 있는 다락 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한·중·일의 근대 역사서와 사진집, 미술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다. 구석구석 돌아볼수록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쓴 목조 건축의 매력과 옛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활용한 감각이 돋보인다. 낡고 흠이 있는 부분을 가리기보다 그대로 드러내고 살린 결과다.
    1층 소품숍 뒤편에는 화사한 공간이 숨어 있다. 낡은 주방을 개조한 응접실 겸 손님방이다. 페인트가 벗겨진 벽도, 낡은 수도관도, 100년 된 돌담을 향해 낸 창도 오랜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다. 1층 소품숍에는 일본, 중국, 짐바브웨 등 여러 지역의 빈티지한 물건이 가득하다. 관장 부부가 연변에서 직접 구해왔다는 100년 된 여행가방, 옛날 목각 인형 등 소품 하나하나까지 이 공간을 꼭 닮았다.

    건물의 나이를 짐작케 하는 2층 전시관과 다락방 전시관과 다락방 건물의 나이를 짐작케 하는 2층 전시관과 다락방 응접실과 손님방 공동 마당이었다가 해방 후 증축한 공간이다. 응접실과 손님방. 공동 마당이었다가 해방 후 증축한 공간이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아주는 소품숍 갤러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맞아주는 소품숍

    여행정보

    아카이브카페 빙고
    • 주소 : 인천 중구 개항로 7-1
    • 영업시간 : 12:00 ~ 21:00 / 목요일 휴무
    • 메뉴 : 카페봉봉, 당근케이크
    • 문의 : 032-772-3338
    팟알
    • 주소 : 인천 중구 신포로27번길 96-2
    • 영업시간 : 오전 11시~오후 10시 / 월요일 휴무
    • 메뉴 : 단팥죽·팥빙수, 나가사키 카스테라
    • 문의 : 032-777-8686
    관동갤러리
    • 주소 : 인천 중구 신포로31번길 38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 월~목 휴무
    • 문의 : 032-766-8660
    주변 음식점
    • 신승반점 : 유니짜장, 탕수육 /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31-3 / 032-762-9467
    • 산동주방 : 탄탄면, 산동찐만두 / 중구 차이나타운로 38 / 032-765-6566
    • 십리향 : 화덕만두 / 중구 차이나타운로 50-2 / 032-762-5888
    숙소

    글, 사진 : 강민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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