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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화순 여행

  • 지역 : 전라남도 화순군
  • 조회 : 1522
  • 최종수정일 : 2017.06.14

한 해의 중간.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할 때다. 자연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안고 한 도시를 찾았다. 신록 가득한 그곳에서 진짜 휴식을 만났다.

마음까지 초록으로 물드는 화순 연둔 숲정이 마음까지 초록으로 물드는 화순 연둔 숲정이

마음 물들이는 초록의 여운, 연둔 숲정이

이맘때 화순은 짙어진 녹음 아래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던 어린 날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할머니 무릎에 누워 느끼던 그 푸르고 맑은 바람은 어린 마음에도 감탄할 만큼 아주 시원하고 달았다.

숲정이가 있는 둔동마을로 들어가는 연둔교 동복천에 앉아 낚싯대를 늘어뜨린 풍경이 여유롭다 [왼쪽/오른쪽]숲정이가 있는 둔동마을로 들어가는 연둔교 / 동복천에 앉아 낚싯대를 늘어뜨린 풍경이 여유롭다

그리운 기억의 언저리와 맞닿아 있을 것 같은 길을 달려 둔동마을로 향했다. 연둔리 둔동마을은 숲정이가 그림같이 펼쳐지는 풍경으로 소문났다. 숲정이는 '마을 근처 숲'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1500년경 여름철 홍수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은 것이 시작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울창한 숲을 기대하고 조성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시간이 흐르고 흘러 아름다운 숲이 됐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숲정이를 보호하기 위해 조금씩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500년 넘는 세월을 자연과 사람이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셈이다.

사진설명 사진설명 숲정이에 들어서면 야들야들 연둣빛 이파리가 인사를 건넨다

숲정이는 마을 앞 동복천의 물길을 끼고 700m쯤 이어진다. 연둔교를 건너 숲길로 들어서면 느티나무를 앞세운 거목 200여 그루가 반긴다. 팽나무, 서어나무가 얽혀 만든 그늘이 아늑하다. 물 아래로 뻗은 왕버들은 마치 물속에 한 그루를 더 품은 듯 신비롭다.

둔동마을 숲정이에서는 누구나 훌륭한 산책자가 된다 둔동마을 숲정이에서는 누구나 훌륭한 산책자가 된다

둔동마을 숲정이는 그 아름다움에 비해 인적이 뜸하고 고요하다. 끝에서 끝까지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충분해 무겁지 않은 사색에 빠져들기 좋다. 길 중간중간에 놓인 의자는 피로하지 않은 발길마저 붙든다. 편안히 앉아 게으름을 피우다 보면 초록이 주는 청량한 기운에 마음마저 말갛게 갠다.

자연이 건네는 안부에 몸도 마음도 춤춘다 자연이 건네는 안부에 몸도 마음도 춤춘다

숲정이에서 나와 다시 연둔교를 건너면 작약 꽃밭이 화려하다. 분홍빛이 감도는 흰색부터 진분홍에 이르는 커다란 꽃송이가 탐스럽다. 화순은 전국 최대의 작약 주산지다.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핀 작약을 많이 만나게 된다.

숲정이 맞은편 작약 꽃밭 숲정이 맞은편 작약 꽃밭

둔동마을 맞은편 구암리에는 김삿갓 종명지가 자리했다. 전국을 구름처럼 떠돌던 김삿갓(본명 김병연)이 마지막 숨을 거둔 마을로, 머물렀던 사랑채와 안채, 사당 등이 복원되어 있다. 김삿갓은 화순의 절경에 반해 그의 고향인 경기도 양주 땅을 버리고 이곳 동복면 구암마을에서 생을 마감했다. 종명지 왼편에는 김삿갓의 시비를 전시한 삿갓동산이, 마을 뒤편에는 그가 죽은 뒤 초분을 했던 초분 터가 남아 있다.

김삿갓 동상 김삿갓의 시 한 수에 발걸음이 느려지는 삿갓동산 김삿갓 종명지 [왼쪽,가운데/오른쪽]김삿갓의 시 한 수에 발걸음이 느려지는 삿갓동산 / 김삿갓 종명지

방랑을 멈추게 하는 절경 화순적벽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가 서니
산 푸르고 바윗돌 흰데 틈틈이 꽃이 피었네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숲 속의 새소리를 어떻게 하려나
- 김삿갓 '경치를 즐기다'

방랑시인 김삿갓을 멈추게 한 화순의 으뜸 풍경은 다름 아닌 적벽(赤壁)이었다. 적벽은 조선 중종 때 화순에 유배된 신재 최산두가 중국 양쯔강의 적벽에 버금간다며 이름 붙인 붉은 절벽이다. 화순에는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을 따라 노루목적벽과 보산적벽, 창랑적벽, 물염적벽 등이 있는데 이들을 모두 합쳐 '화순적벽'으로 부른다.

보산적벽과 노루목적벽이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 화순적벽 투어 코스 중 하나다 보산적벽과 노루목적벽이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 화순적벽 투어 코스 중 하나다

화순적벽 가운데 빼어나기로는 노루목적벽이 꼽힌다. 1985년 댐이 건설되면서 절벽 30m가량이 물밑에 잠겼다는데, 그럼에도 웅장한 자태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깎아지른 듯한 수백 척 단애절벽이 물에 비쳐 장관을 이룬다.
노루목적벽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30년간 출입이 통제됐다가 2014년 10월 개방됐다.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건 아니고 화순군에서 화순적벽 버스 투어를 사전 예약제로 운영한다. 버스는 매주 수요일과 토·일요일 하루 두 차례(오전 9시 30분, 오후 2시) 노루목적벽으로 향한다. 보산적벽과 노루목적벽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잠시 들렀다가 노루목적벽 맞은편 망향정에서 40분쯤 머무는 여정이다.

망향정 외부 노루목적벽과 마주 보고 있는 망향정 노루목적벽과 마주 보고 있는 망향정

망향정이 있는 망향동산에서 노루목적벽까지는 600m 정도 떨어져 있다. 댐 수위가 낮아지면 물에 잠긴 적벽 부위가 노출돼 한결 웅장해 보인다고 하는데 어쩐지 좀 아쉽다. 할 수만 있다면 물길을 건너 켜켜이 쌓인 세월의 깊이를 제대로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목을 쭉 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물염정 외부전경 물염정 내부 천장 물염정

화순적벽 가운데 쉽게 가볼 수 있는 적벽은 물염적벽이다. 김삿갓도 물염적벽을 자주 찾아 시를 읊었다고 전한다. 물염적벽이 바라다보이는 언덕에는 물염정(勿染亭)이 있다. 물염 송정순이 16세기 중엽에 세운 정자로 '세상 어느 것에도 물들지 않겠다'는 뜻이 담겼다. 정자 안에는 김인후, 이식, 권필 등 조선시대 선비들이 남긴 시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1966년 중수 당시 기둥 하나를 가다듬지 않은 배롱나무로 바꿨는데 이를 찾아보는 것도 재밌다.

물염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물염절벽 앞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 [왼쪽/오른쪽]물염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 물염절벽 앞 풀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염소들

가까이 두고 오래 머물고 싶어라 누각과 정자

화순을 여행하다 보면 물염정 말고도 수많은 누각과 정자를 마주하게 된다. 누각과 정자를 일컫는 누정은 예부터 경치가 좋은 곳에 지어졌다. 다시 말해 누정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은 곧 화순이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땅임을 의미한다.
동복촌의 지류인 남면의 외남천(사평천)을 거슬러 오르면 녹음이 우거진 임대정 원림을 만난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89호로 지정된 임대정 원림은 정자와 연못, 원림이 한데 어우러져 운치를 빚어낸다. 임대정 원림을 꾸민 사람은 조선 철종 때 병조참판을 지낸 사애 민주현이다. 그는 1862년 관직을 그만두고 낙향해서 이곳에 정자를 짓고 '임대정(臨對亭)'이라 이름 붙였다. '임대(臨對)'는 중국 송나라 유학자의 '낙조임수대려산(落朝臨水對廬山)'이라는 시구에서 따온 것으로 '산을 대하고 연못에 임했다'는 뜻이다.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임대정 원림 햇살이 들어오는 정자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임대정 원림

소박한 정자는 나지막한 바위 언덕에 터를 잡았다. 나무에 적당히 둘러싸여 아늑하고 시원하다. 세월에 곰삭은 마루에 걸터앉아 다리를 대롱거리며 푸른 계절을 들이마신다. 정자 옆 아담한 연못에는 '세심(洗心)'이라고 새겨진 바위가 돌이끼를 덮고 있다. 세심은 '마음을 깨끗이 한다'는 뜻으로 풍류를 즐기는 주인의 마음가짐을 엿보게 한다.
정원은 정자에서 그 아래 두 개의 연못으로 조붓하게 이어진다. 홍련과 백련이 꽃을 피우는 네모난 연못 가운데에 둥근 섬을 만들어 두고 배롱나무를 심었다. 초록색 물감을 잔뜩 풀어놓은 듯 차분한 연못은 여름이면 빨갛고 하얀 꽃송이가 마치 다른 세상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임대정에서 아래 연못으로 이어지는 조붓한 길 이맘때 임대정 원림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왼쪽/오른쪽]임대정에서 아래 연못으로 이어지는 조붓한 길 / 이맘때 임대정 원림은 초록으로 가득하다

동면 서성제 안에 있는 환산정(環山亭)도 운치가 제법 좋다. 환산정은 병자호란 당시 의병을 이끌고 청주까지 진격했던 백천 류함이 인조의 항복 소식을 듣고 낙향해 지은 정자다. 본래 '환산(環山)'이란 이름대로 산으로 빙 둘러싸인 깊은 곳에 있었으나 1967년 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물 위에 섬처럼 떠 있게 됐다.

물 위에 섬처럼 떠 있는 환산정 물 위에 섬처럼 떠 있는 환산정

마을과 정자를 잇는 좁은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 들어가면 환산정을 만난다. 정자는 수직으로 우뚝 솟아 있는 서암절벽을 앞에 두고 저수지 가운데 그림같이 자리했다. 환산정은 분주한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하다. 비통함을 달래려 세웠다지만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은 묘한 설렘도 있다. 볕이 반짝거리는 물가에 앉아 망중한을 누리기도 그만이다.

나무로 둘러싸인 아늑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환산정이 나온다 환산정 앞 벤치는 망중한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왼쪽/오른쪽]나무로 둘러싸인 아늑한 길을 따라 들어가면 환산정이 나온다 / 환산정 앞 벤치는 망중한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능주면 관영리 지석천 상류에 자리한 영벽정(映碧亭)은 화순을 대표하는 누각이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김종직과 양팽손이 쓴 시 등으로 보아 16세기 후반 관아에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벽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으로 연주산을 마주 보고 있다. '영벽(映碧)'이라는 이름은 연주산의 자태가 지석천의 맑은 물빛에 비춰지는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능주팔경 중 하나로 예부터 많은 시인과 묵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선인들은 영벽정에 올라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며 세상 시름과 걱정을 잠시 내려놓았다.

화순을 대표하는 누각, 영벽정 화순을 대표하는 누각, 영벽정

누각에 오르면 지석천과 연주산이 기둥 사이로 들어오고 옛사람들의 글귀가 병풍 두르듯 빼곡하게 걸려 있다. 적당한 데 자리를 잡고 강물을 내려다보는 맛이 시원하다. 영벽정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맞은편 연주산에 올라 누각과 어우러진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운치 있다. 가장 낭만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순간은 경전선 기차가 영벽정 바로 곁을 지나는 때다. 능주의 너른 들판을 달리던 기차는 지석천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90도에 가까운 곡선을 그리며 누각을 비껴간다.

경전선 기차가 영벽정 곁을 지나고 있다 경전선 기차가 영벽정 곁을 지나고 있다

여행정보

화순적벽 버스 투어
  • 운행 기간 : 2017년 11월 26일까지
  • 운행 시간 : 매주 수·토·일요일 9시 30분, 14시(1일 2회, 1회 360명 선착순)
  • 비용 : 1인 1만원
  • 소요 시간 : 3시간
  • 예약 : tour.hwasun.go.kr/www/cmd.do ※출발일 2주 전 9시부터 가능
  • 문의 : 061-379-3504, 3505

출처 : 청사초롱

글, 사진 : 청사초롱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2017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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