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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예술, 치유의 전원 ‘안도 다다오의 뮤지엄 산’

    • 지역 : 강원도 원주시
    • 조회 : 18349
    • 최종수정일 : 2018.10.11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강원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 지은 전원풍 뮤지엄이다. 무려 8년에 걸쳐 지었다. 파주석으로 꾸민 외관이 신선하고 빛과 물을 활용한 그의 장기는 여전하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에는 강원도의 산야가 어울려 가을 느낌이 물씬 풍겨난다.

    워터가든과 ‘Archway’ 그리고 뮤지엄 본관이 어우러진 전경 워터가든과 ‘Archway’ 그리고 뮤지엄 본관이 어우러진 전경

    8년에 걸쳐 지은 뮤지엄

    뮤지엄 산은 잘 알려진 대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의 건축가다. 트럭 운전수와 복싱선수 출신으로 건축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국내에도 팬이 많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미술관이나 종교 건축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 포트워스 근대미술관, 지추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와는 2008년 제주도 휘닉스아일랜드 내에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로 첫 연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작품 본태박물관을 제주도에 선보였다. 뮤지엄 산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에 처음 들어서는 그의 건축 작품이다. 뮤지엄 산 측에 따르면, 앞선 두 건축물보다 먼저 설계에 들어갔다고 한다. 순서가 무에 중요할까만 2005년부터 시작해 무려 8년에 걸쳐 지은 뮤지엄이란다. 국내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사례다. 뮤지엄을 마주하기에 앞서 그 노고에 탄복하게 된다. 규모 면에서도 압도한다. 해발 275m에 자리한 전원형 뮤지엄으로 부지가 7만 2,000㎡에 달한다. 전체 길이가 700m이고 주요 지점을 지나는 관람 거리는 2.1km에 달한다. 걸어서 돌아보는데 약 2시간이 걸린다. 일본 나오시마의 지추미술관과 비교하는 이도 적잖은데, 그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공간은 크게 6개로 나뉜다. 웰컴센터를 출발해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그리고 뮤지엄 본관과 스톤마운드로 이어진다. 그 뒤편은 뮤지엄 산을 구성하는 또 한 명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상설관이다. 먼저 단출한 인상의 웰컴센터는 가로로 긴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다. 뮤지엄 안쪽의 풍경은 꼭꼭 숨었다. 뒤편의 뮤지엄숍을 지나고서야 조심스레 시야가 열린다. 하지만 한꺼번에 모든 걸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길게 벽돌담이 늘어서 있다. 그 사이로 난 통로 너머가 플라워가든이다. 뮤지엄 산은 시종일관 안과 밖으로 시선을 열고 닫으며 조금씩 제 존재를 각인시키며 나아간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답다.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을 나누는 콘크리트 담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을 나누는 콘크리트 담. 공간을 열고 닫으며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플라워가든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마크 디 수베로의 ‘For Gerald Manley Hopkins’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을 잇는 자작나무 숲 입구 [왼쪽/오른쪽] 플라워가든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마크 디 수베로의 ‘For Gerald Manley Hopkins’ /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을 잇는 자작나무 숲 입구

    전원 속 뮤지엄

    플라워가든은 이름 그대로 꽃의 정원이다. 주위를 가득 채운 것은 80만 주의 패랭이꽃이다. 여름에는 진분홍 꽃이 천지를 뒤덮는다. 지금은 듬성듬성 그 자취를 전한다. 그럼에도 은은한 향이 제법 진하게 풍겨난다. 패랭이꽃밭 위에는 미국의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의 1995년 작품 ‘For Gerald Manley Hopkins’가 놓였다. 붉은색의 동적인 작품이다. 높이 15미터의 거대한 조각으로 바람이 불면 윗부분이 움직인다.
    플라워가든과 워터가든 사이를 잇는 것은 자작나무 숲이다. 360여 그루의 자작나무가 공간을 경계 짓는 동시에 적당히 다음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워터가든에 가까워지자 두 번째 붉은 조각 작품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이 또한 금세 베일을 벗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숨기듯 벽이 막아선다. 워터가든의 물길은 통과하지만 시야는 넘어서지 못한다. 모퉁이를 돌아서자 그제야 워터가든과 뮤지엄 본관이 동시에 나타난다. 연못 가운데로 난 길 위에 먼발치에서 보이던 두 번째 붉은 조각 작품이 있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1998년 작품‘Archway'다. 비스듬히 절단한 붉은 원기둥이 연못에서 얼기설기 솟아나 아치를 이룬다. 그 아래를 지나 본관으로 향한다.
    본관은 다소 뜻밖이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 상징은 회색의 노출 콘크리트다. 그런데 뮤지엄 산은 웰컴센터부터 줄곧 경기도 파주에서 실어온 파주석을 이용했다. 본관도 가지런하게 쌓아올린 파주석 벽면이다. 덕분에 주변의 자연 경관과 한층 온화하게 어울린다. 연못 바닥에는 충남 서산의 해미석을 깔았는데 파주석 벽면의 음영이 곱게 어린다. 이 또한 물을 거울처럼 활용해 건물을 강조하는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이다. 워터가든에서 제법 긴 시간을 서성이게 되는 이유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와 본관 해미석을 깐 워터가든 위에 본관의 파주석 벽돌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린 모습 [왼쪽/오른쪽]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와 본관 / 해미석을 깐 워터가든 위에 본관의 파주석 벽돌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린다. 수변 공간을 거울처럼 활용하는 건 안도 다다오 건축에 자주 나타나는 특징 뮤지엄의 첫 번째 전시장은 한솔종이박물관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페이퍼갤러리 [왼쪽/오른쪽] 수변 공간을 거울처럼 활용하는 건 안도 다다오 건축에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다. / 뮤지엄의 첫 번째 전시장은 한솔종이박물관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페이퍼갤러리다.

    건축의 ‘빛’을 발하는 통로

    본관은 크게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로 나뉜다. 개관 기념전으로 ‘A Moment of Truth(진실의 순간)’를 열고 있다. 페이퍼갤러리는 한솔그룹의 한솔종이박물관을 확장한 개념이다. ‘지’라는 음을 가진 네 가지 한자 ‘紙(종이)’, ‘持(가지다)’, ‘志(뜻)’, ‘至(이르다)’를 주제로 구성했다. ‘紙’는 종이의 탄생과 제작의 역사다. ‘持’는 종이 공예품과 장신구 등이다. ‘志’는 국보 제277호인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36 등의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至’는 설치작품 ‘The Breeze’등을 전시한다. 판화공방도 흥미롭다. 판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준비된 엽서에 내용을 적어 보내면 원하는 주소로 발송해준다.
    페이퍼갤러리가 박물관 성격이 강하다면 청조갤러리는 갤러리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다. 장욱진, 박수근, 이중섭 등 우리나라 미술계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Communication Tower’도 걸음을 멈추게 한다. TV 모니터를 쌓아올린 높이 5.2m의 타워가 전시실 하나를 꽉 채운다. 검은 바닥에 작품이 비쳐 깊이감을 더한다. 공간 그 자체가 작품을 누리는 즐거움에 일조한다. 건축의 멋을 찾고 싶다면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 복도를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종이의 탄생과 제조법 등을 관찰할 수 있는 페이퍼갤러리 ‘紙&rsquo 복도 의자에 앉아 워터가든의 수변 경관을 조망하고 있는 관람객 [왼쪽/오른쪽]종이의 탄생과 제조법 등을 관찰할 수 있는 페이퍼갤러리 ‘紙’ / 관람객이 복도 의자에 앉아 워터가든의 수변 경관을 조망하고 있다. 엽서에 원하는 스탬프를 찍어 보내는 체험이 가능한 판화공방 삼각 코트의 벽면이 날카로운 예각을 이뤄 긴장감이 부여된 공간 [왼쪽/오른쪽]판화공방에서는 엽서에 원하는 스탬프를 찍어 보내는 체험이 가능하다. / 삼각 코트의 벽면이 날카로운 예각을 이뤄 공간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이동 통로에서 ‘빛’을 발한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노출 콘크리트가 등장하며 복도의 한쪽 벽면을 이룬다. 맞은편 벽은 건물 외관을 이루는 파주석이다. 좁은 폭에 비해 높은 천장이 특징이다. 천장과 지붕 사이로는 자연광이 스민다. 빛은 틈새로 들어와 조명과 장식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또 아래쪽에 유리벽을 설치해 갑갑함을 피하고, 벽에 산란하는 빛이 율동감을 더한다. 빛뿐만이 아니다. 동선의 길이나 방향의 완급도 탐스럽다. 적당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긴다. 그러므로 이동 공간은 체험 공간으로 변모한다. 그 백미가 삼각 코트다. 텅 빈 중정을 끼고 날카로운 예각을 이루며 지나는 복도다. 걸을 때와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그 와중에 중정으로 창을 내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삼각 코트의 중정은 부러 비워두므로 마음에 채워지는 하늘빛 여백 삼각 코트의 중정은 부러 비워두므로 마음에 채워지는 하늘빛 여백이다.

    또 다른 빛의 마술사, 제임스 터렐

    본관을 나와서는 스톤가든이다. 동그란 반원의 스톤마운드 9개가 무리를 짓는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정원이다. 16만 개의 귀래석과 4만 8,000개의 사고석으로 완성한 진풍경이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조각 작품들이 기다린다.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의 커플’을 시작으로 베르나르 브네의 ‘부정형의 선’, 헨리 무어의 ‘누워 있는 인체’ 등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다. 안다 다다오가 주연인 공간의 마지막 장이다. 그 너머는 안도 다다오와 여러 차례 협업한 바 있는 제임스 터렐의 상설관이다. 뮤지엄 산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터렐은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설치미술가다. 건물을 캔버스 삼아 빛으로 그림을 그린다. 결과물은 적잖은 시각적 충격을 안기며 빛의 숭고함을 되새겨보게 만든다. 뮤지엄 산이 개관을 1년 늦춘 것도 제임스 터렐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전시실에는 그의 작품이 총 4점 있는데, 한 장소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는 해외에서도 흔치 않다. 첫 번째 작품은 ‘스카이 스페이스(sky space)’다. 전시실 천장에 가로 5m, 세로 4m의 타원형 구멍이 나 있다. 실제 하늘이 보이지만 내부에 설치된 인공의 빛이 간섭해 하늘과 실내의 빛이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신비한 빛의 환영이다. 이웃한 공간의 ‘호라이즌(horizon)’은 정면 계단 끝에 정사각형으로 뚫린 창이다. ‘스카이 스페이스’와 마찬가지 효과를 낸다. 특히 해질녘의 변화무쌍함은 탄성을 자아낸다. 마지막 계단을 올라 마주하게 되는 반전도 기대할 만하다. ‘겐지스필드(GANZFELD)’는 가장 강렬한 경험이다. 마치 화면 속으로 들어가 빛의 안개 속을 거니는 듯하다. 마지막 작품 ‘웨지워크(WEDGEWORK)’는 미세한 빛을 제어해 빛만으로 공간을 구획한다. 가상과 실상 사이의 혼돈이다. 제임스 터렐관은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네 작품을 20~30분간 돌아본다. 하지만 그 잔상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다.

    제임스 터렐의 ‘호라이즌’ 제임스 터렐의 ‘스카이 스페이스’ 제임스 터렐의 ‘겐지스필드’ [왼쪽/가운데/오른쪽]제임스 터렐의 ‘호라이즌’은 계단 너머에 비밀스런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 제임스 터렐의 ‘스카이 스페이스’. 시간에 따라 신비한 색의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제임스 터렐의 ‘겐지스필드’는 시각뿐 아니라 촉각으로도 느끼는 빛이다.

    제임스 터렐관을 나와 웰컴센터로 돌아간다. 되새김질 하듯 거닐며 다시 뮤지엄의 작품들을 감상한다. 카페 테라스에서 쉬어 가도 좋다.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 사이에 있는 레스토랑 겸 카페다. 실내와 실외를 잇는 쉼터인데 야외 테라스가 인기다. 계단식 거울 연못 제일 상단의 데크 위에 자리한다. 뮤지엄 내에서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손꼽을 만하다. 가까이는 층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물빛에 가을 단풍이 스미고, 멀리 산세의 가을 빛깔이 너울댄다. 따사한 햇살 아래 불어드는 바람이 너그럽다.
    자연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고 싶을 때는 뮤지엄 산을 나와 인근 간현국민광광지로 이동한다. 뮤지엄 산이 잘 꾸며진 2013년의 전원이라면, 간현국민관광지는 1980년대 유원지의 아스라한 정서를 불러낸다. 남한강 지류인 섬강과 삼산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강변 모래사장과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룬다. 캠핑장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도 나쁘지 않다. 가을 산행을 원한다면 소금강산이라 불리는 소금산 산행을 권한다. 국내 최장·최고의 산악보도교라 불리는 원주의 핫플레이스 소금산 출렁다리를 건너볼 수 있으며, 2시간 남짓한 걸음으로 소박한 단풍 여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스톤가든의 첫인상인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의 커플’ 페이퍼갤러리에서 청조갤러리로 넘어가는 길목의 카페 테라스 계단식 연못이 카페 테라스 [왼쪽]스톤가든의 첫인상인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의 커플’
    [가운데]페이퍼갤러리에서 청조갤러리로 넘어가는 길목의 카페 테라스. 뮤지엄 산에서 가을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다.
    [오른쪽]계단식 연못이 카페 테라스의 전경을 한층 화려하게 장식한다.
    기암절벽이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간현국민관광지 기암절벽이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간현국민관광지

    여행정보

    뮤지엄 산
    • 주소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 문의 : 033-730-9000
    • 관람료 : 뮤지엄 (대인 18,000원, 소인10,000원, 미취학 아동 무료) / 뮤지엄 + 제임스 터렐관(대인 28,000원, 소인 18,000원, 미취학 아동 무료(15시만 가능)
    간현국민관광지
    • 주소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28
    • 문의 : 033-737-4765
    주변 음식점
    • 하얀집가든 : 오리진흙구이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작압길 70 / 033-732-4882
    • 만낭포감자떡 : 감자떡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지정로 97 / 033-731-9953
    • 금대리막국수 : 막국수 / 강원 원주시 판부면 치악로 1008 / 033-765-5653
    숙소
    • 한솔오크밸리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1길 66 / 033-730-3500
    • 베니키아 호텔 문막 : 강원 원주시 문막읍 왕건로 9 / 033-734-7315
    • 자작나무숲 : 강원 원주시 지정면 구재로 40-13 / 033-742-4455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8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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