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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내기들을 위한 박물관 여행

    • 지역 : 서울 기타지역
    • 조회 : 4327
    • 최종수정일 : 2017.03.13

    신사아저씨와 강아지 조형물

    새내기 시절. 뭔지 모를 열망과 호기심, 새로움과 낯선 기분이 어우러진다. 첫걸음을 떼고, 첫 등교를 하고, 첫 출근을 했을 때가 모두 그랬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처음'은 두려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거나, 자극이 되어줄 누군가를 찾아도 2% 부족하다. 이럴 땐 박물관에 가보자. 오래된 물건과 시간을 공유하는 동안 의외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보물처럼 숨어 있는 진짜 보물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에게
    쇳대박물관+이화동 마을

    이 봄이 따스함과 진실함으로
    시시각각 세상을 변화시키듯,
    마음을 여는 열쇠도 그것과 다르지 않으리라.
    '따스함과 진실함'이라 이름 붙은
    열쇠를 내 옆구리에 걸어두어서 누구라도
    마음의 빗장을 풀고 들어오는 꿈을
    이 밤에 꾸었으면 좋겠다.
    - 김기연 산문집 <삶은, 풍경이라는 거짓말> 중

    쇳대박물관 자물쇠 쇳대박물관 자물쇠

    세계 각국의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입을 꾹 다문 자물쇠처럼 서로 단단하게 얽혀 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마음을 단단히 맺어주는 건 오히려 열쇠다. 특히 연애다운 연애를 처음 하거나, 지난 사랑으로 꽤 오랫동안 마음이 닫혔던 이후라면 더욱 그렇다.
    마음의 빗장을 푸는 열쇠가 실제 있다면 몇 개라도 쟁여두겠지만, 아쉽게도 불가능하다. 대신 이런 아쉬움을 마음으로나마 달랠 수 있는 공간이 서울 대학로에 있다. 전 세계 열쇠를 모아 전시한 쇳대박물관이다.

    쇳대박물관 입구에서는 온갖 모양의 열쇠를 만날 수 있다 쇳대박물관 입구에서는 온갖 모양의 열쇠를 만날 수 있다

    쇳대는 열쇠를 뜻하는 사투리다. '최가철물점'을 운영하는 최홍규 관장이 40년간 수집해온 열쇠와 자물쇠를 모아 2003년 박물관을 열었다. 4000여 점의 국내외 수집품 중 고려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옛 자물쇠와 열쇠, 빗장, 열쇠패 등 350여 점이 상설 전시된다.
    수백 년 전 우리 조상들이 쓰던 쇳대와 자물쇠는 요즘 것들 못지않게 정교한 구조를 자랑한다. 자물통 옆쪽에서 열쇠를 넣게 돼 있는 'ㄷ자형', 아랫부분을 둥글게 만든 '원통형', 열쇠 구멍이 정면에 있으면서 구멍 부분을 볼록하게 만든 '함박형', 전체 모양을 동물이나 사물 형상으로 만든 '물상형' 등 모양도 제각각이다. 가로·세로 1㎝ 정도 크기에서부터 폭 30여㎝ 남짓 대형 자물쇠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문자나 무늬가 새겨진 것도 있는데, 단순한 일상 도구를 넘어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하다.

    동물 모양 자물쇠 동물 모양 자물쇠 은입사 자물쇠 티베트 열쇠 [왼쪽/오른쪽]은입사 자물쇠 / 티베트 열쇠

    세계 여러 나라의 전통 자물쇠도 눈길을 끈다. 여러 기계장치들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독일 자물쇠, 티베트의 은입사 자물쇠, 터키·인도·중동 지역의 동물 모양 자물쇠 등 저마다 개성이 넘쳐난다.

    쇳대박물관 두석장 작업실 소리꾼 장사익의 손편지 [왼쪽/오른쪽]쇳대박물관 두석장 작업실 / 소리꾼 장사익의 손편지

    전시실 한쪽에 딸린 작은 방에는 두석장(국가무형문화재 64호)이었던 김덕용 선생과 김극천 선생의 장석 작품, 제작 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그 옆방에는 자물쇠가 달려 있는 조선시대 가구들과 여행가방, 각계 명사들이 기증한 열쇠 관련 소장품 등이 놓여 있다. 법정 스님과 시인 박노해, 소리꾼 장사익의 친필 편지도 보인다. '막힌 세상 쇳대로 열어 봅니다' '마음먹으면 누구나 열 수 있지만 귀중히 아껴 쓰라 쇳대로 잠그는 것' 같은 문구들이 마음에 와 닿는다.
    온갖 모양의 쇳대를 구경하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마음의 빗장마저 슬그머니 풀리는 듯하다. 그렇게 한 뼘 더 편안해진 마음으로 박물관을 나와 뒤편으로 15분쯤 걸어가면 벽화로 유명한 이화동 마을이다.

    골목 사이사이 벽화가 그려진 이화동 마을 날개 벽화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남자 골목 사이사이 벽화가 그려진 이화동 마을. 날개 벽화는 필수 포토존이다

    마을은 담장과 계단에 그려진 그림들로 소문나기 시작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작가가 실제로 작업하고 있는 공방, 기념품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발길을 잡는다. 최근에는 마을 곳곳에 작은 박물관을 세워 운영하는, 이른바 '마을 박물관' 프로젝트도 진행됐다. 일대에 연고를 가진 문화예술인들이 낡은 주택들을 매입하고 고쳐서 공공적인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장간 박물관 '최가철물점', 마을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모아놓은 '이화동 마을 박물관', 와인오프너 박물관 '개뿔'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중 몇몇은 작업실을 겸하고 있어 미리 예약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이화동 마을 옛날 교복 체험 마을 곳곳에 자리한 카페 외관 [왼쪽/오른쪽]이화동 마을 옛날 교복 체험 / 마을 곳곳에 자리한 카페에서는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좀 더 색다른 데이트를 원한다면 옛날 교복 체험에 나서보자. 한옥마을이나 옛 궁궐에서 한복을 입고 여행하는 것이 유행이라면 이곳은 까만 옷에 하얀 깃을 받친 70, 80년대의 교복과 빨간 가방이 진풍경을 이룬다. 어쩌면 서로 처음 봤을 교복 차림으로 오래된 골목을 누비며 사진을 찍다 보면 둘 사이에 친밀감이 싹튼다. 교복은 벽화마을 초입 잘살기 기념관 안 '졸리상점'에서 빌리면 된다. 대여료는 1시간 5000원, 2시간 8000원이다. 평일에는 하루 1만원에 빌릴 수 있다. 가방, 모자, 완장 등 소품도 준비돼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우리옛돌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 동자관 우리옛돌박물관 동자관

    다가올 미래를 꿈꾸며 힘차게 시작한 직장생활. 직장의 신이 되길 바라지만 현실은 미생이다. 어리바리한 장그래를 보며 자신을 보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들은 안다. 하루하루가 눈치와의 전쟁이라는 것을.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누구나 한때 미생이었다, 는 사실뿐이다. 하지만 정작 힘들 땐 이마저도 궁색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이때 필요한 건 영혼 없는 위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는 시간이다. 우리옛돌박물관은 이처럼 혼자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때나 의기소침해진 마음을 다독이기에 괜찮은 장소다.

    우리옛돌박물관 벅수관 내부 전시실 야외전시관에서는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왼쪽]우리옛돌박물관 벅수관. 마을 입구나 길가 등에 세워둔 벅수는 질병과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 이정표 등의 역할을 했다
    [오른쪽]야외전시관에서는 서울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2015년 11월 서울 성북동에 문을 연 우리옛돌박물관은 한국의 돌 문화를 보여주는 석물(石物) 전문 박물관이다. 무덤 주변에 조성한 능묘조각과 민간신앙을 보여주는 동자석, 장승(벅수), 솟대를 비롯해 석탑, 석불 등 돌 문화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유물 1200여 점이 실내외에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만나는 석조유물들은 대개 수백 년에서 1000년 가까이 세월을 견뎌온 것들이다. 갑옷 입고 큰 칼을 찬 장군도 있고 관복 차림의 문인(文人)도 있다. 두 손을 모은 여인, 머리에 양쪽 뿔처럼 쌍상투를 튼 어린아이, 마을을 지키는 익살스러운 표정의 장승도 보인다.
    돌조각 곳곳에는 수복강녕과 길상의 기원을 담은 상징무늬가 새겨져 있다. 거북이, 연꽃, 구름, 양, 주머니, 부채, 복숭아 등이 그것이다. 옆에는 숨겨진 무늬와 그 의미를 알려주는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숨은 그림 찾듯 하나하나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환수유물관. 일본에서 환수한 문인석 47점이 어둑한 방에 모여 있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이의 무덤 앞에 두던 장군석 [왼쪽/오른쪽]환수유물관. 일본에서 환수한 문인석 47점이 어둑한 방에 모여 있다 /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이의 무덤 앞에 두던 장군석

    전시공간은 환수유물관, 동자관, 벅수관, 자수관, 기획전시관, 야외전시관 등으로 나뉜다. 핵심 유물은 1층 환수유물관에 있다. 2001년 일본에서 환수한 문인석 47점이 어둑한 방에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꾹 다문 입가에 미소가 서리고, 서글서글한 눈매가 선하다. 관복을 입고 맞잡은 두 손에는 홀(笏)을 들고 있다. '홀'은 신하가 임금을 알현할 때 두 손에 쥐던 패를 말한다.
    2층 복도를 지키고 선 장군석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종의 무인석(武人石)인데, 문인석과 함께 묘 앞에 세웠던 유물이다. 자세히 보면 귀면(鬼面) 이라고 해서 어깨와 팔에 사람 얼굴이 있다. 귀신을 쫓고 병마를 물리치는 상징이다. 두 손으로 충성의 의미인 칼을 마주 잡고 서 있다. 늠름하지만 고압적이지 않고, 섬세하지만 조악하지 않다.

    꽃을 들고 있는 동자석 머리를 길게 땋은 동자석도 있다 [왼쪽/오른쪽]꽃을 들고 있는 동자석 / 머리를 길게 땋은 동자석도 있다

    하지만 막상 마음을 다독이는 건 문인석도 장군석도 아닌 동자석이다. 동자석은 크기로 보나 섬세함으로 보나 문인석과 장군석에 비해 보잘것없다. 그런데도 사람이 주지 못하는 위안을 건네는 건 현실적 동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바동거리는 거북이를 두 손으로 꼭 쥐거나 주머니를 들고 있는 동자석은 익숙하면서도 정다운 느낌을 준다.
    2층 동자관에 가면 앙증맞은 표정의 동자상 63점이 언덕 위에 옹기종기 서 있다. 입구에 비치된 종이에 소망을 적어 마음에 드는 동자 하나를 골라 소원을 빌어보자. 본래 동자는 묘주와 참배객 사이의 두 세계를 왕래하며 심부름하는 시동(侍童)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소원이 적힌 종이를 벽에 꽂아 두면, 동자가 시동이 되어 소원을 이뤄줄지도 모른다.

    돌조각 옆에는 상징무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동자석이 들고 있는 주머니는 '수호'를 의미한다 [왼쪽/오른쪽]돌조각 옆에는 상징무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표시판이 세워져 있다 / 동자석이 들고 있는 주머니는 '수호'를 의미한다 종이에 소망을 적어 마음에 드는 동자 하나를 골라 소원을 빌어보자 종이에 소망을 적어 마음에 드는 동자 하나를 골라 소원을 빌어보자

    만약 너무 많아 고르기 어렵다면 동자가 들고 있는 상징무늬를 살펴보면 된다. 아이에 따라 꽃을 들고 있거나 탑을 안고 있기도 하며 구름으로 보이는 문양이 새겨진 경우도 있다. 무늬에 따라 건강, 부귀, 다산 등 상징하는 의미가 다르므로 표시판을 참고하자.
    동자관 앞 작은 별실에는 불상을 마주한 채 고백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고해성사하듯 속마음을 털어놓다 보면 거절당하거나 초라해질 것 같은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다.
    야외전시관은 도심 속에 펼쳐진 '돌의 정원'이다. 북악산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거나 돌조각 사이를 거닐며 조용하고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오감만족' '염화미소' '목욕재계' '승승장구의 길' 등 다양한 주제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하나하나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야외전시관 승승장구의 길 돌조각 주변에 소원이 적힌 종이가 묶여 있다 [왼쪽/오른쪽]야외전시관 승승장구의 길 / 돌조각 주변에 소원이 적힌 종이가 묶여 있다

    여행정보

    쇳대박물관
    • 주소 : 서울 종로구 이화장길 100(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 관람시간 : 10시~18시(17시까지 입장 가능), 매주 일요일, 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 일반 4000원, 청소년·어린이 3000원
    • 문의 : 02-766-6494
    우리옛돌박물관
    • 주소 :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 13길 66(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무료 순환버스 운행, 노선 및 탑승시간 홈페이지 참조)
    • 관람시간 : 10시~18시(17시까지 입장 가능),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 성인 7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3000원 ※ 연회비 1만원, 1년간 무료관람
    • 문의 : 02-986-1001

    출처 : 청사초롱 3호

    글, 사진 : 청사초롱 박은경기자

    ※ 위 정보는 2017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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