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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이 오싹해도 욕설! 폭행! 아니되오, 대학로 ‘귀신의 집’

  • 지역 : 서울 종로구
  • 조회 : 4532
  • 최종수정일 : 2017.08.04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놓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명세서가 날릴 통장 스매싱을 떠올리며 오늘도 제한 시간 내에서 열대와 아열대를 오간다. 시원한 여름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여름과 대적할 세 가지 병법 장착을 권유한다.

소복입은 처녀귀신 처녀귀신의 소복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걸음이 멈춘다<사진제공·컬쳐마인>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의 연주곡 '미궁' 이어폰 리스닝, 아이스팩 마사지와 함께 '인간의 숲'이나 '금요일' 같은 웹툰 스크롤, <깊은 밤 갑자기>부터 <컨저링>까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공포 영화 관람. 이들과 함께라면 심장마비는 두려울지언정 최소한 더위는 두렵지 않다.
그중 백미는 전설의 고향이다. 매년 여름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라고 무시하지 마시라. 시계는 스위스고, 초콜릿은 벨기에라지만 귀신은 우리나라 토종 처녀귀신이 단연 최고다. 내 다리 내놓으라며 무덤 저편에서 나타나던 상투 산발한 귀신의 등장 신은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을 뛰어넘는 최고의 장면이다.
그런데 말이다. 위의 세 가지 시각, 청각, 촉각 병법을 한데 모아놓은 최고의 더위사냥 전담반이 대학로에 등장했으니, 바로 대학로 '귀신의 집'이다.

상명아트홀 입구에 마련된 매표소 상명아트홀 입구에 마련된 매표소 커튼처럼 드리워진 보자기 모니터에 나타나는 귀신과 자막(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납리의 한 마을에서의 이야기라네) 영상 [왼쪽/오른쪽]보자기 뒤에 치떨리는 공포가 기다린다 / 귀신의 사연을 시작으로 공포가 펼쳐진다

귀신을 만나는 동안 더위는 저 멀리

사연 있는 귀신은 무섭다. 사연을 들어달라고 나타나는 것도 무섭고, 한을 풀어주러 가는 길도 무섭다. <장화홍련전>에서 새로 부임한 사또들이 괜히 죽어 나간 게 아니다. 그런데 대학로 한쪽에 나타난 꽃분이는 우리에게 사연을 들려주고 자신의 억울한 한을 풀어달라고 부탁까지 하고 사라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길을 안내해주는 이는 검은 모자에 검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다. 드라마 <도깨비>에서처럼 쌔끈한 외모로 나타나주면 고맙겠건만 밤길에 마주칠까 두려운 비주얼이다. 사람을 깜짝 놀래키는 소품까지 풀 장착했다. 아, 중저음의 보이스 만큼은 꽤 매력적이다.

뒤돌아 보는 처녀귀신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저승사자 [왼쪽/오른쪽]전설의 고향 단골손님 처녀귀신,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 저승사자는 저승길 안내 경력 3년 차. 그만큼 놀래키는 데 선수다<사진제공·컬쳐마인> 관위로 기어오르는 처녀귀신 소복 입은 그녀와 함께라면 여름밤도 덥지 않다<사진제공·컬쳐마인>

무시무시한 마을은 전체 5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일본 공포영화 <링>의 사다코가 나올 법한 우물가, 은은한 불빛이 오히려 더 무서운 무당집, 소리가 비주얼보다 더 무섭다는 진리를 일깨워주는 부엌, 존재만으로도 섬뜩한 무덤가, 한을 풀어주는 키워드가 있는 성황당이다. 각각의 장소로 이동하려면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거리며 길을 찾아야 한다. 더듬다가 벽이 아닌 무언가를 만지게도 되고, 길을 걷다가 길이 아닌 무언가를 밟게도 된다. 놀라지 말라는 말은 어불성설. 여기에서 놀라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에서 놀란단 말인가. 밖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또 다른 재미다.

미션이 주어지는 무당집 붉은 조명으로 으스스한 부엌 [왼쪽/오른쪽]미션이 주어지는 무당집. 누군가 지켜보는 것만 같아 손에 힘이 빠진다. / 부엌도 평범하지 않다. 당신을 기다리는 귀신은 어디 있을까?<사진제공·컬쳐마인> 손목이 잘려진 손모형과 칼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무덤 [왼쪽/오른쪽]슥슥. 부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칼 가는 소리 /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은 무덤. 무덤의 주인은 어디에 있을까<사진제공·컬쳐마인>

이 모든 공포 체험의 시작과 끝에는 미션이 있다. 미션을 수행하지 않는다 해서 미노타우로스(Minotaurs)처럼 평생 갇히는 일은 없지만 재미는 덜하다. 미션을 못 보고 지나친다 해도 걱정 없다. 우리의 저승사자가 친절히 손짓으로 알려준다. 그 친절함에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점이야 어쩔 수 없다. 마지막 미션까지 해결하고 나면 드디어 환한 빛의 출구가 나타난다. "만세!, 만세!"

붉고 흰 천들이 흩날린다 모든 미션을 마치고 나면 감상이나 소원을 적은 쪽지를 매단다 [왼쪽/오른쪽]붉고 흰 천들이 흩날린다. 잠깐만. 여기에 바람이 불던가? <사진제공·컬쳐마인> / 모든 미션을 마치고 나면 감상이나 소원을 적은 쪽지를 매단다

짧고 강렬한 무서움의 전율

여태까지 겪었던 공포체험관과는 확실히 다르다. 숨어 있다가 놀래키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공포와 마주치게 되어 있다. 실제 체험 시간은 불과 10여 분, 공간은 겨우 40평 남짓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밤중 폐허가 된 마을을 한 바퀴 돌고 온 듯 심경은 복잡하고 종아리는 저릿하다.
이런 효과는 연극배우와 무대연출가, 그리고 특수분장 전공의 스태프가 있어 가능하다. 2015년부터 시작된 귀신의 집 프로젝트는 올해로 세 번째다. 그만큼 귀신들의 노하우도 업그레이드되었고, 관람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스킬도 향상되었다. 적당한 장소에 놓여 있는 소품의 효과도 좋고, 적당히 치고 빠지는 타이밍까지 제대로 갖추었다. 그야말로 최적화된 공포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귀신 모형 정교하게 만들어진 소품들. 특수분장팀 작품이다 칼을 들고 서있는 처녀귀신 벽에 매달려 있는 수많은 손모형, 벽 끝에는 소복이 걸려있다 [왼쪽/오른쪽]소복 입은 그녀와 함께라면 여름밤도 덥지 않다 / 어두운 곳에서 내 몸에 무언가 닿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사진제공·컬쳐마인> 피눈물 흘리는 괴물 모형 저승사자, 처녀귀신이 초가집 앞에 앉아있다 [왼쪽/오른쪽]방심하지 말라!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지 모른다 / 시간이 허락한다면 저승사자, 처녀귀신과 함께 앉아 기념 촬영도 해보자

평일에는 저승사자와 처녀귀신 두 명이 흉가로 가득한 마을 투어에 함께하고, 주말에는 여기에 멋진 실버 헤어의 구미호와 봉두난발에 좀비 분장을 한 총각귀신이 합류한다. 내부가 워낙 어두운 데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담력을 갖춘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좀비스러운 분장도 제대로다.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끝났다면 마음에 드는 귀신과 함께 초가집 앞에서 기념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담력 정도에 따라 공포 체험도 중, 상으로 할 수 있으므로 만약 동료나 썸 타는 사람 앞에서 담대한 심장을 자랑하고 싶다면 좀 더 무섭게 해달라고 부탁할 것. 혹시나 해서 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지만, 매표소 앞에서 한 장에 2천 원짜리 성인용 기저귀도 판매한다.

탁 떠나는 거야 여름이잖아 2017년 6월 29일부터 8월 20일까지

여행정보

대학로 귀신의 집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133 상명아트홀 1관
  • 운영시간 : 7월 1일~8월 27일
    화~금요일 14:00~21:00, 토요일 12:30~21:30, 일요일 12:30~20:30, 시설점검시간 17: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단, 8월 15일 운영)
  • 입장료 : 평일 8000원, 주말 1만원
  • 문의 : 컬처마인 1566-5588
주변 음식점
  • 호호식당 : 사케동 / 종로구 대학로9길 35 / 02-741-2384
  • 순대실록 : 순대국밥 / 종로구 동숭길 127 / 02-742-5338
  • 학림다방 : 커피 / 종로구 대학로 119 / 02-742-2877
숙소
  • 모꼬지게스트하우스 : 종로구 혜화로16길 13-6 / 02-744-2837
  • 메이플레이스 서울 동대문 : 종로구 율곡로 179 / 02-742-8080
  • 화이트래빗 게스트하우스 : 종로구 혜화로6가길 14 / 02-764-0685

글, 사진 : 정혜정(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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