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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스타일 취미 하나 키워볼래? <‘생초보’ 오리엔티어링 입문기>

  • 조회 : 2472
  • 최종수정일 : 2017.09.21

<'생초보' 오리엔티어링 입문기>

1단계 : 뜨아!

하늘도 맑고 기분 좋은 토요일 아침, 남편이 가족을 위해 서프라이즈 여행을 준비했단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여행의 주제가 '오리엔티어링'이다. 대학교 때 단합을 도모하고 술 마시던 '오리엔테이션(OT)'을 얘기하는 건가? 아니란다. 산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목표물을 찾아가는 스포츠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뜨아!' 난 산도, 지도도, 나침반도 그다지 친하지 않은걸. 딸아이들도 다소 생소해했다. 아이들과 합심해 남편의 계획을 무산시키려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일종의 보물찾기' 같은 거라는 아빠의 설명에 금세 호기심을 나타내며 따라나섰다. 이런 배신자들!

지도랑 나침반으로 목표물을 찾아간다고 지도랑 나침반으로 목표물을 찾아간다고?

2단계 :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남편은 얼마 전 우연히 오리엔티어링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가족 클래스에 접수를 했단다. 아, 도대체 오리엔티어링의 정체는 무어란 말인가. 심란한 마음에 차에서 한숨 자고 났더니 목적지 도착.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의 어느 근린공원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텐트를 치고 자리 잡은 사람들도 보였다. 어린아이부터 60, 70대 어르신들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 낯설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요' 하는 상태로 멍하니 서 있었다.

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리엔티어링 대회에 참가한다. 각자의 클래스에서 출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자신의 차례가 되면 준비된 지도를 들고 목표물을 향해 돌진! [왼쪽]정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오리엔티어링 대회에 참가한다. 각자의 클래스에서 출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오른쪽]자신의 차례가 되면 준비된 지도를 들고 목표물을 향해 돌진!

<여기서 잠깐> 오리엔티어링이란?
대한오리엔티어링연맹(KOF) 정관에서는 "오리엔티어링은 지상에 표시된 몇 개 지점을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하여 정해진 순서대로 정확히 찾아서 돌아오는 시간을 재는 스포츠"라고 정의하고 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지에서 먼저 성행했다. 북유럽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오리엔티어링을 배우기도 한다. 오리엔티어링의 종류는 이동수단에 따라 도보·산악자전거·스키·트레일 종목으로 나뉜다. 도보 오리엔티어링이 가장 일반적인 종목이다.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참가하는 종목으로 휠체어 등 보조장비를 이용하는 신체적 약자도 동등한 조건에서 즐길 수 있다.

3단계 : 어라~.

전날 고강도 취재를 다녀온지라 체력은 바닥나 있었다. 이 상태로 난 산을 헤집고 다닐 자신이 없는걸. 그때 출발선에 홀로 선 여자 어린아이가 보인다. 아이의 엄마는 "나중에 데리러 올게" 하며 '쿨'하게 뒤돌아선다. "아이 혼자 하나요?" 내가 놀라서 물었다. "네, 처음에는 가족이 함께 했고 지금은 혼자 하기도 해요." 아이 엄마가 답했다. "아이가 몇 살인데요? 혼자 힘들지 않아요? 재미있대요?"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그녀는 "열 살이고요. 처음에는 언니 때문에 접하게 됐는데, 지금은 이 아이가 더 좋아해요. 초보자 코스는 전혀 힘들지 않아요" 하고 차분히 답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초보자는 보통 공원 한 바퀴 도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나는 산, 지도, 나침반이라는 얘기만 듣고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떠올리며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라, 열 살짜리도 혼자 할 정도라면 해볼 만하겠군.

아빠와 딸이 나침반을두고 지도를 보고있다. 분홍색 모자를 쓴 딸이 지도로 찾고있다. 어르신들도 즐기는 스포츠 청년들도 즐기고 있다. 오리엔티어링에서는 나이도 성별도 중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만인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여기서 잠깐> 이 정도는 알아두세요!

컨트롤 마크 펀치 [왼쪽]컨트롤 마크 : 참가자들이 찾아야 하는 지점(컨트롤)을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번호도 달려 있다. 지도에서 요구하는 번호 순서대로 찾아가야 한다.
[오른쪽]펀치 : 내가 컨트롤을 잘 찾아냈다는 표시로 해당 컨트롤 마크에 달린 펀치를 카드에 찍는다.
요즈음은 오리엔티어링도 디지털화되면서 펀치 대신 전자카드를 주로 사용한다.
컨트롤 마크에 대롱대롱 매달린 빨간 플라스틱이 펀치, 가운데 구멍이 있는 기계가 전자카드 리더기다.
전자카드 요즈음은 종이 체크카드 대신 전자카드로 자신의 기록을 체크한다. 전자카드 : 요즈음은 종이 체크카드 대신 전자카드로 자신의 기록을 체크한다. 대회 등록 시 전자카드를 받는다.
보통 손가락에 낀다. 경기 시작 전 체크 리더기에 찍고 나서 출발 지점과 각 컨트롤 그리고 도착 지점에서 모두 전자카드를 찍어야 한다.
나침반 나침반 : 오리엔티어링용 나침반은 일반 나침반과는 다르다. 자와 축척자, 확대경 등이 포함돼 있다. 보통 실바나침반을 많이 사용한다.
선수들은 손가락 고리가 있는 나침반을 주로 쓴다.

4단계 : 오호라, 괜찮은데~

오리엔티어링은 수준별로 코스가 나뉜다. 우리 가족은 단연 초보 코스에 도전. 의외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았다. 안내자가 출발을 알리면 자신의 차례에 침착하게 출발하면 된다. 상급자는 기록 단축을 위해 뛰면서 시작하는데, 가족 단위 초보자들은 여유롭다. 우리도 당연히 여유만만하게 출발했다. 사실 출발할 때만 해도 '이게 무슨 재미?' 하는 마음이었다. 지도를 보는 법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듣고 지도를 보면서 첫 번째 컨트롤(컨트롤)을 찾아 나섰다. 초보 단계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첫 번째 컨트롤이 있었다. 접수할 때 받은 전자카드를 컨트롤에 꽂으면 '삐~' 소리가 난다. 우리 가족이 이 컨트롤을 통과했다는 표시다. 하나를 통과하고 나니 빨리 다음 컨트롤을 찾고 싶어진다. 오호라~. 이거 재미있는데…. 아이들도 서로 지도를 보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돌입. 다음 컨트롤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두 번째 컨트롤도 클리어! 우리는 그렇게 오리엔티어링에 입문하고 있었다.

시작점에서는 아직 어리벙벙하던 우리 가족. 시작점에서는 아직 어리벙벙하던 우리 가족 어느 시점부터 아이들은 달려가기 시작한다. 하다 보니 제법 컨트롤 찾는 실력이 늘어가고 있다. [왼쪽/오른쪽]어느 시점부터 아이들은 달려가기 시작한다. / 하다 보니 제법 컨트롤 찾는 실력이 늘어가고 있다.

5단계 : 빠져든다, 빠져든다…

초보 코스라 길은 편안했다. 산길과 공원길을 가족이 함께 산책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산책보다는 다이내믹하다. 컨트롤을 하나씩 돌파해내는 과정이 게임처럼 즐겁다. 가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도를 보면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 또한 아름답다. 가족이 함께 재미난 보드게임을 즐기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보드게임은 한자리에 앉아서 해야 하는 반면 오리엔티어링은 자연 속에서 움직이며 즐긴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뛰놀 수 있어 좋고, 운동량 부족한 엄마와 아빠는 체력단련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 앗, 어느새 내가 오리엔티어링의 장점을 늘어놓게 되다니…. 컨트롤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점점 오리엔티어링에 빠져들고 있었다.

높은 레벨일수록 시간 단축을 위해 줄곧 뛰어다닌다. 뛰는 뒷모습 단계가 올라갈수록 컨트롤이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상급자들은 컨트롤을 찾으러 수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왼쪽,가운데]높은 레벨일수록 시간 단축을 위해 줄곧 뛰어다닌다.
[오른쪽]단계가 올라갈수록 컨트롤이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상급자들은 컨트롤을 찾으러 수풀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가족과 함께 오리엔티어링 제대로 즐기는 방법

오리엔티어링을 15년째 즐긴다는 참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오리엔티어링을 15년째 즐긴다는 참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아이들과 함께 오리엔티어링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지도를 아이들 손에 쥐어주세요.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더 큰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종종 아빠들이 지도를 들고 막 앞서가고 아이들은 뒤쫓아서 가느라 정신이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아이들은 오리엔티어링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없겠죠. 가족이 어느 정도 오리엔티어링에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각자 자신의 레벨에 맞는 코스에 나눠서 참가하면 됩니다."

6단계 : 다음 대회는 언제?

운이 좋았다. 이날 오후에는 국내에서 일 년에 한 번만 열린다는 '트레일 오리엔티어링 대회'가 진행됐다. 아침만 해도 오리엔티어링에 아무 감흥이 없던 내가 트레일 오리엔티어링도 보겠노라며 기다렸다. 오전 대회에서 여자 엘리트부문(최상위 클래스) 1위를 차지한 차윤선 선수를 따라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을 간접 체험했다. 그녀는 현재 오리엔티어링 한국 국가대표이기도 하다. 차 선수는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을 '평등한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에서는 속도감보다는 정확도가 중요하다. 지도를 정확하게 읽어내고 해당하는 컨트롤을 찾아내는 게 포인트. 그래서 신체적 조건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지도에 표시된 컨트롤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느냐가 관건이다. "정답을 찾아냈을 때의 짜릿한 희열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몰라요"라고 차 선수는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의 매력을 설명했다. 옆에서 그녀의 지도를 슬쩍슬쩍 훔쳐보며 나름 문제를 풀어봤다. 아직 지도 읽는 법도 잘 모르지만 뭔가 재미난 게임을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경기가 끝나자 괜히 아쉬웠다. 어느새 난 다음번 오리엔티어링 대회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오리엔티어링 참여는 지극히 강제적이었으나, 두 번째 참여는 온전히 자발적일 것이다. 오리엔티어링에서 내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할지도?

현재 오리엔티어링 한국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차윤선 선수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은 여러 개의 정답 중 하나를 체크한다. [왼쪽/오른쪽]현재 오리엔티어링 한국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차윤선 선수 /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은 여러 개의 정답 중 하나를 체크한다. 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의 일부 구간은 앉아서 진행한다. 휠체어 사용자와 똑같은 높이에서 문제를 푼다. 알파벳이 표기된 판에 정답을 손가락으로 표시한다. 청각·언어 장애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왼쪽]트레일 오리엔티어링의 일부 구간은 앉아서 진행한다. 휠체어 사용자와 똑같은 높이에서 문제를 푼다.
[오른쪽]알파벳이 표기된 판에 정답을 손가락으로 표시한다. 청각·언어 장애인도 참여가 가능하다.

<생초보가 얘기하는 오리엔티어링의 매력>
준비물이 간단하다. 나침반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휴대전화와 잠시 멀어진다. 가족이나 친구랑 만나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요즈음. 이곳에서만은 휴대전화도 치워두고 오로지 지도와 나침반에만 집중하게 된다.
잡생각이 없어진다. 오리엔티어링 중에는 잡념 없이 컨트롤에만 초집중하게 된다.
재미있게 운동한다. 운동만을 위해 걷고 뛰는 건 때론 지루하다. 오리엔티어링은 걷다가도 자발적으로 뛰게 만든다.
가족 화합에 최고! 특별한 대화거리가 점점 없어지는 10대 아이들과 엄마 아빠가 자연스럽게 친숙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오랫동안 꾸준히 즐길 수 있다.

여행정보

오리엔티어링 어떻게 참여해요?
대한오리엔티어링연맹을 중심으로 각 지역에 지부가 있다. 지부별로 초보자 교육 및 친선대회를 개최한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오리엔티어링연맹을 찾아 참여하면 편하다. 서울특별시연맹과 경기도연맹은 매월 통합대회를 실시하며, 대회 전날 초보자를 대상으로 무료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및 경기 일정 등 자세한 운영사항은 각 연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 오리엔티어링 클럽도 구성되어 있으므로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라면 클럽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국 대표 오리엔티어링연맹 정보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9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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