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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근대골목, 시대의 추억 더듬다

  • 지역 : 대구 중구
  • 조회 : 55643
  • 최종수정일 : 2015.09.25

“거기서 보자” 따로 약속장소를 정하지 않아도 “거기”하면 통했던 그곳. 남겨진 추억을 되짚어보는 여정은 괜히 미소가 지고, 불현듯 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 같은 나만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처럼, 시대의 추억이 담길 골목길도 있다. 대구 시내의 한 골목길을 따라, 근대에 남겨진 추억을 더듬어봤다.

대구 골목길에서 시작하는 근대 드라마

대구는 한국전쟁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았다. 덕분에 전시 전후의 생활상이 비교적 잘 유지된 편. 그 현장의 골목길이 이번 주인공이다. 곳곳이 역사적으로 다뤄지는 중요한 장소이면서,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골목투어 출발지 ‘동산선교사주택’ 골목투어 출발지 ‘동산선교사주택’ 골목투어 출발지 ‘동산선교사주택’

대구근대골목의 여러 코스 중 2코스 ‘근대 문화의 발자취’가 호응이 괜찮다고 한다. 2코스의 동선은 ‘동산선교사주택 → 3.1만세운동길 → 계산 성당 → 이상화고택 → 서상돈고택 → 진골목 → 염매시장’이다. 이외에도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니 기대하시라. 골목투어 출발지라는 표지판에서 대구 근대로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S#1 공원과 박물관이 있는 동산

3채의 서양식 건물을 두고, 누구는 '선교사주택'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박물관’이라고도 부른다. 둘 다 맞는 말이다. 1900년 초 미국 선교사들의 사택으로 지어진 건물이지만, 1999년, 2001년 두 차례에 걸쳐 박물관으로 개관해 선교·의료·교육과 관련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공개, 전시하고 있다.

동산선교사주택의 주변은 아기자기한 풍경과 이국적인 건물 덕분에 화보, 영상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조경도 관리가 잘돼 차분하면서 여유 있는 공원 분위기가 좋다. 이런 곳이 예전에는 볼품없는 작은 동산일 뿐이었다. 경사진 땅에 사람들이 살기는 어려웠으니 인적이 드물고, 묏자리를 마련할 돈이 없던 사람들이 이 둔덕에 고인을 묻었던 장소였다고 한다.

선교박물관 1900년대 초반에 쓰이던 선교유물 [왼쪽/오른쪽]선교박물관 / 1900년대 초반에 쓰이던 선교유물

선교박물관(스윗즈 주택)은 대구에서 본격적인 선교활동이 이루어지던 1910년경 건축된 사택으로 전통 한식과 양식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다. 특이하게도 대구읍성을 허물면서 생긴 성돌을 사용해 이 건물의 기반석으로 사용했다. 현재 1층에는 각종 선교유물, 기독교의 전래 과정의 사진 자료와 2층에는 이스라엘의 구약·신약 관련 소품 등이 전시돼 있다.

의료박물관과 교육역사박물관 의료박물관(왼쪽)과 교육역사박물관(오른쪽) 의료박물관 내부 교육역사박물관 내부 교육역사박물관 내부 [왼쪽/가운데,오른쪽]의료박물관 내부 / 교육역사박물관 내부

의료박물관(챔니스 주택)은 1800년대부터 1900년대에 이르는 많은 동서양의 의료기기 등이 소장돼 옛 의학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교육역사박물관(블레어 주택)은 다양한 민속자료와 조선시대 이후부터 1차~6차 교육과정까지 시대별 교육서적과 서당, 초등학교 교실 등을 볼 수 있는 교육역사관 그리고 대구3.1운동의 발자취와 일제만행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 등이 전시된 대구3.1독립운동 역사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S#2 “대한독립 만세”

선교사주택 주위의 도로나 길가는 대부분 폭이 좁다. 1900년대 이 길가는 솔나무와 잡목으로 무성했다고 한다. 당시 누군가 은밀히 대구의 동쪽에서 중심부로 가야 했다면, 아담하게 봉긋 솟은 이 둔덕의 오솔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1919년 3·1만세운동을 하기 위해 신명학교, 성서학교, 계성학교 등의 학생들은 동산선교사주택에 오솔길을 통해 서문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길은 ‘3·1만세운동길’로 불리며, 이어지는 서쪽 계단은 ‘90계단’ 또는 ‘3·1운동계단’으로 불리는 명소이기도 하다.

3·1만세운동길 3·1만세운동길 3·1만세운동길에서 서문시장 방향으로 내려가는 ‘90계단’ 3·1만세운동길에서 서문시장 방향으로 내려가는 ‘90계단’ 3·1만세운동길에서 서문시장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 ‘90계단’이라고도 불린다

계단을 내려오면 보도블록으로 시선을 내려보자. 연대가 쓰인 보도의 반대편엔 당시 대구의 대소사를 음각으로 기록해, 대구의 굵직한 역사가 나열됐다.

대구 근대역사가 정리된 보도블럭 도로 건너편에 보이는 계산 성당 계산 성당 내부 [왼쪽/가운데/오른쪽]대구 근대역사가 정리된 보도블럭 / 도로 건너편에 보이는 계산 성당 / 계산 성당 내부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볼 수 있는 한복차림의 성인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볼 수 있는 한복차림의 성인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볼 수 있는 한복차림의 성인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볼 수 있는 한복차림의 성인

길 건너편 낯익은 성당이 보이는데, 언뜻 보아선 서울의 명동 성당과 닮았다. 계산 성당이다. 설계는 프랑스의 로베르 신부가 했지만, 건립에 명동 성당 공사를 담당했던 중국인이 참가했다. 이 건물은 서울과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세워진 고딕양식 성당으로, 당시 대구에 처음 세워진 서양식 건물이다. 현존하는 1900년대의 성당건축물로 유일한 것이어서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S#3 이상화를 만나다

횡단보도를 건넜던 곳으로 돌아와 곧장 직진하면 서성로, 달구벌대로, 명륜로, 재마루길이 만나는 계산오거리이다. 교통량이 제법 많아서 일까. 도로에서 보이는 벽면에 근대골목에 관한 안내판과 관련 인물의 벽화가 조성돼 눈길을 끈다.

계산오거리 부근의 근대골목여행 관련 벽화와 안내판 계산오거리 부근의 근대골목여행 관련 벽화와 안내판 계산오거리 부근의 근대골목여행 관련 벽화와 안내판 이상화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입구 이상화 벽화가 그려진 골목길 입구 이상화 고택 이상화 고택 이상화 고택

곧 이어 골목길과 함께 멋들어진 중절모 신사가 그려진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이상화 고택으로 가는 골목길이다. 이상화는 유명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지은 대구출신 시인으로, 일제 강점기 민족의 아픔과 향토적 세계를 시로 노래했다. 현재 고택은 고층빌딩과 주택 사이에 위치했는데, 1999년 이상화 고택을 보존하자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현 모습을 지킬 수 있게 된 사례를 가졌다.

고택 다음으로 이어지는 영남대로 한약재 냄새가 진한 골목길 고택 다음으로 이어지는 영남대로, 한약재 냄새가 진한 골목길이다

안내판을 따라가면 영남대로와 약령시장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걷기만 해도 병이 낫는다는 영남대로 방향으로 가보자. 현재는 약령시장의 뒷골목 정도지만, 예전에는 영남대로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붐볐을 길목이다. 한약 냄새가 골목 구석구석에 깃들었다. 한약을 제조하는 집들이 골목길에 줄줄이 이어졌다. 약령시장의 영향으로 조성된 특별한 골목길인 셈이다.

S#4 영남대로와 약령시장 그리고 진골목

영남대로와 평행하게 놓인 건너편 길은 약령시장의 중심로다. 조선 효종 6년(1658)부터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차례 대규모 한약재시장이 열렸다. 중국, 아라비아, 일본 등 국외거래도 활발해 국내의 대표적 약재시장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구약령시 문화거리 대구약령시 문화거리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 고대구 제일교회(왼쪽), 계산성당과 대구제일교회(오른쪽) [왼쪽/오른쪽]고대구 제일교회, 경북지방에 처음 생긴 기독교회이다 / 계산성당과 멀리 보이는 대구제일교회 염매시장 모습 염매시장 모습 염매시장 모습, 염매는 ‘염가판매’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대구 제일교회와 염매시장을 거치면 이번 여정에서 골목길의 백미를 느낄 수 있는 ‘진골목’ 차례다. 진골목의 ‘진’은, ‘길다’의 경상도식 발음 ‘질다’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대구 중심가에 있지만, 차분하면서 조용한 분위기다. 대구의 일명 ‘유지’들이 진골목을 따라 건너건너에 살았으니, 오랫동안 형성된 골목길의 호흡일 것이다. 대구 최초의 서양식 주택 ‘정소아과의원’도 볼 수 있는데, 벽면을 보면 벽돌 위에 시멘트를 덧칠해 당시의 부유함을 보여주는 증거라 한다.

골목지도 가로로 뻗은 좁은 길이 진골목이다 진골목길 풍경 진골목길 풍경 정소아과의원 [왼쪽,가운데/오른쪽]진골목길 풍경 / 정소아과의원

고층빌딩이 흔하게 눈에 띄는, 분명 예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하지만, 눈 한번 감았다가 뜨면, 옛날 그 모습이 덧칠되고 추억의 길로 변한다. 한걸음, 한걸음. 어느새 자신도 근대시대 그 누군가의 생각을 닮아가게 되는 ‘대구근대골목’ 다음 여행계획 후보에 대구를 넣어야 하는 이유다.

여행정보

주변 음식점
  • 낙영찜갈비 : 갈비찜 /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36길 9-17 / 053-423-3330
  • 미성당만두 : 납작만두 /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 75-1 / 053-255-0742
  • 벙글벙글찜갈비 : 매운갈비찜 /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36길 9-12 / 053-424-6881
숙소
  • 노보텔 엠배서더 대구 : 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 611 / 053-664-1101
  • 엘디스리젠트호텔 : 대구광역시 중구 달구벌대로 2033 / 053-253-7711
  • 유니온관광호텔 : 대구광역시 중구 태평로 117 / 053-252-2221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ahn856@gmail.com)

※ 위 정보는 2015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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