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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여행

‘주산지’ 정성으로 물을 가두다

조회: 2615 추천: 0 작성일: 2011.12.28 지역: 경상북도 청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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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청송군,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본 사람보다 안 가본 사람이 더 많다. 사과로 유명해, 지명은 익숙하다는 반응이다. 옛말에 청송은 ‘끝없는 산길을 걸어 고개를 넘고 계곡을 지나야만 당도하는 곳’이라고 전한다. 그만큼 지형이 험준해 가는 길이 고생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기대된다. 자연 그대로 모습과 시골의 후덕한 풍경이 가득할 테니 말이다.

청송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재미있다. 동쪽 불로장생의 신선이 사는 세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을 뜻한다. 이런 유래는 청송군 사람의 삶에도 깊숙이 배어 있으리라. 올해 6월 청송군은 슬로시티로 지정돼 그들만의 ‘느리게 사는 미학’을 뽐냈다. 신선의 세계에서 슬로시티로 이어지는 청송의 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곳’, 여기의 자연과 인간은 어떤 조화를 이뤘을지 궁금하다.
 


[왼쪽부터]주왕산 남쪽 지형 모형도, 높은 산과 깊은 골의 연장이 청송의 개성이다
/ 강우량이 적고 일조량이 풍부한 청송의 사과는 일명 ‘꿀사과’로 유명하다


안동을 지나 청송군에 진입, 작은 산고개 두어 개는 더 넘어야 주산지에 도착한다. 고불고불한 도로가 꽤나 거칠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 고개 하나쯤은 기본이다. 청송군은 태백산맥과 가까운 서쪽지방이다. 그래서 청송군의 서쪽을 제외한 나머지 3면이 태백산맥의 여맥으로 겹겹이 둘렸다. 이 때문에 평지가 드문 편으로, 경지면적이 전체의 10% 수준이다. 지형의 높낮이 변화가 심해 타지 사람이 청송에 오면 이동에 불편을 느끼겠지만, 청송 사람들은 “그래서 여기가 좋다우”라며 웃어넘긴다.

주왕산, 주산지, 얼음골 등 관광지 안내 표지판이 여러 곳에 설치됐다. 도로 또한 갈리는 지점이 드물어, 길 찾기가 수월하다. 주산지 휴게소에 따로 주차장이 마련됐으며 남은 550m는 산책길로 조성돼 걸어가면 된다.

“따땃한 오뎅 하나 드시소”

휴게소 문틈 사이로 유혹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치겠지만, 그 목소리가 참 정겹다. 매점도 붙어 있어 간단한 간식거리와 물을 사야겠다 싶어 들어가 본다. 방금 물이 끓기 시작했다며 “하나 잡숫고 불에 몸 좀 녹이고 가시소”라는 주인장 말이 훈훈하다. 따뜻한 국물과 난로 열기에 추위는 금세 사라지고, 장작 타는 소리에 노곤하기까지 하다.

 


주산지 입구, 휠체어와 유모차를 구비해 편의를 제공하며 가는 길 중간에 쉼터도 마련했다


[왼쪽부터]잎이 지는 침엽수 ‘낙엽송’이 걷는 맛을 돋군다 / 산책로 옆 계곡, 수면까지 내려온 고드름 “촬칵”



간단한 채비를 마치고 주산지로 향한다. 작은 계곡이 있고 물이 흐르는데, 자연이 만든 얼음 작품 하나가 눈길을 끈다. 잠시 계곡에 내려와 사진도 찍고, 계곡 물소리에 마음을 달래본다. 산책로 주위로 낙엽송이라는 나무가 즐비하다. 경사라고 할 것도 없는 평탄한 길을 따라 좀 더 계곡을 들어가면 어느 순간 산세에 둘린 주산지가 드러난다.



큰 바위에 비석이 하나 세워졌다.
“일장저수(一障貯水), 류혜만인(流惠萬人), 불망천추(不忘千秋), 유일편갈(惟一片碣)”
정성으로 둑을 막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한 조각 돌을 세운다



기록에 따르면, 주산지는 조선 숙종 1720년에 착공, 땅을 파고 그 주위에 둑을 쌓아 경종 1721년에 완공했다. 이후 약 300년 동안 주위 산골에서 내려온 물이 여기에 고여 왔다. 이렇게 모인 물은 아랫마을 ‘이전리’ 농민의 농업용수로 사용됐으며,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고 한다. 터를 잘 잡은 것은 물론, 이전리 농민에게 이만한 효자가 없겠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영화의 고향



용도도 용도지만, 이제는 이곳의 풍경이 주산지를 알리는 일등공신이 됐다.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주산지를 찾는 발길이 급속도로 늘었다. 개봉한 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를 본 외국인이 혼자서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산속에 묻힌 주산지의 전경



저수지 주위는 주왕산 자락이 뻗어 병풍을 둘렀다. 손으로 호수를 감싼 듯한 형상으로 푸근한 분위기다. 입구 건너편은 산세가 서로 내리막으로 만나 시원한 풍경을 전한다. 인공 저수지임에도 어색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저수지라고는 믿지 않는 신비함이 꼭꼭 숨었다.



호숫가 외곽으로 볼 수 있는 왕버들


수액을 채취한 흔적의 소나무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주산지가 다른 호수에 비해 돋보이는 이유는 수려한 산세의 병풍과 더불어 ‘왕버들’이란 나무의 역할이 크다. 왕버들은 국내 30여 종의 버드나무 중 하나로, 물이 많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다. 수면에서 큰 줄기가 뻗은 왕버들은 주산지 말고는 찾기 어려운 장관이다. 이곳의 왕버들 수령은 대부분 300년 이상이라고 하니 그 풍모 또한 남다르다.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왕버들에서 태고의 신비함과 가감 없는 속살을 엿볼 수 있다.

호숫가에 조성된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데크로 만들어진 전망대다. 잔잔한 물결 속 햇살이 눈부시다. 그림자가 진 산, 햇빛을 받아 겨울임에도 형형색색을 드러낸 반대편 산이 서로 매력을 뽐낸다. 이 산 사이에 멋진 그림이 수면에 담겼다. 물속에 구름이 지나고, 산이 솟고, 왕버들이 곧은 자태를 한번 더 뻗었다. 자연이 담긴 호수가 여기인가 싶다.



잔잔한 수면에서 자연의 이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전망대 계단에 앉으면 시인이 되는 건 시간문제겠다. 사색에 잠기는 동안 걸림돌이 되는 소음이 전혀 없다. 고요함 속에 그날에만 볼 수 있는 주산지의 하루는 좋은 추억이 되겠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이야기를 펼쳐도 좋고, 보이는 왕버들을 무심히 쳐다봐도 지루함이 없다. 편안함 그 자체로 만족이며 행복이다. 조금 더 추워지고 계곡바람이 매서워지면 꽁꽁 언 주산지가 되고, 눈이 내리면 또 다른 매력을 뽐내겠구나. 눈 오는 날 주산지를 기약해 본다.

새벽 주산지에 드리운 물안개는 신비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주산지를 찾아갈 계획에는 꼭 ‘새벽 도착’이라는 조건을 달자. 또한 바람이 거센 날에는 물안개 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 참고하시라.

주산지의 수려한 산세를 거슬러 올라가면 주왕산이다. 청송까지 왔는데, 주왕산 안 들리고 간다면 손해다. 게다가 주왕산의 폭포 3형제가 그렇게 시원하다고 한다. 주산지의 고요함에 취했다면 이번에는 폭포의 시원함에 취할 차례다.




대전사와 그 뒤로 솟은 주왕산의 기암이 위용을 드러낸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암산으로 통한다. 또한 경북 제일의 명산으로 돌로 병풍을 친 것 같은 모습에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다. 산고개가 많고 평지가 드문 청송이지만, 산책로만큼은 어느 산의 것보다 평탄이 조성됐다. 굳이 등산화를 신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

계곡물이 티 없이 맑고 투명하다. 색도 누가 파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진하게 파랗다. 계곡 주위로 기암절벽의 다양한 표정이 있다. 다른 산에 비해 그 규모가 크고 돌출된 형상이 기묘하다. 편안한 산책이지만 분위기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신비함은 꽤 무거운 분위기를 드리웠다.



[왼쪽부터]제1폭포로 이어지는 기암 사잇길 / 시부봉, 마치 사람의 옆모습처럼 표정이 생생하다



기암절벽 사이가 좁아지는 구간으로 들어가면서 힘찬 물소리가 들린다. 제1폭포에 가까워졌다. 암석 기반이 세로로 솟으며 덩그러니 빈 공간에 오랜 세월 동안 물이 흐른 흔적이 쉽게 포착된다. 어디서 물이 굽이치고, 어디서 물이 돌고 돌았는지 절벽을 다듬은 매끈한 물의 작품이 확연히 드러난다.


[왼쪽부터]제1폭포 / 제2폭포



3개의 폭포 사이 거리는 500m도 되지 않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제2폭포는 좀 더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따로 울타리가 없어 가까이에서 모습과 소리를 느낄 수 있다. 폭포 가까이 앉아 휴식을 취하는 사이, 마음이 깨끗하게 비워진 듯 머리가 맑다.


[왼쪽부터]제3폭포 / 제3폭포의 상부 모습



제3폭포는 규모가 제일 큰 편이다. 진입하는 길이 따로 만들어져 있을 정도. 전망대 또한 아래와 위, 두 개가 설치됐다. 위편 전망대에서 폭포 중간의 물이 돈 흔적, 절벽 안으로 깎인 3개의 구면을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이곳에 흐른 물을 생각해보니 까마득하면서 자연의 한 풍경에 경애를 느끼게 된다. 이곳 또한 좀 더 추워지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면, 얼음폭포의 천태만상을 드러낸다.



MEMO | 주산지에 가기 전 얼음골 약수 한 모금


경북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 ‘주왕산 얼음골’은 약수를 받으러 온 사람들로 줄이 선다. 또한 높이 60m 이상의 거대한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을 형성, 산악인의 빙벽등반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ahn856@gmail.com)



TIP

청송 가는 길

<버스>
* 동서울종합터미널 → 청송 (3시간 30분)
* 동서울종합터미널 → 주왕산
*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 → 주왕산
* 대구(동부시외버스터미널) → 주왕산


<자가용>
* 서울
  경부고속도로 → 신갈분기점 → 영동고속도로 → 여주분기점 →중부내륙고속도로 → 북상주IC → 문경 → 예천 → 서안동 → 청송
  경부고속도로 → 신갈분기점 →영동고속도로 → 만종분기점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 → 안동 → 청송

* 대전
  4번 국도 → 옥천 → 37번 국도 → 보은 → 25번 국도 → 상주시 → 예천 → 안동 → 청송
   대전 → 대구 → 대구포항간고속도로 → 북영천IC → 청송

* 대구
  중앙고속도로 → 의성IC → 길안 →청송
 대구포항간고속도로 → 북영천IC → 청송

* 부산
  경북고속도로 → 영천 → 청송

* 광주
  올림픽고속도로 → 대구 → 중앙고속도로 → 의성IC → 길안 → 청송



주산지 가는 방법
* 포항방면 31번 국도 → 청운리 → 이전 방면 914번 지방도 → 상이전 → 주산지
*
주산지 자세히보기☞



주변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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