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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음식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니다. 생일상에 올라온 소고기미역국, 한정식집의 구절판과 신선로, 심지어 편의점 진열대의 도시락 상품조차도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수십, 수백 년에 이를지도 모를 일이다. 요리 역사의 시발점인 불. 그 불을 발견한 조상들은 해당 지역의 먹거리 환경에 맞춰 맛과 영양과 위생 등을 따지면서 인간 개체의 보존을 이어 갈 먹거리를 꾸준히 개발, 발전시켜 왔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들이다. 넓고 크게 보면 이렇게 몇 문장으로 간단하게 정리되는 음식이지만 하나하나 깊게 따지고 들어가면 해당 음식의 뿌리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나마 글이나 그림으로 남겨진 기록이라도 있다면 다행인데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이 책을 이렇게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라.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언감생심 내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해 쉽게 훼손해 버리지 말라.’ 350여 년 전 경상북도 지방의 한 양반가에 남겨진 책의 서문이다. 정부인(貞夫人) 장계향(1598~1680)이 쓴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이다. ‘디’는 ‘알 지’(知)의 옛말, 즉 음식의 맛을 아는 방법이 담긴 책이다. 경북 영양에 살던 장 씨가 자손들을 위해 일흔이 넘어 어두워진 눈을 비벼 가며 적은 것이다. 1600년대 조선조 중엽과 말엽 경상도 양반가에서 만들어 먹던 음식의 조리법과 저장 발효식품·식품보관법 등을 상세히 엿볼 수 있는 사료다. 146가지 음식과 만드는 방법이 등장하는데 주식보다는 부식이나 특별한 날에 먹는 별식이 대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술과 식초가 54종, 국수, 떡, 과자 등이 15종, 고기와 생선 요리 46종, 채소와 과일 조리법 31종에 이른다. 음식디미방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국내 최고(最古)의 한글 조리서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의 요리 기록도 있다. 1450년경에 문종의 어의(御醫) 전순의가 쓴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서 ‘산가요록(山家要綠)’을 필두로, 김유의 ‘수운잡방(需雲雜方)’, 그리고 허균의 ‘도문대작(屠門 大嚼)’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문책인 데다 음식에 대한 소개가 너무 간단해 실용화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에 반해 음식디미방은 300년이 지난 지금도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글로 상세히 기록했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식경(食經)’이라고 평하는 이유다. 음식디미방을 쓴 장 씨는 선조 때인 1598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숙종 때인 1680년 83세의 일기로 영양에서 타계했다. 유생을 가르치는 경당 장흥효의 무남독녀로 열아홉에 부친의 제자인 석계 이시명의 아내가 됐다. 말년에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이 대학자이자 국가적 지도자에게만 부여하는 산림(山林)으로 부름 받아 이조판서를 지냄에 따라 정부인의 품계를 받았다. 인간적인 덕행을 보여주는 시와 함께 그림, 글씨, 자수 등의 작품을 남기기도 해 맹자의 어머니에 비견할 만하다. 음식디미방엔 냉장고가 없던 시기에 장기간 식재료를 보관하는 요령 등 과학적으로 접근한 내용도 있어 여성 과학자로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인물이다. 경북 영양에선 음식디미방과 장계향의 식문화를 지키기 위해 문화관광 단지를 조성하고 체험 공간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음식디미방에 등장하는 요리나 전통주를 직접 만들어보고 빚어보는 프로그램이 있고, 음식디미방의 음식을 현대식으로 해석한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상차림도 갖췄다. 상차림은 2가지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정부인상(1인 5만5000원)과 소부인상(1인 3만3000원)이다. 동아누르미, 연근채, 화전, 빈자병 등 메뉴 구성은 비슷하지만 정부인상에는 전통주와 어만두, 대구껍질누르미 등 요리 2~3가지가 더 곁들여 나온다는 게 다르다. 사전 예약(054-682-7764)은 필수다. 음식디미방처럼 고서를 뒤져 한식의 뿌리를 찾는 다양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고조리서가 무척 귀하다. 1400년대 ‘산가요록’부터 1900년대 초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朝鮮料理製法)’까지 따지면 500여 년간 겨우 30여 종이 남아 있을 뿐이다. 게다가 상당수는 저자 미상에 집필연대조차 알기 어려운 실정이고, 요리법의 경우엔 식재료의 길이와 양을 눈대중, 손대중으로 대충 기록해놓아 재현에도 애를 먹는다. 그런 와중에도 반가운 건 선조들의 손맛을 이어가는 음식점이 제법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옛 문헌 등에 담긴 조리법을 근거로 하거나 응용하여 음식들을 정갈하게 차려내는 한정식 전문점 다섯 곳을 골라봤다. 금강산의 여름 이름 ‘봉래’에서 이름을 따와 현판을 내걸었다. 전통 한옥의 안채 분위기에서 궁중 음식과 반가 음식을 맞는다. 건오절, 진구절, 궁중신선로, 전초복 등 코스 요리가 주메뉴를 이루고 있다. 음식 맛이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단아하다. 빠름과 느림 없이 차분하게 진행되는 코스의 서빙 속도를 닮은 듯하다. 한정식 4만7000원부터. 서울 강서구 방화대로 94 메이필드호텔 내 / 02-2660-9020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장이던 석파정(石坡亭)의 이름을 딴 상호. 실제 석파정의 사랑채를 옮겨다 놓았다. 음식은 현대의 맛을 가미했지만 전통 한옥은 동양화를 닮은 정취가 가득하다. 정갈하고 품격 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중요한 분을 모시는 식사 대접 장소로는 최적인 곳이다. 점심상 1인 6만6000원부터.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309 / 02-395-2500 고려의 도읍지였던 개성 지방의 사대부 집 잔칫상을 기본으로 한 한정식집. 조랭이떡국과 개성보쌈김치 등 개성 음식의 본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개성보쌈김치는 낙지, 새우 등 해산물과 잣, 배, 감 등 30여 가지의 속 재료가 들어간 김치로 깔끔하고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점심 정식 1인 3만 5천원부터. 서울 종로구 창덕궁1길 2(비원점) / 02-743-5999 ‘우리 김치가 세계 최고의 전통 음식’이라고 부르짖는 김치 명인 이하연 씨가 직접 운영하는 김치 명가 한정식집. 시중에서 좀처럼 맛보기 힘든 다양한 김치를 제공한다. 전복김치, 문어김치, 멍게김치에 홍어김치, 심지어 청국장김치까지 나타난 적도 있다. 송이백김치의 은은한 맛과 향은 먹는 이의 마음마저 은은하게 만든다. 정식 코스 메뉴는 5만5000원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로94길 25-3(본점) / 02-564-8551 음식점 이야기에 이런 말 꺼내기가 뭣하지만 음식의 맛보다는 정부가 지정한 ‘전통건조물 1호’라는 가치가 더 높은 곳이다. 조선 성종 때 들어선 사대부의 전통 가옥이므로 밥 먹기만 너무 열중하지 말고 건축물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격이 느껴진다. 점심 코스 1인 5만4000원부터. 서울 강남구 광평로 205 / 02-445-2115 출처 : 청사초롱 글 : 박은경,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박은경, 음식디미방, 메이필드호텔, 봉우리, 석파랑, 한국관광공사 DB 제공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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