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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같지 않지만 농촌에는 아직도 정기시장이 성행한다. 5일 간격으로 돌아오는 5일장이 무주에도 남아있는데 읍내에서 열리는 반딧불장터가 가장 규모가 크다. 산간지방에서 나온 넉넉한 산물들과 접하기 어려운 외지 물건들이 한 자리에 만나 거래되는데 산골 사람들의 세상살이 이야기가 덤으로 얹어진다. 정과 웃음, 이야기가 있는 5일장은 매력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재래시장이나 5일장은 지역 이름을 따기 마련인데 무주는 예외다. 반딧불이의 고장답게 시장이름도 반딧불장터로 통한다. 남대천 변에 자리한 반딧불장터는 주차장이 넓어서 외지인들이 찾아오기에도 좋다. 외지인들이 장 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지는 않겠지만 여행 차 방문하는 이들이 관광코스로서 재래시장을 찾곤 한다. 여행지의 깊은 속살을 살펴보기엔 시장만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화초와 나무, 의류와 생활용품을 파는 트럭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보통은 시장 맨 끝 길가에 자리하여 마지막에 들르게 되는 품목들인데 주차장 앞에 길이 넓다 보니 차량들 차지가 되었다. 반대편 읍내 쪽에서 진입하는 지역민들에겐 맨 마지막 코스가 맞다. 오늘은 새끼 거위 한 쌍이 나왔다. 거위는 오리나 닭에 비해 귀한 편으로 새끼임에도 불구하고 한 쌍에 6만 원이란다. 거위는 심지어 개보다도 집을 더 잘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슬 좋은 부부를 두고 원앙에 많이 비유하지만 거위만큼 부부애가 좋은 동물도 없다는 게 거위를 팔려고 들고 온 상인의 주장이다. 시장 입구의 커다란 간판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네 할머니들이 펼쳐놓은 좌판이 반긴다. 쇠비름이 보인다. 쇠비름은 농촌에서 대표적인 잡초다. 여기저기 아무 데서나 자라서 농부들의 골칫거리였는데 요즘은 약초로 새롭게 재조명받고 있다. 옛날 고약의 원료로 쓰였을 정도로 염증에 좋고 식물 중에서 오메가3 함유량이 가장 많아 성인병 예방에도 좋으며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구구절절 설명을 안 해도 아는 사람은 다 알아본다. ‘이런 걸 다 들고 나왔네!’하고 눈을 흘기는 이들은 대부분 잡초제거에 지친 지역의 농부들이다. 반딧불장터에서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을 만났다. 제과점 빵을 작은 손수레에 싣고 나와 팔고 있는 중년의 사내. 대전에서 왔다는 그 남자는 빵과는 거리가 먼 직장생활 20년 경력이 전부다. 대학생 아이들이 둘이나 되는데 막상 직장을 나서니 할 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었단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장에서 생산한 빵을 전국의 오일장에 다니면서 파는 일이다. 제빵 공장에서 물건을 대주니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동기가 되었다. 일을 시작한 지 이제 두 달 되었지만 큰 봉지 2개에 5천 원씩 하는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 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단다. 그는 반딧불장터 외에도 멀리로는 성환, 병천, 홍성, 공주까지 장이 열리는 날을 골라 찾아다닌단다. 조금 있으려니 맞은편에서 똑같은 제품의 빵에, 똑같은 손수레를 끄는 경쟁 상인이 나타났다. 알고 보니 서로 부부 사이. 부부가 함께 5일장에서 인생 역전의 꿈을 일구고 있는 것이다. 그 부부의 오늘 하루 목표는 아침에 준비한 손수레를 모두 비우는 것이다. 반딧불장터는 다른 지역의 시장에 비해 가축이 적은 편이지만 계절에 맞는 산나물이나 약초 같은 임산물이 많이 나온다. 산골지방이라 많지는 않지만 생선과 건어물도 나온다. 봄에는 여느 시장과 마찬가지로 온갖 모종들이 좌판을 점령하다시피 한다. 빵이 말해주듯 반딧불장의 모든 품목이 오롯이 무주에서 나온 것만은 아니다. 할머니들이 조금씩 가지고 나온 농산물들은 대부분 텃밭에서 일군 로컬푸드가 틀림없지만 트럭에 싣고 온 의류를 비롯한 각종 생활잡화들은 외지에서 온 것들이다. 시장의 내력을 알아보니 189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우체국 자리인 무주부 관아 터에서 시장이 처음 시작되었는데 한국전쟁 당시에 폭격으로 소실되고 휴전이 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물자가 턱없이 부족하였던 시절, 전쟁 구호품이었던 군복이나 건빵 그리고 지역의 농산물 등이 거래되면서 시장은 성장하였고 마침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재래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라 반딧불장터의 내일이 어찌 될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문화관광형시장’으로 발전하고 있어 희망을 가져본다. 무주에는 크고 작은 5일장이 4개 있다. 전체 인구가 2만 5천 명 가량인 것에 비하면 시장이 많은 편인데 반딧불장터를 제외하곤 그 규모가 크지 않다. 설천면 소재지에 있는 삼도봉장터는 3도의 주민들이 모이는 흥미로운 곳이다. 삼도봉(1,177m)은 원래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과 충청북도 영동군, 경상북도 김천시의 접경에 있는 산이다. 무주 쪽 경계가 바로 설천면이어서 설천면소재지의 재래시장을 삼도봉장터라 부른다. 삼도봉은 화합과 소통의 키워드다. 실제로 5일장이 열리는 매 2일과 7일에는 시장의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인데도 인근 지역에서 상인들이 찾아온다.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다슬기를 팔고 있는 사십 대의 아낙도 무주가 아닌 영동군에서 넘어온 이다. “한 동네나 똑같아유!” 남대천 건너 영동군 용화면에서 왔다는데 그의 표현을 빌자면 ‘용화면(충북 영동군) 사람이 남대천에서 잡아 전라도로 팔러 오는 것’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용화면 동네 아이들이 무주의 설천중학교로 통학을 다닌다는 것. 용화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있는데 중학교가 없단다. 그가 팔고 있는 다슬기는 이곳에서 올갱이로 통한다. 저녁 9시에 나가서 새벽 4시까지 올갱이를 잡는다는데 직접 잡는 것이냐는 물음에 대답대신 손톱을 보여준다. “손톱이 없잖아유. 올갱이 잡다 보면 손톱이 다 닳아져유.” 경기도에서 23년간 살다가 11년 전에 고향으로 귀농했다는 그는 이미 지역민으로 온전하게 동화된 듯 보였다. ‘푸른빛이 도는 게 싱싱한 것’이라면서 연신 빨간 대야의 올갱이를 손으로 저어보지만 알아주는, 아니 구경하는 손님들조차 없다. 삼도봉장터의 규모는 고작해야 200여 미터 정도. 상인도 별로 없고 손님들은 상인보다도 더 적다. 호떡과 감자떡, 찐빵을 함께 팔고 있는 노점이 그나마 한 두 손님 받고 있는 실정이고 다른 상인들은 익숙해진 상황인 듯 좌판의 상품들을 매만지고 있다. 무주사람들과 용화(충북 영동군)사람들, 대덕(경북 김천시)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다는 삼도봉장터. 이대로 스러지는 건 아닌가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반딧불장터 주소 : 무주군 무주읍 장터로 2 (읍내리 1152) 문의 : 063-322-7030 기타 : 5,6일 장날 http://www.mjsj.kr/public/index.asp?mtid=muju 기타정보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홈페이지 www.muju.go.kr 1.주변 음식점 매일왕순대 : 대국밥, 수육 /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무주읍 장터로 2 / 061-322-2171 반디어촌 : 매운탕, 해물탕 /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무주읍 장터로 2 / 063-324-1141 금강식당 : 어죽 /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무주읍 단천로 102 / 063-322-0979 2.숙소 덕화리버사이드모텔 : 무주군 무주읍 당산리 1257-5 / 063-322-6900 이리스모텔 : 무주군 무주읍 당산리 720 / 063-324-3400 그린모텔 : 무주군 무주읍 읍내리 168-1 / 063-322-7231 글,사진 : 김수남(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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