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초지문화수목원? 조금은 생소하게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게다. 한데 수목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어? 여기?'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그도 그럴 것이 벽초지문화수목원에선 <꽃보다 남자> <식객> <자이언트> 등 10여 편의 드라마가 촬영됐다. 어디 그뿐인가? 적잖은 CF에도 벽초지문화수목원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수목원 특유의 고즈넉함과 이국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 벽초지문화수목원으로 떠나보자. 와! 멋지다. 언니, 성처럼 생겼다 그치? 예사롭지 않은 수목원 입구. 연수와 연우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연우의 말처럼 수목원 입구는 중세시대 거대한 성을 닮았다. 그래서일까. 아치 모양의 입구를 지나는 동안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서는 듯 가슴이 설렌다. 벽초지문화수목원은 크게 두 개 영역으로 나뉜다. 벽초지라 부르는 저수지를 중심으로 꾸며진 수목공간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조각공원이 그것이다. 일단은 '헤븐스 스퀘어' '무지개원' '퀸스 가든' 등으로 이어지는 수목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1,400여 종의 관목과 교목 그리고 야생화들이 식재돼 있는 수목공간은 정문 좌측에 자리한 '헤븐스 게이트'에서 시작된다. 아치형 입구와 낮은 돌담으로 이뤄진 헤븐스 게이트 주위로 장미가 가득하다. 빨간 장미, 분홍 장미. 바람에 실려 코끝에 와 닿는 장미향이 참 은은하다. 그러고 보니 장미향을 맡아본 지가 언제였던가 싶다. 연수 아빠, 여기 맞지? <시티헌터> 에서 사격장으로 나왔던 데. 그래? 글쎄. 왜, 왜, 있잖아. 이민호하고 그 여자애하고 둘이서 이렇게 사격연습 했던 데 말이야. 사격 자세까지 취해 보이며 열심히 설명하는 아내의 모습이 귀엽다. 이민호는 기억하면서 박민영은 기억하지 못하는 아내의 '민호 사랑'에 살짝 질투가 나기도 한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곳에서 찍은 장면에는 박민영뿐 아니라 카라의 구하라도 나왔던 것 같다. 이민호와 함께. 집사람이 말하는 '그 여자애'의 정체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이다. '헤븐스 게이트' 뒤로는 '헤븐스 스퀘어'가 자리해 있다. 고운 잔디가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다. 연수와 연우는 구름처럼 푹신해 보이는 잔디 위를 가로질러 벌써 저만치 앞서 있다. 캠핑하기에 딱 좋아 보이는 이곳은 배우 하지원과 가수 10cm가 커피 광고를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광고에도 모닥불, 캠핑카가 등장한다. 보는 눈은 다 마찬가지인 듯.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서는 캠핑은 고사하고 돗자리를 펴는 것도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이기에 그렇다. 대신 주위에 벤치나 원형 테이블 등이 잘 마련돼 있어 햇빛을 피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벽초지수목원에선 돗자리와 음식물 등의 반입을 일절 금하고 있다. '헤븐스 스퀘어' 외곽을 따라 '다온길'과 '고운길'이라는 예쁜 이름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잔디 위를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니던 연수가 이리 와보라고 손짓을 한다. 연우도 발을 동동 구르며 얼른 오라고 난리다.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다. 아빠, 여기 좀 봐. 여기, 이게 뭐야? 어, 이건 말이지, 글쎄…. 연수야, 이건 단풍꽃이야. 참 예쁘지? 연수 엄마, 이게 단풍나무 꽃이야? 응. 이즈음에 피더라구. 단풍꽃. 솔직히 처음 본다. 선명한 녹색 단풍잎 사이로 보이는 단풍꽃은 마치 분홍색 나비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참 예쁘다. 그러고 보니 단풍나무는 가을에만 붉게 물드는 게 아니었나 보다. 소나무와 잣나무 그리고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나래길을 지나면 하늘이 열리듯 벽초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9,900㎡에 이르는 벽초지는 벽초지문화수목원을 대표하는 공간. 멋스러운 저수지 뒤로 수양버들이 병풍처럼 서 있고, 수면 위에는 연잎들이 구름처럼 두둥실 떠 있다. 연수 아빠. 여기 <49일> 마지막 장면 촬영한 데네. 맞지? 어, 그래. 기억난다. <49일>은 이민호만큼 우리 집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일우가 나왔던 드라마. 드라마광인 집사람이 <식스센스> 를 능가하는 반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49일>을 기억하지 못할 턱이 없다. 언제 갔는지 연수와 연우는 맞은편 파련정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수면까지 가지를 드리운 수양버들 사이에 묻히듯 자리한 파련정은 드라마 <식객> 의 촬영지였던 '무심교'와 이어져 있다. 파련정에 오르니 벽초지의 모습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에라도 온 것 같다. 한데 입에서는 멋스러운 시조 대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라는 광고 속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이유는? 가수 송대관과 태진아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를 반복적으로 불러대던 그 광고가 촬영한 곳이기 때문이다. 벽초지에는 저수지를 따라 연꽃과 수련을 감상할 수 있는 짧은 산책 데크도 마련돼 있다. 어, 저기 금빛 새가 있네. 어디? 파련정에서 돌아 나오는 길. 연우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온 가족을 긴장시킨다. 연우가 가리키는 곳에는 분명 금빛 새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물론 살아 있는 새는 아니다. 금빛 새의 정체는 수도꼭지. 수목원의 수도꼭지를 새 모양으로 만들어놓다니.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내친 김에 아이들 손을 씻기고 식당이 있는 'BCJ 플레이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외벽을 통유리로 마감한 BCJ 플레이스에는 식당, 카페테리아, 기념품 판매장, 아트숍, 갤러리 등이 자리해 있다. 벽초지문화수목원의 조각공원은 '캐슬 게이트'라 이름 붙여진 거대한 문을 사이에 두고 수목공간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유럽의 고급 저택을 연상시키는 캐슬 게이트를 지나면 분위기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달라진다. 수목공간이 동양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라면 조각공원은 서양의 미를 표현해놓은 곳이라 할 만하다. 덕분에 벽초지문화수목원의 조각공원 역시 많은 드라마의 촬영지로 사랑을 받았다. 아빠, 나 지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야. 여기 정말 멋지다. 연수의 말이 딱 맞다.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정말이지 별천지다. 널찍한 산책로 양옆에는 비너스, 니케 등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조각상이 도열하듯 늘어서 있고, 그 가운데에 자리한 중앙분수대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쉼 없이 뿜어져 나온다. 조각상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는 연수와 달리 연우는 제 키만 한 체스 돌 사이를 오가면 숨바꼭질이 한창이다. 멋진 조각상과 함께 이곳 조각공원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끈 건 자연체험학습장이다. 이곳에선 도자기 만들기, 토피어리, 천연염색, 토분 페인팅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연수와 연우가 오늘 선택한 체험은 물이끼를 이용해 다양한 동물 모양을 만들어보는 토피어리. 물이끼를 둥글게 말아 로즈마리를 심어보는 간단한 체험이지만 아이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이다. 자연체험학습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모두 유료이며, 체험비용은 종류에 따라 1만 원에서 1만 5,000원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그림자가 제법 길어졌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캐슬 게이트를 돌아 나와 정문으로 향하는 연수와 연우의 발걸음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아빠, 근데 우리 저기 안 가봤잖아. 맞아, 아빠. 우리 저기 안 가봤어. 주목터널. 벽초지문화수목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그래서일까. 그 자태가 당당하다 못해 의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주목터널은 벽초지 북쪽 면을 따라 50m 남짓 이어진다. 벽초지문화수목원에서는 숙박시설인 '숲속의 별장'도 운영하고 있다. 벽초지문화수목원의 밤을 느껴보고 싶다면 하룻밤 머물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문의 031-957-2004 www.bcj.co.kr 1.주변 음식점 민바리매운탕 : 파주시 쌀뚜기길 / 매운탕 / 031-949-8266 타샤의정원 : 파주시 지목로 / 퓨전음식 / 031-949-3597 옛날시골밥상 : 파주시 새오리로 / 한식 / 031-945-9674 https://yetnasigolbabsang.modoo.at/ 프로방스 레스토랑 : 파주시 새오리로 / 양식 코스요리 / 1644-8044 http://provence.co.kr/ 2.숙소 유일레저타운 : 파주시 광탄면 / 031-948-6161 팔레스오브드림호텔 : 파주시 광탄면 / 031-949-2120 그곳애호텔 : 파주시 탄현면 / 031-949-9525 칼튼호텔 : 파주시 탄현면 / 031-942-3955 글, 사진 :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