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그을린 숲에서 다시 새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자연의 힘은 온전하여 불길이 피해 간 자리는 어김없이 형형색색 꽃이 피어났다. 기특하고 감사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절망과 아픔을 딛고 일어난 강원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의 몫, 안온함을 되찾은 ‘여행자의 방’에 관한 이야기다. 길게 펼쳐진 장사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헬리오스모텔이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이 압도적이다. 고즈넉한 항구 위 짙푸른 바다가 한쪽 벽면 가득한 객실은 여행자를 위해 마련된 작은 우주 같다. 해 질 녘 붉은 바다가 어두워지면 항구는 고요하고, 검은 바다의 파도 소리가 더욱 선명히 들린다. 밀려오고 밀려가는 물소리에 들숨 날숨의 리듬을 맞추며 스르르 잠이 든다. 헬리오스모텔은 숙박 시설을 염두에 두고 건축해, 2004년 문을 연 이래 성업 중이다. 6층 건물에 온돌방, 침대방, 양실 더블룸으로 구성된 객실이 총 30실. 장사항 바로 앞에 위치해 주말이나 성수기는 언제나 만실이다. 여행자에게 따뜻하고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주인장은 침구를 직접 세탁한다. 업체에 맡기면 인체에 유해한 염산을 사용할까 염려되어 일일이 삶아 세탁한다. 덕분에 여행자는 보송보송한 이불을 덮고 포근히 잠들 수 있다. 공용 공간은 1층에 마련된 카페와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옥상이 있다. 카페에서 다양한 음료와 샌드위치를 판매한다. 옥상은 꼭 들러볼 것.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장사항부터 영금정, 영랑호, 대청봉과 울산바위까지 한눈에 담긴다. ✔ 귓속말 TIP 객실은 평범하지만 풍경은 비범한, 가성비 좋은 숙소. 초록이 짙은 설악산국립공원 인근, ‘진짜’가 되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숙소가 있다. 올해로 16년째 영업 중인 속초 초원리조텔은 여행자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싱그러운 식물이 소담한 비즈니스 데스크를 둘러싼 풍경, 주인장 아들이 도서관 책상을 개조해 만든 작은 오락실, 매일 아침 리조텔 상호를 수놓은 티셔츠를 입고 마음을 다잡는다는 주인장의 맑은 웃음을 마주하면 마음에 산들바람이 부는 것 같다. 오래된 숙박 시설이지만 곳곳에 윤이 나게 가꾼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해에 1층 세탁 공간으로 쓰던 곳을 조식 레스토랑으로 개조했고, 올해는 뒤쪽 풀밭을 넓은 주차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해마다 큰돈을 들여 여기저기 손보고 다듬는 일이 쉽지 않지만, 인근 낙후된 숙박업소를 반면교사로 삼아 늘 최선을 다한다. 초록 담쟁이덩굴이 보기 좋게 늘어진 3층 건물의 객실은 총 35실. 2~4인, 4~6인, 4~8인이 숙박 가능한 3가지 타입 객실이 실속형과 콘도형으로 나뉜다. 객실은 정갈하고 아늑하다. 빵, 토스트, 시리얼, 삶은 달걀, 수프, 치즈, 으깬 감자로 구성된 일반 조식은 무료다. 조금 더 든든한 아침 식사를 원하는 여행자는 1층 식당에서 해장국, 육개장, 한식 백반 등을 맛볼 수 있다(유료). 초록이 무성한 뒤쪽 숲에는 주인이 제작한 정자가 두 개 있다. 정자에서는 바비큐 이용이 가능하다. 실리카 성분을 함유해 각종 질병 치료와 피부 미용에 효능이 있는 온천수가 전 객실에 제공된다는 점은 초원리조텔의 매력에 정점을 찍는다. ✔ 귓속말 TIP 오래된 리조텔이 정성을 입고 클래식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숲속 아름다운 잠자리를 찾는다면 여기로. 호텔 이름은 ‘편안한 안식처’라는 뜻이 있는 프랑스어 표현 ‘vous vivez dedans lieu de repos’의 앞 두 단어 머리글자로 지었다. 이름값 하는 호텔이 되기 위해 대표가 경포대에서 운영하는 다른 호텔의 아쉬운 점을 보완, 설계부터 철저히 준비했다. 벽을 두껍게 해 외풍을 막고, 층고를 높여 실내에 오래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다. 공용 공간의 인테리어도 각별히 정성을 쏟았다. 1층에 마련된 조식 레스토랑은 조명과 천장 장식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해, 마치 스코틀랜드 전원에 자리한 양조장에 머무는 느낌이다. 강릉의 신도시라 불리는 하슬라로에 위치한 만큼, 주변 숙박업소와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VV호텔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무료 조식을 오첩반상으로 제공한다. 조식 덕분에 출장 차 강릉에 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10층 건물을 채운 객실 44실은 스탠더드, 디럭스, 스위트, VIP, 로열스위트 등 5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청결하고 아늑한 객실 내부는 볕이 잘 든다. 모든 객실 바닥에 자갈층을 만들어 훈훈한 기운이 오래 감돌도록 한 설계도 한몫한다. 특히 로열스위트 객실은 바닥을 황토로 마감했고, 작은 부엌 공간까지 마련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다. ✔ 귓속말 TIP 세련된 서비스와 훈훈하고 아늑한 객실이 조화로운 도심 속 휴식처. 주인이 한옥을 고치고 다듬은 지 16년째다. 나무를 돌보고 집을 가꾼 주인의 오랜 화두는 패시브 건축(난방설비를 통한 인위적인 에너지 공급 없이 건물 자체로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건축)이다. 최근 종전 한옥을 일부 헐고 패시브 한옥을 지었다. 여름에는 일반 공간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야 하는 숙박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환기 때문에 버려지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 열 회수형 환기장치도 장착했다. 덕분에 창문을 열지 않아도 24시간 내내 공기가 쾌적하다. 햇살 가득한 실내에 나무 냄새, 흙 내음이 산뜻하게 감돈다. 펜션은 한옥 마을을 압축한 모양새다. 다채로운 집이 옹기종기 모여, 대갓집부터 농가까지 있는 작은 마을을 산책하는 느낌이다. 약 2000㎡ 대지에 소나무, 대나무, 남천, 진달래, 복사나무, 매실나무, 자두나무, 감나무 등이 자란다. 황토 담장 앞에 형형색색으로 핀 봄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금란정, 경호정, 한송정 등 강릉에 있는 정자의 이름을 붙인 객실은 총 16실. 장작을 때는 객실이 10실, 일반 난방을 하는 객실이 6실이다. 직접 제작한 바비큐 화덕이 인상적이다. 황토 화덕 10개를 설치하고, 고기가 맛있게 익는 장수 곱돌을 올렸다. 펜션 중앙에 있는 정자가 아늑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자 지붕을 뚫고 감나무가 자라는데, 가을이면 잘 익은 감이 지붕 위로 툭 떨어져 또르르 구른단다. 정자 한쪽에는 자그마한 카페를 마련했다. 주인장 아들이 직접 커피콩을 볶아 추출하는 드립 커피 맛이 일품이다. ✔ 귓속말 TIP 오롯이 깃든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가꾸고 존중하는, 착한 펜션. ①바우지움조각미술관 진작 알지 못해 아쉬운 여행지가 있다. 헬리오스모텔 인근 고성의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이 그렇다. 조각가 김명숙 관장이 현대 조각의 대중화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연 사립 미술관으로, 규모는 국립 미술관에 뒤지지 않는다. 풍토의 조건을 활용해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는 김인철 건축가의 모던하고 섬세한 감각이 설악산 울산바위와 어우러진다. 소나무정원. 근현대조각관과 이어진 물의정원, 김명숙조형관, 세미나실, 테라쉼터, 테라코타정원, 카페바우, 아트숍, 아트스페이스 등이 자리한 공간은 약 1만6500㎡ 규모다. 미술관 모든 곳이 포토 존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테라코타, 귀금속 조형물, 색채 심리 상담, 누드 크로키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4월 속초·고성 산불로 소나무정원 일부가 불에 탔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 ②설악산국립공원 설악동지구 초원리조텔에서 차로 2분을 달리면 설악산국립공원 설악동지구에 닿는다. 짙은 녹음 위로 불쑥 솟은 기암괴석이 눈길 닿는 곳마다 압도적이다. 설악산케이블카 탑승장도 이곳에 있다. 인근에는 식당과 카페가 많아 나들이객으로 붐빈다. 청명한 하늘 아래 빛나는 울산바위에 홀려 다소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산행을 시작했다. 진달래, 겹벚꽃, 철쭉꽃이 곱게 핀 산길을 한 시간가량 걸으면 천년 역사의 계조암에 닿는다. 계조암 앞에 설악산의 명물, 흔들바위가 있다. 흔들바위를 받치는 너럭바위에서는 천천히 시간을 보내자. 소가 누운 모양이라고 해서 ‘와우암’, 100여 명이 함께 식사가 가능한 크기라고 하여 ‘식당암’이라고도 불리는 바위의 품이 아늑하다. ③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강릉 경포대 옆에 위치한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은 손성목 관장이 세계를 돌며 수집한 축음기, 오르골(뮤직 박스), 라디오, TV, 에디슨의 발명품 등이 전시된 공간이다. 컬렉션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에디슨 발명품의 1/3, 30여 개국에서 만든 축음기 4500여 점과 음반 15만 장 등을 소장했다. 소리, 빛, 영상이라는 테마에 맞춰 참소리박물관, 에디슨과학박물관, 손성목영화·라디오·TV박물관이 나란히 터를 잡았다. 엄청난 규모와 볼거리를 자랑하는 만큼 넉넉한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티켓은 세 박물관을 둘러보는 패키지로 판매한다. 도슨트 투어를 신청하면 옛날 축음기와 오르골의 클래식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속초 헬리오스모텔 - 위치 : 강원도 속초시 장사항해안길 33 - 문의 : 033-632-7676, 033-637-7676 속초 초원리조텔 - 위치 : 강원도 속초시 청봉로5길 19 - 문의 : 033-636-7169 강릉 V V 호텔 - 위치 : 강원도 강릉시 하슬라로192번길 22-1 - 문의 : 033-647-2222, 033-643-1881 강릉 휴심 - 위치 : 강원도 강릉시 저동골길 21 - 문의 : 033-642-5075 글 • 사진 : 문유선(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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