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는 고사리가 한창이다. 한라산 자락을 따라 펼쳐진 오름이며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마다 온통 고사리 천국이다. 청정 자연에서 자라난 무공해 제주 고사리는 맛과 품질 면에서 단연 전국 최고로 꼽힌다. 제주 자연의 맛, 고사리 탐험에 나서보자. 고사리는 숲에서 자라는 쇠고기라고 불릴 만큼 단백질과 무기질이 많은 산나물이다. 또 칼슘과 칼륨이 풍부해 뼈를 튼튼히 하는 데 도움을 주며, 열을 내리고 담을 삭이는 효과도 있다.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고사리는 봄철 어린 순을 채취해 삶아 말려두었다가 물에 불려 볶아 먹든지 국이나 전골에 넣어 먹는데 여느 산나물과는 다르게 야들야들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다. 제주도는 4월 초나 중순부터 고사리 순이 올라오기 시작해 5월까지 섬 전역이 그야말로 고사리 풍년을 이룬다. 이맘때면 길섶이나 가시덤불 사이로 쑥쑥 올라온 고사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다른 풀들과 구별하기 어렵지만, 한번 눈에 띄기 시작하면 눈 돌리는 곳마다 고사리가 보일 정도로 지천에 널려 있다. 제주도는 4월 중순에서 하순경에 비가 자주 내리는데, 비 온 뒤 어린 고사리 순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기 때문에 이 시기에 내리는 비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사리는 잎이 피기 전 동그랗게 말려 있는 것을 식용으로 이용한다. 갈색 솜털에 싸인 어린 순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꼬불꼬불 말려 있을 때 꺾어야 하는데, 우거진 수풀 사이로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고사리를 찾아내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고사리를 채취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녘 이슬이 촉촉이 젖어 있을 때다. 어린 순을 감싸고 있는 솜털에 이슬이 맺히면 마치 꽃이 핀 것처럼 보여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채취한 고사리는 삶아서 햇빛에 널어 말리는데 말린 후엔 부피가 거의 1/10 수준으로 줄어든다. 배낭 가득 채취해왔어도 막상 말려놓으면 작은 봉지 하나에 다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제주도에서는 보통 4월 중순부터 고사리 채취가 시작된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면 한라산 중턱 산간도로변은 고사리를 꺾으러 온 사람들이 주차해놓은 차들로 몸살을 앓는다. 길섶에 빈 채로 세워진 차가 있다면 열에 아홉은 고사리를 꺾으러 온 이들이 타고 온 차량이다. 제주도민은 물론 여행객들까지 합세한 고사리 채취 열풍은 5월 중순까지 계속 이어진다. 고사리가 제철인 지금, 제주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오름을 탐방하는 것이다. 어디든 수풀과 덤불이 적당히 우거진 곳이라면 고사리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이 이미 한 차례 훑고 지나간 뒤라면 아쉽지만 먹기엔 한창 모자란 너무 어린 순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한창 초록물이 오른 푸릇한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길섶에 쑥쑥 올라온 고사리들이 눈에 띈다. 하나 둘 꺾다 보면 어느새 한 손 가득 고사리가 넘쳐난다. 혹시 모르니 미리 고사리 담을 봉지를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오름도 오르고, 고사리도 따고! 일석이조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 자연이 직접 길러낸 무공해 고사리를 내 손으로 직접 꺾어다 요리해 먹는 맛은 그 어떤 진수성찬과도 비교가 안 된다. 고사리를 꺾는 방법은 간단하다. 줄기를 잡고 가볍게 ‘툭’ 꺾으면 쉽게 꺾인다. 너무 뿌리 쪽을 꺾으면 뿌리째 뽑히기 일쑤다. 그렇다고 너무 위쪽을 꺾으면 나중에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간 즈음에 적당히 힘을 주어 꺾이는 곳을 찾도록 한다. 고사리를 꺾을 때는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지만, 혹시라도 풀숲에 손을 벨 수 있으니 면장갑을 준비하면 좋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큰사슴이오름(대록산)은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그리 험하지 않은 데다 길목마다 고사리가 지천이어서 온 가족 나들이 코스로 좋다. 길옆에 자라난 것들만 꺾어도 금세 한 봉지가 찬다. 게다가 오름 아래로 노란 유채밭이 펼쳐져 아름다운 제주의 봄 정경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큰사슴이오름을 왔다면 정석항공관 쪽으로 쭉 뻗어 있는 녹산로를 빼놓고 가면 섭섭하다. 봄철에 꼭 달려봐야 할 제주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길 양 옆으로 유채꽃 물결이 넘실대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고사리를 직접 꺾어봤다면 이제 맛을 봐야 할 차례. 제주 고사리는 줄기가 오동통해 식감이 풍성하면서도 연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그 흔한 비빔밥도 제주 고사리를 넣으면 순식간에 별미로 변한다. 비빔밥에 고사리나물 들어가는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제주 고사리에 대한 자부심은 동부 산간마을에 있는 작은 동네 음식점에서도 진하게 배어나온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방주할머니식당에는 아예 ‘고사리비빔밥’이라는 메뉴가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비빔밥 그릇에 담긴 재료들은 소박하기 짝이 없다. 고사리와 취나물, 무생채와 달걀 고명이 전부. 차려 내오는 것만 보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밥과 고추장, 고소한 들기름을 듬뿍 넣어 쓱쓱 비벼서 한 입 먹으면! 그야말로 반전 스토리가 시작된다.
몇 안 되는 재료지만 그것들이 이뤄내는 맛의 조화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바, 첫 숟가락에 엄지손가락이 치켜 올라간다. 살살 녹듯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고사리는 또 어떤가. ‘역시 제주 고사리’란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온다. 한 숟갈, 두 숟갈 뜨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그릇이 뚝딱. 그 어떤 푸짐한 밥상보다 만족스럽고 든든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치게 된다. 고사리가 주인공인 또 다른 음식은 바로 ‘고사리육개장’이다. 고사리육개장은 돼지고기를 삶아낸 육수에 고사리와 수육을 잘게 찢어 넣고 메밀가루를 섞어 뭉근하게 끓여내는 제주 향토 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국과 건더기가 확실히 구분되는 일반 육개장과 달리 마치 죽처럼 걸쭉하게 내오는데 언뜻 보기엔 추어탕 같은 느낌이다.
입맛을 마구 당기게 하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막상 한 입 맛보면 밑바닥을 싹싹 긁을 때까지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다. 고사리와 사골 국물이 어우러져 깊고 구수한 맛이 나는 게 숙취를 푸는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다. 늦봄이 다 가기 전, 고사리 꺾는 재미도 만끽할 겸 제주 고사리 별미 기행에 한번 나서보는 건 어떨까? 1.찾아가는길 제주국제공항 → 서광로 3km 이동 → 번영로 19.9km 이동 → 녹산로 3.4km 이동 →큰사슴이오름 2.맛집 방주할머니식당 : 제주시 조천읍 / 고사리비빔밥 / 064-783-1253 우진해장국 : 제주시 삼도2동 / 고사리육개장 / 064-757-3393 유리네 : 제주시 연동 / 고사리육개장 / 064-748-0890 3.숙소 디셈버 호텔 : 제주시 연동 / 064-745-7800 호텔EJ : 제주시 연동 / 064-712-7880 / https://www.ejhoteljeju.com/ko-kr 티파니에서 아침을 펜션 : 서귀포시 남원읍 / 064-764-9669 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 서귀포시 표선면 / 010-4690-1464 / http://cafe.naver.com/bimtashidelek/4 -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0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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