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곳이 경북 상주다. 시골에서야 산이며 들이며 집집마다 흔한 것이 감나무라지만, 상주에는 유독 곶감으로 만들면 맛있는 둥글둥글한 감이 많이 자란다. 둥글둥글하다고 해서 ‘상주 둥시’라는 이름을 얻었다. 물기가 적고 탄닌 함량이 높아 곶감 만들기에 좋은 품종이다. 청도 반시, 산청 고종시, 임실 먹시, 논산 월하시 등 전국에는 지역 특성에 따라 맛도 모양도 유래도 다른 여러 감 품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상주 둥시로 만든 상주곶감은 예부터 한겨울 추위를 잊게 할 만큼 입에 착착 감기는 달고 보드라운 맛으로 유명하다.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임금에게 진상되었다는 《예종실록》의 기록도 상주곶감의 맛을 입증한다. 감을 말려 곶감이 되면 당도는 3~4배가 되고 비타민 등 영양가도 훨씬 높아진다. 호랑이가 온대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을 주면 금방 울음을 그치고 방긋방긋 웃는다는 이야기는 상주곶감의 감칠맛을 한마디로 설명한다. 곶감은 기관지염이나 설사, 체했을 때 달여 먹으면 좋은 약이 된다고 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는 효과까지 있다니 한겨울 간식으로도 손색없다.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상주에서 대외적으로 매스컴을 많이 탄 곳은 시내와 멀지 않은 남장동의 남장마을이다. 주홍빛 감이 마을 곳곳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은 남장마을의 상징이기도 하다. 남장마을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곶감공원이 있는 외남면도 곶감 생산지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남장마을은 주로 사들인 감으로 곶감을 만드는 데 비해 외남면은 대부분 농가에서 직접 농사지은 감으로 곶감을 만든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외남면 흔평리의 장창수 씨는 마을에서 가장 크게 감농사를 짓고 곶감을 만드는 농민이다. 한 해에 보통 45만여 개의 감을 매단단다. 모두 직접 농사지은 감이니 한 알 한 알이 모두 자식 같다. 감농사를 지은 지도 20여 년이 다 됐지만 감 말리는 일에는 왕도가 없다. 습도나 날씨의 영향이 절대적이라 20년 곶감농사의 노하우가 허사가 될 때도 있다. 재작년에는 1억 넘는 돈이 감과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고운 빛깔 뽐내며 매달렸던 감이 자칫 잘못 관리하면 순식간에 내려앉아버리는 것이다. 이 또한 부모 속 태우는 자식을 닮았다. 감이 마르고 숙성되어 곶감이 되기까지 35일에서 60일이 걸린다. 반건시는 한 달 정도, 건시는 두 달 정도가 필요하다. 시간과 자연, 사람의 정성이 숙성시키는 감의 성숙기다. 감을 따서 깎아 매달아 곶감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면 하나도 허투루 먹을 수가 없다. 곶감 하나에 들어간 농민의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곶감 하나에 1,000원이라면 소비자는 비싸다고 할지 모르지만 원가를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보통 생감 한 알이 500~600원인데 감을 깎고 매다는 데 드는 인건비와 연료비, 창고비, 포장비, 보관비, 유통비 등을 합치면 생산원가만 1,000원 선. 곶감 1개에 1,000원을 받으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다 싶을 정도다. 그러니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걸작에 먹는 사람의 투자도 필요한 셈이다. 남상주IC에서 가까운 외남면에는 곶감공원이 있다. 곶감과 호랑이의 전설을 따라 스토리텔링이 있는 공원을 걷다 보면 끄트머리에서 할미산 곶감길로 오르는 길을 만난다. 곶감길은 원래 있던 산길인데 곶감공원을 조성하며 살짝 다듬었다. 하지만 인위적인 요소가 거의 없고 자연 그대로의 산길을 살린 걷기 좋은 길이다. 주머니에 간식 삼아 곶감을 몇 개 넣고 걷는다. 낙엽 쌓인 가을산은 발걸음 지날 때마다 부스럭부스럭 소리를 낸다.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도록, 처음 만나는 산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도록, 먼저 말을 걸어주는 것만 같다. 곶감길은 4~5km 정도로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르는 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이고 내려가는 길은 아늑한 솔숲길이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그리 힘들지 않다. 평지보다는 굴곡이 있고 산보다는 경사가 크지 않다. 곶감공원을 감싸 안은 동네의 낮은 산을 한 바퀴 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곶감공원만 둘러보기 서운한 사람들에게는 곶감길 산책이 그만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고즈넉한 낙엽길과 인적 드문 솔숲을 고요히 걸을 수 있으니 걷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된다. 늦가을 공기는 상쾌하고 간식 삼아 야금야금 씹어 먹는 곶감은 달다. 몸을 덥히는 곶감 덕에 추위도 잊는다. 상주에는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곶감찰보리빵과 곶감과자, 곶감약과도 있다. 곶감찰보리빵 안에는 곶감으로 만든 잼이 들어 있고, 곶감과자와 곶감약과는 곶감분말을 넣어 만들었다. 곶감의 고장답게 곶감으로 만든 간식도 다양하다. 곶감찰보리빵 등은 SJ푸드(054-533-3114)에서 택배 주문할 수 있다. 곶감공원에서 나와 마을길로 조금 걸어 내려오다 보면 ‘하늘아래 첫 감나무’로 불리는 가장 오래된 감나무가 있다. 수령이 750년이나 됐다. 이 감나무에서 열린 감으로 만든 곶감은 일반 감보다 몇 배는 더 비싸게 팔린다. 몇백 년 된 나무의 정기를 함께 누리고 싶은 사람들의 작은 바람일 테다. 최근 단장을 마친 외남면 곶감공원과 해마다 풍성해지는 곶감축제는 정재현 상주시의원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겉만 떠들썩한 전시성 축제보다는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어요. 곶감 농가가 살아야 곶감이 살고, 곶감이 살아야 마을이 사는 거니까요.” 곶감공원을 조성하면서 구전으로만 떠돌던 곶감과 호랑이 전설을 동화책으로 펴내고 노래도 만들었다. 외남면의 상주곶감축제는 올해로 3회째다. 1회 때 1억을 투자해 준비한 축제에서 곶감 판매로 130억에 달하는 농가 소득을 올렸다. 시중에서보다 곶감을 30% 이상 싸게 살 수 있으니 소비자도 좋고 농민에게도 적잖은 수입이 된다. 해마다 반건시와 건시 일부가 나오기 시작하는 12월 중순에 상주곶감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12월 20일부터 25일까지다. 외남면 곶감공원과 시내의 상주곶감유통센터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축제기간 동안 매일 점심시간 곶감공원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에게 시래기국밥을 무료로 대접한다. 한겨울 추위를 뚫고 곶감축제에 와준 손님에게 드리는 주민들의 작은 정성이다. 축제기간에는 감 깎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임금님 진상 재현 공연 등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곶감공원 안에는 편백나무펜션이 있다. 주민들이 운영하고 수익도 주민의 몫이다. 이 역시 곶감 농가의 소득이 된다.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한자리에서 곶감길을 걷고, 곶감축제를 즐기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곶감을 나눠 먹으며 겨울밤을 보내기에 그만이다. 상주관광안내센터 문의 : 054-531-9645 http://www.sangju.go.kr/tour/ 외남상주곶감축제 주소 : 경상북도 상주시 외남면 소은1길 59-12 문의 : 054-537-8907 http://www.상주곶감축제.com/ 주변 음식점 명실상감한우 : 한우 / 경상북도 상주시 영남제일로 1119-9 / 054-531-9911 www.gamso.co.kr 버드나무식당 : 한식 / 경상북도 상주시 외남면 신상송지길 30 / 054-534-9298 남장송어장 : 송어 / 경상북도 상주시 영남제일로 2160-5 / 054-534-5539 www.njsongau.co.kr 숙소 곶감공원 편백나무펜션 : 경상북도 상주시 외남면 소은1길 55 / 054-537-8907(외남면사무소) 성주봉자연휴양림 : 경상북도 상주시 은척면 성주봉로 3 / 054-541-6512 구마이곶감마을 : 경상북도 상주시 내서면 우서로 287-4 / 054-533-0952 http://gam.invil.org/index.html 글, 사진 : 이송이(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6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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