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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다'는 말이 남발되는 시대다.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자연도 드물다. 순도 100%에 가까운 자연,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그래서 귀하다. 군부대의 경계 근무와 정찰용으로만 이용해 사람 손길이 거의 닿지 않던 길을 국방부와 국가유산청이 협의해 지난해 개방했다. 강원도 정동심곡바다부채길에서 바다에 마음을 적시고 가시연습지에서 연잎 무리에 휩싸이면 어느덧 자연과 내가 하나 됨을 느낀다. 강원도 강릉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과 심곡항 사이에 2.86km의 탐방로가 놓여 있다.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해안길이다. 해안 산책로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광활한 동해와 기암괴석이, 다른 한쪽에는 멋스러운 해안 절벽이 펼쳐지니 가히 '천혜의 비경'이라 불릴 만하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은 단순한 바닷길 탐방로가 아니다. 동해 탄생의 비밀이 깃들어 있는 해안단구가 있는 곳이다. 해안단구는 해안가에 형성된 계단 모양의 언덕을 말한다. 강릉 정동진 해안단구는 2,300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일본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동해가 생기며 한반도 지형이 생겨났음을 알려준다. 국내 해안단구 중 면적이 가장 넓고 보존 상태가 양호해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되었으니 지질학적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바다를 벗 삼아 걷는 시간은 1시간 10분 남짓.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옥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동해가 발밑으로 너울지니 눈이 무척 즐겁다. '바다의 소리'도 매력적인 요소다. 길을 걷다 부채바위 전망대가 나오면 잠시라도 벤치에 앉아 눈을 감아보자. 먼저 바람 소리가 가볍게 다가오고, 뒤이어 묵직한 파도 소리가 귀로 들어와 온몸을 채운다. 도시에서 데려온 소음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온전히 나만을 위한 자연의 소리가 가득하다.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출입구는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과 심곡항 두 곳이다. 정동진에서 시작하는 길은 내리막길, 심곡항 쪽은 오르막길이 많다. 주말에만 양 출입구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므로 평일에는 택시를 타거나 길을 되돌아 걸어야 한다.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심곡리 114-3 (심곡매표소),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50-39 (정동매표소) - 문의 : 033-641-9445 (심곡매표소) 033-641-9444 (정동매표소) - 이용시간 : 하절기 09:00~17:30, 동절기 09:00~16:30 - 홈페이지 : http://searoad.gtdc.or.kr 정동심곡바다부채길 가까운 곳에 '강릉에 세워진 예술가의 공간' 하슬라아트월드가 있다. '하슬라'는 삼국시대 강릉의 옛 이름으로 '해밝음'이란 뜻이다. 아트월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내 미술관, 조각공원, 바다카페, 뮤지엄 호텔이 갖춰져 있어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방불케 한다. 실내에 있는 현대미술관, 피노키오 박물관, 마리오네트 미술관을 보고 밖으로 나오면 드넓은 산자락에 약 10만9,000㎡의 조각공원이 펼쳐진다. 빨리 둘러봐도 1시간은 걸리는 크기다. 비탈진 언덕이나 소나무숲 곳곳에 작품이 듬성듬성 전시되어 있다. 덕분에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 사람과 예술이 공존할 수 있다. 조각공원은 소나무 정원, 바다 정원, 하늘 정원, 소똥갤러리 등 각각의 공간이 독립적이다. 소똥갤러리는 이곳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 대관령의 청정 풀을 먹은 소가 배출한 똥을 1~2년 숙성해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풀과 똥. 자연을 재료 삼은 작품은 완성 후에도 자연스러움을 잃지 않는다. 이 밖에 동해를 배경으로 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닮은 조각, 풀숲을 기어 다니는 청동 곤충, 반사경이 바닥에 있어 고개를 들지 않아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산책로 등 자연을 품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율곡로 1441 - 문의 : 033-644-9411 - 이용시간 : 09:00~18:00 (조각공원·미술관) - 홈페이지 : http://www.haslla.kr 시간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허겁지겁 살다 보면 문득 흘러간 시간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정동진에는 흘러간 시간이 쌓여 있는 곳이 있다. 객차 8량을 연결해 만든 정동진 시간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해, 물, 모래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하려 했던 인류의 노력부터 중세시대 유럽의 화려한 시계, 현대 작가들의 시계 작품까지 '시간'과 '시계'를 주제로 한 전시품이 가득하다. '시간과 예술' 전시실에는 황금과 대리석, 도자기 재질로 정교히 세공된 중세 유럽의 시계들이 있다. 오늘날 부의 상징이 '건물'이라면 중세시대에는 '시계'가 그 역할을 했다. 이곳에 있던 시계는 왕실과 귀족만 소유할 수 있었다고. '시간과 열정' 전시실에서는 동작 조형물 작가 고든 브라듯의 '그랜드파더 세븐맨 클락'을 눈여겨보자. 추에 매달린 인형이 시계를 오르다 한순간에 툭 떨어진다. 작가는 작품의 해석을 관객에게 맡겼다. 관점에 따라 시간에 얽매인 삶, 혹은 역동적으로 시간을 만들어 가는 삶으로 보인다는데, 각자의 삶이 해석을 대신하지 않을까. 마지막 전시실에서 계단을 오르면 소망의 종을 칠 수 있는 2층 전망대로 이어진다. 색다른 높이에서 정동진을 바라보는 기회니 전망대까지 올라가 보자.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90-1 - 문의 : 033-645-4540 - 이용시간 : 09:00~18:00 - 웹사이트 : http://www.jdjmuseum.com 우리는 지금껏 바다의 한 면을 보는 것에만 익숙했다.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를 보던 것처럼. 좀 더 다른 모습의 바다가 궁금하다면 남항진해변 솔바람다리에서 아라나비 체험을 해보자. '아라나비'는 와이어에 도르래를 걸고 하강하며 해상을 가로지르는 레포츠다. '아라'는 순우리말로 '바다'를 뜻한다. 아라나비는 바다 위를 나비처럼 훨훨 날아간다는 의미다. 18m 높이의 타워에서 발을 떼면 양옆으로 쫙 펼친 팔에 바닷바람이 감겨온다. 해수면 10m 아래로는 푸른 동해가, 머리 위로는 같은 빛깔의 하늘이 펼쳐진다. 바다의 사면을 발밑으로 내려다보는 기분, 더없이 청쾌하다. 장비 착용부터 체험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갈 길 바쁜 여행객도 짬 내어 들러볼 만하다. 아라나비는 신종 해상 레포츠로 주목받고 있지만 생태관광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동력 친환경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기상 상태에 따라 성인 동반 체험도 가능하다.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공항길 127번길 35-7 - 문의 : 033-641-9002 - 이용시간 : 10:00~17:00 (여름 성수기 10:00~18:00) - 휴무 : 매주 월요일 (여름 성수기 제외) - 웹사이트 : http://www.aranaby.com 강릉의 연관 검색어에 커피가 등장한 지 오래다. 강릉의 바다와 커피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커피에도 그윽한 향이 있고 바다에도 짭조름한 냄새가 있으니까. 강릉항과 안목해변을 따라 조성된 강릉커피거리가 2016년'한국관광의?별'음식, 테마, 거리에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고 유명해졌지만 시작은 매우 단출했다. 1980~1990년대에는 여행자들이 안목해변을 따라 늘어선 커피자판기에서 뜨끈한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동해를 마주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판기 자리를 카페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500m가 채 되지 않는 해변 도로에 유명 로스터리 카페부터 프랜차이즈 카페까지 20여 곳의 카페가 줄지어 있다. 카페거리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집 '엘빈'은 꼭대기 테라스에서 보는 경치가 아름답고, '보사노바'는 일자 테이블이 있는 2층 테라스 석과 루프트톱이 명당이다. 좀 더 가까이에서 바다를 느끼고 싶다면 커피를 한 잔 사 들고 모래사장을 밟으며 산책해 보자.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 17 - 문의 : 033-640-4531(강릉시종합관광안내소) - 이용시간 : 업체마다 다름 - 웹사이트 : http://ggcoffeestreet.modoo.at '솔향 강릉'이란 이름에 걸맞게 강릉에는 솔숲이 많다. 그중 허난설헌(허초희) 생가 터를 둘러싼 솔숲은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생가 터 뒤로 걸음을 옮기면 제법 너른 숲에 하늘로 곧게 뻗은 금강송이 빼곡하다. 수령이 족히 500년은 되었을 것 같다. 오솔길 산책로는 길 따라 쉴 수 있는 나무 벤치가 여럿 있고 경사도 없어 걷기 편하다. 솔숲 끝에는 경포호가 자리한다. 나무 사이로 저무는 해가 번지고 주위에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는 오후 5시에서 5시 반은 산책하기에도, 사진 찍기에도 좋은 시간대다. 5분만 걸어 나가도 사람과 차들로 번다한데, 빽빽한 소나무 군락이 외부와 경계를 지어주니 마음이 쉰다. 천재적인 글솜씨를 타고났지만 결혼 생활은 불행했고, 아들과 딸을 연거푸 병으로 잃은 뒤 27세에 요절한 시인, 허난설헌. 그녀도 어느 날엔가 짓무른 가슴을 부여잡고 이 길을 걸었을까. 난설헌의 안타까운 생을 떠올리며 솔숲을 걸어본다.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난설헌로193번길 1-16 - 문의 : 033-640-4531(강릉시종합관광안내소) 거울 '경(鏡)' 물가 '포(浦)', '경포'는 '거울처럼 맑은 호수'라는 뜻이다. 거울같이 청정하던 호수였건만 1960년대 주변 습지를 농경지로 개간하고 갖은 개발을 거치며 수질은 나빠져만 갔다. 물고기 집단 폐사가 일어나기도 수차례. 결국 망가져 가는 경포호를 되살리기로 한 강릉시는 비정부기구(NGO), 지역 전문가, 지역 주민 등과 함께 경포호 복원사업을 시행했다. 그 결과 경포호는 예전의 깨끗함을 되찾았다. 경포호를 보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호수 둘레 산책로를 따라 50여 점의 조각작품을 감상하며 슬렁슬렁 걸어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호수 한 바퀴 휙 돌아도 좋다. 도보 옆으로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선조들의 핫플레이스는 뭐니 뭐니 해도 경포대였다. 경포대는 경포호의 많은 누각 중 가장 높은 곳에 있어 관동 8경 중 하나로 꼽혔을 만큼 풍광이 뛰어나다. 경포대에 올라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노라면 호수에 자신을 비춰봤을 옛사람들의 그림자가 겹쳐지는 듯하다. - 주소 강원도 강릉시 저동 - 문의 033-640-4531(강릉시종합관광안내소) 시연은 1960년대 말 경포호의 수질 악화로 자취를 감췄다가 생태하천복업사업으로 습지가 복원되자 5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땅속에 잠들어 있던 가시연 종자가 생육 조건이 맞아떨어지자 발아한 것이다. 가시연뿐만이 아니다. 습지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자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과 2급인 수달과 삵을 비롯해 고라니 등 각종 포유류와 300여 종의 철새가 제자리를 찾았다. 가시연이 최초로 발견된 못, 가시연발원지에서는 8월 말에서 9월 초에 가시연을 볼 수 있다. 매혹적이고 도도한 생김새다. 지름 4cm 정도의 진보랏빛 꽃이 작게는 20cm, 크게는 2m에 달하는 연잎을 뚫고 핀다. 잎에도 꽃대에도 가시가 빼곡히 돋은 모습이 신비롭다. 가을이 한창이면 가시연습지에서 꼭 봐야 할 장면이 있다. 연꽃정원에 흐드러진 연밥(연의 열매)이다. 연밥 줄기가 빼곡히 솟은 풍경은 꽃무리와는 다른 느낌의 장관이다. 연잎과 연밥, 갈대가 바람에 흩날리니 가을날의 교향악이 울려 퍼진다. 1시간 남짓이면 가시연습지를 둘러볼 수 있다. 27만㎡ 규모의 습지에 3개 탐조대가 있는데, 탐조대마다 벤치 서너 개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운정동 670 - 문의 : 033-640-5293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꼭 들러야 할 곳이 강릉에 있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이다. 아담한 규모지만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홍보체험관의 특징은 방문객이 몸을 움직여 가며 올림픽의 뜨거운 기운을 미리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관람객은 누구라도 4D 영상관에서 산악스키를 타며 가파른 슬로프를 내려갈 수 있다. 가상현실(VR) 체험존에서는 봅슬레이 국가대표가 되어 미끄러지듯 트랙을 활주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에서는 이토록 생생한 올림픽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을 하려면 사전 확인(033-651-1722)을 하는 게 좋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단위로 관람이 이루어지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할 수 있다. - 주소 : 강원도 강릉시 난설헌로 131 - 문의 : 033-651-1722 - 이용시간 : 10:00~18:00 - 휴무 : 월요일 - 홈페이지 : http://www.pyeongchang2018.com ✔ 여행 팁 가시연습지와 50년 만에 피어난 가시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습지 해설사의 해설 프로그램을 들어보자. 경포호 생성 과정과 습지의 이로움, 가시연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매일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현장 신청 시에는 간단한 해설을 들려준다. 강릉 생태관광 홈페이지( www.gnecotour.co )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거나 방문자센터(033-640-4450)에 문의해 이용할 수 있다. ✔ 추천 여행코스 당일 여행 : 정동심곡바다부채길 → 아라나비 체험 → 강릉커피거리 → 경포호 → 경포가시연습지 1박 2일 여행 : 정동심곡바다부채길 → 하슬라아트월드 → 정동진 시간박물관 → (숙박) → 아라나비 체험 → 강릉커피거리 → 허난설헌 생가 터 솔숲 → 경포호 → 경포가시연습지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체험관 ✔ 자가운전 정보 동해고속도로 → 강릉·동해 방면 좌회전 → 옥계로 → 동해대로 → 금진리·옥계해변 방면 우회전 → 헌화로 → 정동심곡바다부채길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강릉,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20분 간격(06:00~23:30)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50여 회(06:30~23:05) 운행, 2시간 20분~2시간 4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www.kobus.co.kr , www.exterminal.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강릉고속버스터미널 033-641-3184 gangneung.dongbubus.com 강릉시외버스터미널 033-643-6092 www.gangneungterminal.co.kr ✔ 숙소 카리브모텔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69 / 033-641-2355 정동비치모텔: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985-1 / 033-644-5861 호텔탑스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1007-34 / 033-643-1054 ✔ 주변 음식점 초당농촌순두부 : 담백순두부전골, 얼큰두부전골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헌화로 651-4 / 033-642-4009 카페폴앤메리 : 수제버거 / 강원도 강릉시 창해로350번길 33 / 033-653-2354 엄지네포장마차 : 꼬막무침 / 강원도 강릉시 옥천로 47 / 033-642-0178 글, 사진 : 이수린(여행작가),방문수(사진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7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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