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선비들이 장원급제를 꿈꾸며 걷던 길을 지금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즐기며 힐링과 휴식을 위해 걷는다. 조선 시대 영남 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관문, 바로 문경새재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목적과 생각으로 문경새재를 걸었다. 현대에 새로운 길이 놓이면서 한동안 잊혔다가, 옛것에 대한 그리움과 걷기 여행자가 많아짐에 따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를 얻으며 세트장과 박물관 등 볼거리가 생겼다. '예스럽거나 새롭거나', 그야말로 문경새재도립공원에 어울리는 콘셉트다. 글 김수진 , 사진 한국관광공사 DB 문경새재는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고개다. 조선 시대 영남대로의 중심지로 널리 알려졌으나, 기록과 문헌에 따르면 신라 초기부터 이 길을 사용한 것으로 전한다. 문경새재의 '새재〔鳥嶺〕'에 대한 해석은 여럿이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 '풀이나 억새가 우거진 고개', '하늘재와 이우릿재 사이의 고개', '새로 만든 고개'라는 다양한 뜻풀이가 전해온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게 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 문경새재는 이제 교통로 역할을 하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되었다. 이 길이 사랑받는 이유는 옛길의 멋과 청정한 자연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경새재는 전국에서 가장 잘 보존된 옛길이라는 평을 받는다. 특히 6.5km에 이르는 황톳길이 있어 옛 운치를 느끼며 걷기 좋다. 원시림에 청명한 기운이 가득하고, 갖가지 꽃과 나무와 새들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이렇게 다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문경새재 일대는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등에 포함됐으며, '2015 한국 관광의 별' 생태 관광자원 부문에 선정되었다. 본격적으로 문경새재를 걸어보려면 주흘관(영남제일관)을 통과해야 한다. 임진왜란 당시만 해도 조령산과 주흘산을 넘어가는 길에 관문이 하나도 없어, 왜군이 쉽게 충주를 거쳐 한양까지 진격했다. 결국 임진왜란 후 세 관문과 성벽을 건설하기에 이르렀다. 주흘관과 조곡관, 조령관이 그때 축조된 세 관문이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주흘관은 앞면 3칸, 옆면 2칸에 팔작지붕으로, 관문의 곡선미와 굴곡진 산세가 어우러져 아름답다. 세 관문 중 옛 모습을 가장 잘 유지해 문경새재 옛길 탐방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준다. 주흘관에서 3km 정도 지나면 조곡관이 나오고, 다시 3.5km 거리에 조령관이 있다.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 총 6.5km로 길도 완만하다. 산과 계곡이 함께하고, 곳곳에 옛길의 흔적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산책로를 중심으로 등산로도 여러 갈래 마련되었다. 걷는 중간중간 만나는 유적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이 길을 걷던 옛사람들의 얘기가 들려오는 듯하다. 눈여겨볼 곳이 몇 군데 있다. 주흘관에서 약 20분 걸어가면 조령원 터가 나온다. 조선 시대에 공무로 이동하던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다. 건물은 없어지고 터만 남아 번화하던 때를 상상해본다. 조령원 터를 뒤로하고 조금 더 걸어가면 용추폭포와 교귀정이 있다. 교귀정은 조선 시대에 신임 경상감사가 전임 감사에게 업무와 관인을 넘겨받은 곳이다. 1896년 의병전쟁 당시 소실되어 1999년에 복원했다. 웅장한 소나무 한 그루가 교귀정의 품격을 높여준다. 조곡관으로 가는 길에 재미난 비석 하나가 보인다. 다듬지 않은 자연석에 '산불됴심'이라고 새겼다. 조선시대에 일반인의 통행 단속과 관방 유지를 위해 한글로 세운 비로 추정된다. 흔히 볼 수 없는 조선 시대 한글비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조곡관을 지나 조령관에 이르기 전, 동화원 터가 나온다. 새재 정상에 위치한 조령관까지 갔다가 돌아오거나 조령산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는 산책로와 등산로, 자연, 유적 외에도 보고 즐길 게 많다. 조령관까지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주흘관 인근에 위치한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 들러보자.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 당시 조성된 곳으로, 조령산과 주흘산 산세가 고려의 수도 개성의 송악산과 비슷하고 옛길이 잘 보존되어 이곳에 세트장이 들어섰다. 이후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으며, 현재 세트장은 조선 시대 배경으로 다시 조성한 것이다. 문경새재 옛길에서 상상으로 그려보던 세상을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다. 주흘관을 빠져나오면 옛길박물관과 문경새재자연생태공원, 문경자연생태박물관이 있다. 옛길박물관은 국내에서 처음 길을 주제로 한 전문 박물관이다. 문경새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옛길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고, 깊이 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문경새재의 자연을 더 체험하고 싶다면 문경새재자연생태공원과 문경자연생태박물관을 이용하자. 주흘산과 조령산 일대의 자연환경과 생태 자원을 활용해 조성한 공간이다. 꽃동산, 생태습지, 생태연못, 새재조류관찰장, 야생화원 등에서 자연을 배우고 느껴본다. 자연생태해설사 해설 프로그램도 이용 가능하다. ✔ 주소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32 ✔ 문의 - 054-571-0709 / http://saejae.gbmg.go.kr ✔ 식당 - 새재할매집 : 고추장양념석쇠구이정식 / 문경읍 새재로 922 / 054-571-5600 - 소문난식당 : 청포묵조밥, 도토리묵조밥 / 문경읍 새재로 876 / 054-572-2255 - 문경약돌한우타운 : 한우구이 / 문경읍 문경대로 2426 / 1588-9075, 054-572-2655 / http://문경약돌한우타운.kr ✔ 숙소 - 국민여가캠핑장 : 문경읍 새재1길 47 / 054-572-3762 www.mgtpcr.or.kr - 문경관광호텔 : 문경읍 새재2길 32-11 / 054-571-8001 www.mghotel.com - 문경새재리조트 : 문경읍 웰빙타운길 7-12 / 054-572-5100 www.mgle.co.kr ✔ 여행 팁 주흘관에서 조령관까지 가는 길은 완만하지만, 편한 신발과 복장이 필수다. 특히 산행을 계획한다면 등반에 필요한 복장과 장비를 갖출 것. 주흘산이나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은 코스에 따라 4~8시간 걸린다. 일몰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시간을 잘 안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