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출발한 여행길은 그대로 가족과 함께 지나온 시절을 닮았다. 계획에서 어긋나고 약속을 어기고 누구는 서두르고 누구는 느렸던, 그렇지만 늘 함께한 우리 가족 역사의 요약본 같다. 집보다 편안한 방이 있어 다행이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넘치면 감사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 참 다행이다. 부모님과 함께해서 더욱 가치 있던 여행길. 더 오래 손잡고 살자. 건강하고 행복하자, 우리. 이른 새벽부터 짐을 싸는 듯했어도 세월은 흘러 이제 부모님의 걸음은 느리다. 재촉하지 말자. 스스로 다짐하며 느지막이 출발한다. 이날의 첫 여행지, 대전으로 향한다. 대전시청 부근 도심 속에는 자연과 예술이 자리한다. 부모님이 내 나이 무렵, 30여 년 전에는 가꿔진 자연도, 전시된 예술도 찾아 나설 삶의 여유가 없었다. 늙어빠진 이제야 무슨 소용이냐 말씀해도, 선선한 자연의 바람을 맞으며 두 눈을 살짝 감기도 하고, 작품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연신 감탄을 토해낸다. 부모님과 함께 도심의 편의는 한껏 이용하고 자연과 예술의 감흥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대전시청에서 멀지 않은 번화가에 굿모닝 레지던스 호텔 휴가 자리한다. 체크인 시간은 오후 3시. 어느 지역에서 출발하건 짐을 풀고 주변 관광을 하기 좋은 시간대다. 부모님과의 늦은 출발에도 좋다. 도착 전 전화를 하니 직원이 마중한다. 기계식 주차장에 주차를 대행해주고 짐을 1층 프런트까지 옮겨준다. 굿모닝 레지던스 호텔 휴는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꾸며진 실내 외 공간이며 직원의 친절까지 소란스럽지 않다. 객실 풍경도 마찬가지다. 부모님과 함께 지내기 위해 더블베드와 싱글베드가 마련된 디럭스트윈을 생각했다가, 더 넓은 공간을 위해 스위트룸을 선택했다. 이곳 객실은 모두 원룸형으로 주방과 거실, 침실이 한자리에 있는 구조다. 그중 스위트는 공간이 좀 더 넓어 거실과 침실 사이가 구분 지어졌다. 벽과 방문으로 분리하던 집에서 나와 벽 하나 없이 한 방에 둘러앉는 것은 여행지에서 만날수 있는 기회일 테다. ✔ 귓속말 Tip 건물 12층에 전망 좋은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운동복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프런트에 문의하자. 무료로 빌려준다. 대전 한밭수목원은 미로를 방불케 한다. 한 번 들어서면 돌아 나올 시간을 기약하기 힘들다. 덕분에 우리의 여행은 하루 더 연장됐다. 그만큼 살아온 부모님의 시간도, 바쁜 일상에 치인 나의 시간도, 이 순간만큼은 함께라서 든든하고 여유롭기만 하다. 대전에서의 두 번째 밤은 굿모닝 레지던스 호텔 휴에서 멀지 않은 호텔 락희에서 보냈다. 갑작스러운 여행 일정 변경에 굿모닝 레지던스 호텔 휴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 직원은 친절하게도 몇 곳을 알아보더니 호텔 락희를 추천했다. 노부모와 함께 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호텔 락희에는 장애인 객실이 있다. 문턱을 없애고 욕실 벽면에 손잡이를 설치하는 등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배려가 곳곳에 묻어있다. 연로한 부모님에게도 좋은 시설이다. 어린아이 때도, 나이 들어서도 무언가 붙잡을 것이 필요한 법이다. 청년인 나도 가끔은 그렇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마음도 안심하게 된다. 객실로 들어서니 부모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점잖지만 화려한 객실 인테리어 때문이다. 원룸형으로 이뤄진 객실 안에 오픈형 욕조가 놓였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다. 들어서는 현관 조명부터 침실이며 테이블, 거울 위 곳곳에 반짝이는 조명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한몫한다. “너무 비싼 곳 아니니?” 듣는 이 하나 없는데도 엄마의 목소리는 낮고 걱정스럽다. 호텔 락희는 고품격을 지향하는 부티크 호텔이지만 시설 대비 가격은 착하다. 요즘 말로 가성비 ‘갑’인 셈이다. ✔ 귓속말 Tip 이곳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4시. 다소 늦는 감이 있지만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청소 때문. 관리팀이 청소한 후 운영팀이 다시 한 번 청결도를 자체 검열한다고. 덕유산 무주리조트의 관광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서 맞이하는 바람은 아직 봄기운이 가득 차지 않았다. 약간 서늘한 기운이 들어 서둘러 이날의 숙소인 무주리조텔로 향한다. 무주리조텔은 덕유산 자락 산골마을에 자리한 아담한 펜션형 숙박 시설이다. 1990년대부터 작은 호텔로 운영되었고, 지금의 대표가 운영을 맡으면서 조금씩 증축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3층으로 이뤄진 건물은 일반실과 가족실을 갖췄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모든 객실은 심플하게 꾸며졌다. 가족실은 대표가 손수 작업한 원목 객실이다. 외부는 덕유산 공기가, 실내에서는 나무향기가 온몸을 정화한다. 아침이면 1층 한식당에서 조식을 제공하는데, 빵과 커피 등의 간단식과 5가지 반찬에 국을 함께 먹을 수 있는 한식이 동시에 차려진다. 부모님은 든든히 밥을 드실 수 있다고 좋아하시고, 나 역시 눈치 볼 필요 없이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돌아가는 길, 체크인 때 못 본 휠체어 한 대가 눈에 띈다. 대표는 무심히 장애인 객실과 휠체어에 대해 설명했다. 어느 장애인 손님이 방문했을 때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고 결심한 생각이란다. 본인의 어머니가 이용해도 불편하지 않을 방을 만들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인다. 돌아가는 걸음까지 따스해진다. 진짜 봄날이다. ✔ 귓속말 Tip 무주리조텔 대표는 홀어머니를 모시며 리조텔을 운영한다. 몸에 밴 효심은 운영방침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본인의 어머니 연세와 비슷한 85세 전후의 어르신이 오면 10% 할인을 해준다. 다자녀가구 증명서를 지참하는 고객에게도 마찬가지. 할인을 받지 않아도 훈훈하다. 굿모닝레지던스호텔 휴 -주소 : 대전 서구 둔산로73번길 21 -문의 : 042-489-4000 호텔락희 -주소 : 대전 서구 대덕대로220번길 23 -문의 : 042-482-0100 무주리조텔 -주소 : 전북 무주군 설천면 구천동로 878 -문의 : 063-322-0770 글 : 박은경(청사초롱 기자), 김애진(여행작가) 사진 : 김애진, 박은경, 호텔 락희, 무주리조텔 출처 : 청사초롱 2018년 5월호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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