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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끄트머리에서 산으로 향했다. 겨울산은 너무 추워서 부담스럽거나 눈이 쌓여 난이도 높은 여정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청계산 골짜기에 마련된 한 공원에선 그 생각을 잠시 접어도 좋다. 이번 여정은 평상복도 괜찮고 겨울철 등산장비가 없어도 무관하다. '청계산 맑은숲 공원'을 소개한다. 예로부터 관악산과 청계산은 서울의 최남단 좌, 우에 위치해 '좌청룡 우백호'로 불리며 서울을 지켜주는 명산이라 여겨왔다. 청계산은 남북방향을 길게 솟아 있고 그 능선을 따라 주봉인 망경대를 포함해 옥녀봉·망경대·매봉·이수봉·국사봉 등 이름난 봉우리가 많다. 망경대는 고려 말 명유이자 충신이었던 조윤이 개성을 보며 통곡했다고 전해지며, 이수봉은 무오사화에 연루된 정여창이 이곳에 숨어 2번의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봉우리 아래로는 수려한 여맥가 뻗고, 사이 골진 마디마디가 깊은 계곡이다. 또한 청계산의 특징은 편마암 산지로 국내의 대표적인 흙산으로 통한다. 덕분에 걷는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계곡에는 항상 물이 흐르고 울창한 숲의 상쾌함이 가득하니 겨울에도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으로 산이 북적인다. 청계산은 성남시, 과천시, 의왕시, 서울특별시 서초구 등 여러 곳에 발을 뻗고 있다. 덕분에 진입하는 경로도 다양한데, 이번에는 의왕시를 통해 청계사로 이어지는 길을 이용하면 된다. 청계로를 따라 카페, 식당이 길게 조성돼 있다. 좀 더 청계산에 가까워졌을 즈음 주차장이 나온다. 이 주차장과 청계사 사이의 차도는 차량이 서로 아슬아슬하게 비껴갈 정도로 비좁은 폭이다. 길가를 걸어가는 사람이나 차량도 위태로워 보여 불안하기까지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겠지만 차량을 끌고 왔다면 이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 청룡의 긴 몸처럼 넓게 퍼진 청계산의 산세를 보며 품속으로 걸어가 보자. 주차장이 있는 정거장에서 약 400m 정도 들어가면 청계산 맑은숲 공원 안내판이 보이고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가 시작된다. 이 공원은 의왕시 개발제한구역 내 국유지를 활용한 여가 공간으로 모든 이용자가 불편함 없이 산림욕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Barrier free (베리어프리)' 개념이 적용된 공원이라고 한다. 베리어프리란, 고령자 또는 장애인도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움직임으로 선진국 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공원의 산책로는 전구간은 아니지만 초반에서 중반까지 휠체어나 유모차도 이동하기 편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담양과 남이섬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메타세쿼이어길을 맑은숲 공원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물이 흐르는 계곡과 산책로 사이에 뜨문뜨문 자리한 메타세쿼이어가 골짜기에서 보이는 넓은 하늘을 찌른다. 계곡 얼음이 조금씩 녹으면서 찰랑이는 수면이 예쁘게 드러나기도 한다. 투명한 물 아래로 암갈색 낙엽이 깔려있다. 흙산이라 불리는 만큼 수림이 울창하고 그 계곡에 흐르는 물이 깨끗한 것은 당연지사. 청계산이라는 이름처럼 맑은 시내가 돋보이는 풍경이 가득하다. 수도권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고 이런 청량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다행이다. 여름에는 하얀 물줄기와 포말이 시원하게 흐르고 겨울에는 얼음과 눈으로 겨울의 정취를 한껏 머금은 숲에 '맑은'을 달아줄만하구나 싶다. 얼음 막과 수면 사이에 빈 공간이 생겨 물소리가 울리는데, 찰찰 거리던 물소리가 철철 거린다. 낮은 경사로를 따라 산책을 하면 작은 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좀 더 깊숙한 골짜기를 따라 평평한 길이 이어지며 이길 또한 산책하듯 편하게 다녀올 수 있고 사면을 타기 전까지 꽤 긴 편이라 넉넉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위로 오르면 청계사에 이른다. 청계사는 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됐으며 사찰 내 석등과 부도에서 통일신라 양식이 드러나 그 당시에 세워진 것으로 추측된다. 삼국시대 당시 의왕시는 백제의 땅이기도 했으며 고구려 장수왕이 이곳을 점령한 때에는 율목군이 설치되기도 했다. 통일신라시대로 넘어가면서 격전지였던 이곳에 청계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후 고려시대에 대규모 사찰로 거듭나 조선시대에는 연산군의 도성 내 사찰 폐쇄령 이후 봉은사를 대신해 선종의 본찰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극락보전의 관음보살상 왼쪽 눈썹에 우담바라로 짐작되는 희귀종이 자라 화제가 돼 '우담바라 핀 청계사'로도 유명하다. 극락보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으로 조선후기 양식을 보인다. 그 외에도 종각, 삼성각, 지장전 등 10채의 건물이 있다. 극락보전과 와불 사이에서 보물 제11-7호로 지정된 동종을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신라 양식의 종 제작에 뛰어난 솜씨를 가진 사인비구가 만든 8개 종 중 하나이다. 종의 꼭대기에는 두 마리의 용이 종을 들고 있는 듯하며 종의 옆면에는 보살상, 연꽃, 덩굴이 섬세한 모양을 띄고 있다. 겨울산을 다녀왔다는 느낌은 적지만 산의 기운을 듬뿍 받았는지 상쾌함이 오래갔다. 계절과 상관없이 자연을 벗 삼는 것은 어쩌면 행복과 제일 가깝게 가는 길 중 하나가 아닐까. 자연이 주는 공짜라면… 받아도 될 일이다, 감사히.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과천의왕간고속화도로 → 백운호수 → 백운로 학의교사거리 (성남, 안양 방면 우회전) → 한직골남로 → 청계로 → 청계산 맑은숲 공원 * 대중교통 4호선 인덕원역 2번 출구, 버스 정류장 → 10번, 10-1번 마을버스 승차 → 청계사 입구 종점 2.맛집 옛골 : 오리구이, 031-461-0003 황장군 : 갈비찜, 031-461-8700 정통밥집 : 보리밥, 031-461-0601 3.숙소 호텔온 : 내손동, 031-425-2233 신우장여관 : 삼동, 031-461-3362 모텔 몰디브 : 내손동, 031-421-5083 -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ahn856@gmail.com ) ※ 위 정보는 2013년 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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