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을 대표하는 조선 중기의 대학자를 만나는 여행이다. 퇴계 이황과 8년간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단칠정(四端七情)’을 논한 고봉 기대승의 위패를 모신 곳. 월봉서원은 오랜 시간 머물게 되는 사색의 공간이다. 너브실마을의 황톳빛 그윽한 돌담을 따라가 월봉서원을 만나고 대숲과 솔숲으로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을 걸어보자. 성리학은 인간의 마음에 관한 철학이라 한다. 천천히 걸으며 우리의 마음자리를 돌아보는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황룡강변의 푸른 논을 따라 들어가 만나게 되는 너브실마을은 행주 기(奇) 씨 집성촌이다. ‘너른계곡’이라는 이름답게 안으로 들어설수록 그 품을 넓히며 여행자를 맞는다. 황톳빛 돌담을 따라가면 고봉 기대승(1527~1572)의 위패를 모신 월봉서원이 나온다. 고봉 기대승은 조선 중기의 대유학자다. 28세 때 《주자대전》 100여 권을 탐독한 후 4권의 《주자문록》을 남겼으며, 경연에서 선조에게 전한 말을 묶은 《논사록》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대승이라는 이름은 퇴계 이황과의 ‘사단칠정’ 논쟁으로 유명하다. ‘인ㆍ의ㆍ예ㆍ지’인 사단(四端)과 ‘희ㆍ노ㆍ애(슬픔)ㆍ락ㆍ애ㆍ오ㆍ욕’인 칠정(七情)에 관한 8년간의 논쟁은 편지를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 선비들 사이에서는 그 편지를 필사해 돌려보는 것이 대유행이었다고 한다. 긴 철학적 논쟁 중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존경하고 흠모했다. 26세라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를 존중했으며, 강변에서 함께 유숙하며 인간적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성리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은 물론이다. 자, 이제 작은 계곡을 건너 월봉서원으로 들어가 보자. 단단하고 반듯한 화강암 돌담을 두른 외삼문에는 ‘망천문’이라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너브실마을 앞을 흐르는 ‘황룡강을 바라보는 문’이라는 뜻이다. 한 걸음 더 들어서면 너른 마당 안 깊숙이 돌기단 위에 자리 잡은 빙월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양쪽으로 동재와 서재, 장판각까지 거느린 당당한 모습이다. 빙월당은 월봉서원의 강당으로, 1938년 전남 지역의 유림들이 세웠다. 묵묵히 서 있는 이 서원은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는 수난을 겪었다. 고봉 선생이 45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6년 뒤인 선조 11년, 지방 유림들이 광산군 비아면에 망천사를 짓고 위패를 모셨다. 그로부터 수십 년 세월이 흐른 후 현재의 위치로 옮기고, 1654년 효종이 ‘월봉’이란 사액을 내려 사액서원이 되었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따라 훼철되었다가 1938년 빙월당을 시작으로 1981년까지 사당과 외삼문, 장판각, 내삼문이 만들어졌다. 한꺼번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세월에 걸쳐 하나하나 정성 들여 이루어진 모습이다. 너른 마당에서 섰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은 그 세월과 정성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월봉서원’이라 쓰인 현판을 중심으로 ‘빙월당’, ‘충의당’이라 쓰인 현판이 양쪽으로 걸려 있다. 오른쪽 방에는 ‘빈당익가락(貧當益可樂)’이라 쓰인 편액이 눈길을 끈다. ‘가난할수록 즐거움이 더한다’는 뜻으로 퇴계 이황이 보낸 편지 중 한 구절이라 한다. 빙월당 뒤편 돌계단을 오르면 고봉 선생의 위패를 모신 숭덕사다. 이 사당도 제법 너른 마당을 거느리고 있다. 사당의 내삼문을 등지고 돌계단에 서면 빙월당의 뒷모습과 너브실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이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특히 해질 무렵의 풍광이 멋지기로 입소문이 났다. 월봉서원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은 백우산 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철학자의 길’을 걷는 데 있다. 서원을 나서서 기대승의 묘를 찾아 길을 잡는다. 푸른 소나무와 대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기대승이 지은 유일한 한시를 새긴 바위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호사롭고 부귀롭기야 신릉군만 할까만 / 백년 못 되어 무덤 위에 밭을 가니 / 하물며 여남은 장부야 일러 무삼하리요. 기개 높고 청렴하기로 유명했던 선생의 품성이 느껴지는 시다. 완만한 숲길을 오르면 기대승과 그 부인의 묘가 나온다. 너무 이른 나이에 생을 마쳐야 했던 철학자의 무덤이 쓸쓸하다. 무덤을 둘러본 후 백우산 전망대까지 올랐다가 백우정으로 내려오는 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산책을 마친 후 서원 앞 유물관에 들러 고봉 선생의 유물을 살펴보고 조선 성리학의 계보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걸음이 되겠다. [월봉서원] 주소 :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곡길 133 문의 : 062-432-1318 / www.wolbong.org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장성IC로 나와 가작교차로에서 장성, 정읍 방향 좌회전. 황룡교차로에서 나주, 임곡 방향 좌회전 후 강변로 따라 약 8km 이동. 광곡길을 따라가면 월봉서원 이정표가 보인다. * 대중교통 광주역에서 임곡89번 버스를 타고 월봉서원 입구에서 하차. 도보 약 15분 2.주변 음식점 호화정 : 매운탕․백숙 / 광주시 광산구 용진로 773 / 062-944-7222 강변회관 : 해물탕․매운탕 / 광주시 광산구 고봉로 855 / 062-952-7234 3.숙소 MGM관광호텔 : 광주시 광산구 무진대로212번길 13-33 / 062-944-8598 싼타모관광호텔 : 광주시 광산구 사암로216번길 10-11 / 062-956-5000 4.기타 여행정보 광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s://tour.gwangju.go.kr/home/main.cs - 글, 사진 : 박성원(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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