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메뉴를 정하려고 사람들이 모였다. 순대음식이 거론될 때면 가자는 이와 못 간다는 이들로 상황이 갈리기 마련. 낯익은 모습이지 않은가. 그만큼 순대를 대하는 취향은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다. 그 중 순대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소개한다. 옛말 조금 인용해보자면 '순대를 알면 백전백식, 아는 만큼 먹는다'라고 하니, 마우스 스크롤 속도 조절하며 내용에 주목해 보자. 서울톨게이트에서 약 47㎞ 떨어진 용인시 백암면, 이 작은 고장이 백암순대로 유명해진 연유가 궁금하다. 지금의 백암순대 시발점은 조선시대의 죽성(안성시 죽산면)이다. 하지만 죽성이 퇴조됨에 따라 안성과 가까운 용인시 백암면의 '백암장'으로 순대가 자리를 옮겨져 명맥이 유지됐다고 전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백암은 용인시의 최대 돼지 사육지 이면서 백암장으로 몰려드는 인파 또한 많아 백암순대의 수요-공급에 최적이었을 것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순대와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순대는 전투식량이다' 몽고 칭기즈칸 시대, 당시의 기마군은 빠른 기동성으로 잘 알려졌다. 그 기동성을 뒷받침한 음식이 바로 순대라고 한다. 짐승의 창자에 쌀과 야채를 넣어 다닌 것인데, 휴대에 용이하고 영양소도 골고루 있으니 이동 중 제격 아니겠는가. 또한 그 영양 배합은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순대의 큰 장점으로 손꼽힌다. 백암면사무소를 지나, 면 중심으로 들어가면 백암순대 음식점이 즐비하다. 이 거리의 시초는 약 반세기 전, 백암장이 설 때부터 순대와 국밥을 만든 ‘풍성옥’이라 한다. 순대거리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백암순대 찾기가 수월하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 방송을 통해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 등 음식점마다 자부심이 대단하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외관보다 시장거리에 원래부터 있었던 듯 싶은 식당 모습들이다. 드디어 입장, 백암순대와 순댓국을 기다린다. 백암순대는 백일장이 서던 날에만 먹을 수 있던 음식이다. 그 맛이 유별나니, 입소문을 타고 각지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백암의 향토음식으로 거듭났다. 백암장날이 아님에도 먹을 수 있게 된 그 맛이 궁금하다. 백암순대는 돼지 작은창자만을 사용한다. 그래서 식용비닐을 사용한 순대의 껍질과 다른 모습을 띤다. 순대 속은 돼지고기, 각종 야채와 찹쌀을 재료에 따라 다른 질감으로 갈아 조리한다. 구성 비율은 만드는 이에 따라 다르고 맛 또한 달라진다. 식감은 시차를 두고 조금씩 달라지는데, 처음 말랑한 질감의 껍질이 느껴지고 이후로 적당히 갈린 돼지고기와 야채가 씹힌다. 찹쌀 덕분에 전체적으로 매우 부드러운 식감이다. 그리고 말캉한 무엇이 씹히게 되는데, 물렁뼈다. 그래서 뼈있는 순대로도 잘 알려졌다. 백암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식감이다. 같이 나오는 새우젓양념은 살짝만 찍어 먹기를 추천한다. 매우 짜다. 대부분의 백암순대는 양파, 양배추, 부추, 콩나물, 숙주, 당근이 들어가며 그 외에 야채들이 더 들어간다. 당면과 찹쌀, 돼지고기와 선지가 들어가니 백암순대 속에 들어있는 영양소는 웬만한 백반에 버금가는 수준. 섬유질의 다양한 야채 속 비타민, 당면과 찹쌀의 탄수화물, 돼지고기의 단백질, 선지의 풍부한 철분 등, 완전식품의 대명사격이다. 보글보글 소리 내며 나오는 뜨거운 뚝배기가 아니다. 나오자마자 한 숟가락 크게 떠서 먹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뜨뜻하게 나온다. 토렴 방식으로 나왔다고 한다. 옛 장터에서는 식은 밥을 넣은 뚝배기에 국물을 붓고 뺐다를 반복해 따뜻할 정도의 온도로 국밥을 주었다. 순댓국에 참 어울리는 방법이다. 덧붙여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너무 뜨거우면 먹기도 불편하고 맛을 음미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취향에 따라 다진 양념, 후추, 청양고추, 들깨가루, 김칫국물 등을 넣어 나만의 순국을 완성. 본 기자는 들깨가루를 넉넉히 넣어 걸쭉하게, 청양고추 2~3개를 넣어 얼큰하게 먹는다. 그렇게 준비된 사수로부터 '준비 쏴' 역시나 평소 먹던 순댓국과 틀리다. 백암순대국만의 진한 구수함이 맛과 향으로 단박에 침투한다. 뽀얀 국물도 매우 걸걸해 여운이 오래간다. 물론 잡내는 오랜 기간에 거쳐 완성된 노하우 덕분에 찾을 수 없다. 깔끔, 담백하다기보다 진하고 깊다고 해야 적확하겠다. 건너 자리, 어르신 세 분이 순댓국 한 뚝배기와 사는 이야기를 안주로 소주잔을 기울인다.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풍경이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먹먹한 가슴을 달래주는 음식에 순대국은 빠지지 않는 효자다. 한 뚝배기 든든하게 먹으니, 알차 보이는 순대 속처럼 배속이 든든하다. 생활권에서 구매가 쉬운 순대만 접하던 중, 백암면에서 만난 순대는 그 풍미와 맛이 남달랐다. 그 매력에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멀리서 발품 팔아 찾아온 사람들로 백암순대골목이 북적인다. 물론 이유는 맛이리라. 손맛이 그대로 밴 원조의 풍미를 지키는 것, 원조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도 동참해야 오랜 기간 그 맛이 이어진다. 변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순대가 등장하지만 그런 중에도 대대로 내려온 백암순대가 자랑스럽다. 입이 너무 호강했다. 눈, 코도 호강시켜줘야 하는데, 어딜 가면 좋을까. 용인시민이라면 한택식물원을 멈춤 없이 추천한다. 백암면에서 약 10㎞ 거리에 있으니 금방이겠다. 비봉산 아래로 자리한 한택식물원, 조경과 코스구성이 으뜸이다. 완만한 경사로 산보하며 다양한 식물들이 예쁘게 난 모습을 살피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비봉산의 자연을 그대로 느낌과 동시에 다양한 식물의 세계까지 아우르니 이만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제일식당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로201번길 11 문의 : 031-332-4608 한택식물원 주소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로 2 문의 : 031-333-3558 http://www.hantaek.co.kr/ 글, 사진 : 안정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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