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진동면 동파리 해마루촌은 근대사의 흔적이 서린 생태마을이다. 민통선 마을 주변으로는 임진강이 상처를 보듬고 에돌아 흐른다. 해마루촌 일대는 분단 이후 60년간 출입이 제한된 까닭에 자연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된 ‘생태계의 보고’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민통선 안 외딴 공간인 동파리 해마루촌은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으로부터 2km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실향민 정착촌 계획에 따라 조성된 마을로 원래 장단군 동파리였으나 6․25전쟁 이후 파주군에 편입된 고장이다. 정착촌 공사를 시작해 2001년 첫 세대가 입주했으며 지금은 수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해마루촌이라는 명칭은 주민들이 동파리(東坡里)를 우리말로 재해석해 ‘동(東)’은 ‘해’, ‘파(坡)’는 언덕을 뜻하는 ‘마루’로 보고 이름 지었다. 해마루촌에 들어서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다. 통제구역에 들어서기 전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군부대의 신원조회도 거쳐야 한다. 민간인 통제구역에 들어서면 적막한 정경이 펼쳐진다. 군용 트럭이 오가는 2차선 도로에는 곳곳에 군부대가 도열해 있고, 낮은 철조망이 도로와 함께 달린다. 그렇게 10여 분을 지나치면 낯선 풍경의 해마루촌이 나타난다. 거대한 펜션 단지에 들어선 것처럼 집들이 형형색색 이국적으로 꾸며져 있다. 민간인 통제구역 안 삭막하고 거친 공간에 유럽풍 가옥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정경이다. 마을은 온통 야생화 천지다. 이곳에는 100여 종의 자생초가 피어나는데 집 앞마당에도 야생화가 피어 있고, 언덕으로 오르는 오솔길에도 소담스런 꽃들이 반긴다. 야생화와 함께 야생 조류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해마루촌 일대에는 천연기념물 제203호인 재두루미가 날아들며 마을 앞은 쇠기러기의 서식처다. 검독수리 등 희귀조도 관찰된다. 해마루촌은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우수마을이다. 민통선 마을에 서려 있는 또 다른 가치를 음미하려면 품을 들여 발길을 옮겨야 한다. 해마루촌 언덕 너머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초평도는 세인들의 발길을 멀리한 채 고즈넉한 자태를 감추고 있다. 임진강이 흐르는 이 일대는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임진왜란 때 선조대왕이 몸을 피하기 위해 임진강 동파나루를 거쳐 갔는데 바로 동파나루가 이곳 동파리예요. 저 아래 초평도에는 6․25 때 중국 군인들이 주둔했고요.” 한 주민이 시린 사연을 전한다. 초평도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강변으로 내려서면 이곳이 왜 자연생태계의 보고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강변에 보기 드물게 형성된 강뻘에 물을 먹기 위해 강가에 내려온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빼곡히 찍혀 있음을 볼 수 있다. 초평도 일대는 황복의 산란장으로 어름치를 비롯한 80여 종의 담수어종이 발견된다. 초평도를 감싸고 흐르는 고즈넉한 강의 정취가 푸른 기운과 어우러져 신선들의 세상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곳이 민통선 마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만드는 흔적들도 주위에서 발견하게 된다. 마을과 농토를 가르는 경계선에는 철조망이 설치돼 있고 언덕 위에는 감시탑이 서 있다. 마을 앞산을 오르는 길에는 붉은색 ‘지뢰’ 주의 표시판이 걸려 있다. 한 주민이 정착 초기에 발견된 녹슨 지뢰를 보여주며 “외지인들이 가끔 나물을 캔다고 산에 오르곤 하는데 큰일날 일”이라고 말한다. 몇 해 전 해마루촌이 다시 부각된 것은 이곳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던 높은음자리표 마을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마을은 도로가 원형으로 놓여 자연스럽게 높은음자리표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이 인공위성을 통해 확인됐다. 민통선 안 해마루촌은 반세기의 상처를 씻어내고 농촌체험마을, 생태안보관광마을로 탈바꿈 중이다. 철조망 너머 임진강변에 서서 야생화의 향기를 맡고 초평도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해마루촌의 하루가 울컥거린다. 인근에 《동의보감》으로 유명한 허준 선생의 묘역이 있으며, 임진각과 황희 선생의 유적지인 반구정 등도 두루 돌아볼 수 있다. 해마루촌 -주소 :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해마루길 111 -문의 : 010-2417-5100 (민간인 출입제한 구역으로 방문 전 사전예약 필수)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4년 5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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