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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탄도항은 새롭게 떠오르는 일몰 명승지다. 갯벌 사이로 풍력발전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매력적인 포구다. 사람들은 갈라진 바닷길을 따라 흰 등대가 우뚝 솟은 누에섬까지 하염없이 걷곤 한다. 탄도항에서 갈라진 바다를 지나 누에섬까지 걷는 길은 제부도 '모세의 길'보다 호젓하다. 차도 드나들지 않는 데다 가는 길 중턱에 풍력발전기가 있어 잠시 걸음을 쉴 수도 있다. 발전기 아래 서면 '웅웅' 굉음이 귓가를 스친다. 뱃고동 소리 같기도 하고 갯벌의 울음 같기도 한 소음은 그리 둔탁하지 않다. 바람에 실리면 청아하게 갯벌 너머로 사라진다. 기둥 아래 기대 탄도항을 바라보면 포구는 고즈넉한 풍경이다. 흰 등대가 서 있고, 배들은 가지런하게 숨죽인 채 새로운 계절을 맞고 있다. 탄도항은 몇 해 전만 해도 세간에 잘 알려진 포구는 아니었다. 인근에 있는 제부도와 대부도가 오랜 기간 유명세를 탈 때도 포구는 늘 뒷전이었다. 그랬던 탄도항에 최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포구 건너 전곡항에서 세계요트대회가 열리고, 동화 속 풍경처럼 풍력발전기가 들어서면서 탄도항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누에섬은 멀리서 보면 누에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주변은 대부도, 제부도, 선감도, 불도, 탄도 등 크고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있다.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빠질 때를 기다려 탄도항에서 누에섬까지 향하는 이유는 섬 안에 들어선 등대전망대 때문이다. '등대전망대까지 1,000m'. 드러난 바닷길 한편에 전망대를 알리는 이정표가 바닥에 붙어 있다. 이 이정표 역시 길목에 물이 차면 바다 속에 잠기는 야속한 운명이다. 누에섬 자락에 누에 눈처럼 비죽 솟아오른 곳이 바로 등대전망대다. 등대 아래로는 전시실과 전망대 시설이 있다. 1층에는 누에섬 인근 바다를 소개하는 체험관이 있으며, 2층은 우리나라와 세계의 등대들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기원전 280년경에 세워져 세계 최초의 등대로 꼽히는 이집트 파로스 등대부터 우리나라 최초(1903년)의 등대인 인천 팔미도 등대까지 재미있게 비교해볼 수 있다. 전망대는 무료로 개방 중이다. 3층 전망대에 오르면 인근 섬과 바다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어선도 섬 길목을 스쳐 지난다. 누에섬까지 오가는 길에는 '부부바위'로 불리는 돌섬이 보인다. 인근 갯벌 지역에서는 바지락 캐기 등 갯벌체험이 가능하다. 탄도항 어촌계는 2,000~3,000원의 비용을 받고 바지락 캐기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누에섬에서 뭍으로 돌아오는 길은 바람의 방향 때문인지 수월하다. 갈라지는 바닷길을 나서면 탄도항 초입에 자리한 안산어촌민속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박물관은 배를 닮았고, 건물 앞 화장실은 닻을 본뜬 모양이다. 박물관에서는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의 생태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1, 2층 전시관에는 이 지역의 어촌 풍습을 재현해놓았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고기잡이 방식인 '돌살', 풍어제인 '둔배미놀이' 등 바다와 어우러져 사는 어민들의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어린이 상설체험전시실은 서해안의 생태와 해양생물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또 놀이공간, 쉼터, 입체영화 상영실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운치 있는 항구지만 탄도항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한 과거가 엿보인다. 수원시에 속했다가 부천시로 편입되기도 했으며, 인천 옹진군 간판을 달기도 했다. 안산시 탄도항이 된 것은 1996년의 일이다. 시화방조제가 생기기 전에는 화성 마산포에서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외딴 섬이었다. 섬의 유래를 들춰봐도 흥미롭다. 예전에는 '숯무루'로 불렸는데 이곳에 참나무 숯이 많이 나와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섬 주변에 검은 돌이 많아 탄도로 불렸다는 주장도 있다. 박물관 구경까지 마쳤으니 이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다. 탄도항이 더욱 유명세를 탄 것은 아름다운 일몰 때문이다. 인근 화성 궁평포구의 해넘이가 그동안 이 일대의 낙조 포인트로 알려졌는데, 최근 들어 풍력발전기 너머로 해가 지는 탄도항이 사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낮의 눈부신 햇살에 부서졌던 갯벌과 풍력발전기가 해질 무렵 붉은 빛에 반사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위로 갈매기가 날아오르고, 갈라진 바닷길 위로 물이 스멀스멀 차오르면 낯선 포구의 분위기는 한결 먹먹해진다. 탄도항 나들이를 더욱 즐겁게 해주는 것은 산지에서 직접 맛볼 수 있는 해산물이다. 어촌민속박물관 마당 건너에는 탄도항 어촌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탄도항 수산물 직판장이 들어서 있다. 난전 형태의 횟집들을 철거하고 2007년에 완공된 수산물 직판장은 1층 가득 횟집들이 즐비하다. 어느 곳에 들어가든 편차 없이 양질의 회를 맛볼 수 있다. 봄이 무르익으면 간자미, 주꾸미, 광어, 물메기 등이 제철이다. 물때에 따라 경매가 이뤄지며, 갓 잡은 싱싱한 활어를 그 자리에서 맛볼 수도 있다. 이곳 수산물 직판장에서는 생선회뿐만 아니라 상에 오른 각종 해산물들이 입을 즐겁게 한다. 7만 5,000원짜리(4인분) 횟감을 구입하면 생선회 외에도 굴, 소라, 멍게, 조개탕, 새우, 낙지, 돌조개, 해삼 등 10여 가지 해산물이 딸려 나온다. 가격대는 그날 조황에 따라 5,000~1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도심 횟집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고 양은 푸짐한 편이라 가족 단위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매운탕과 공깃밥은 회 가격에 포함돼 있다. 1층에서 횟감을 정하면 2층에 올라가 회를 맛보게 되는데, 이곳 2층의 전망이 황홀할 정도로 뛰어나다. 저녁 무렵이면 노을 지는 누에섬과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감동의 회 한 점'을 맛볼 수 있다. 1. 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비봉나들목으로 나간 뒤 송산을 거쳐 전곡항 방면으로 향한다. 영동고속도로 월곶나들목에서 시화방조제 방면 대부도로 진입해도 된다. * 대중교통 123번 버스가 고잔신도시에서 안산역을 경유해 탄도항까지 간다. 2. 관람안내 - 어촌민속박물관(032-886-0126) : 오전 9시~오후 6시. 매표는 종료 30분 전에 마감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 등대전망대(010-3038-2331) : 오전 9시~오후 6시(3~10월). 최근 입장료가 무료로 전환됐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 - 누에섬 : 등대전망대와 어촌민속박물관에서 누에섬 들어가는 물때를 알 수 있다. 누에섬까지 차량 통행 불가. 3. 주변 음식점 목포회집 : 탄도항 수산물 직판장 / 활어회 / 032-882-7921 원조회집 : 탄도항 수산물 직판장 / 활어회 / 032-884-3962 대부도바지락칼국수 : 단원구 선감동 / 칼국수 / 032-886-9878 4. 숙소 게스트하우스 에리카 : 상록구 사1동 / 031-436-8014 안산호텔 : 상록구 일동 / 031-408-8700 화이트아일랜드 : 단원구 대부북동 / 032-886-1120 - 글, 사진 서영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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