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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천에는 전통문화와 선비들의 풍류, 나라를 지킨 이들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지역의 역사를 살펴보고 고풍스러운 누각에서 옛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치열했던 전쟁의 현장에 닿는다. 세 공간을 차례로 거닐며 영천의 시간을 깊이 들여다본다. 🕰️영천의 시간을 잇는 세 여행지🕰️ - 영천전통문화체험관: 전시와 체험으로 살펴보는 영천의 역사와 생활문화 공간 - 영천조양각: 금호강 풍경과 문인들의 자취가 어우러진 누각 - 영천전투호국기념관: 영천전투의 의미와 참전 용사를 기억하는 기념관 붉은 벽돌로 마감한 영천전통문화체험관 앞에 서면 '쟁기질하는 소와 농부' 조형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흙을 일구며 살아온 영천 사람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대형 ‘영천군전도’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 지도는 조선 후기 영천의 공간 인식을 담아낸 조선 후기 고지도를 벽면 크기로 재현한 전시물로, 영천을 상징하는 이수삼산(二水三山)의 지형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금호강과 신녕천으로 대표되는 두 물줄기와 보현산·팔공산·운주산 등으로 이어지는 세 산이 도시를 감싸는 모습이 한눈에 펼쳐지며, 영천이 어떤 자연 지형 위에 자리해 왔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전시실에는 영천을 오가던 사람과 물자의 흔적이 펼쳐진다. 말 모형과 말갖춤, 역원(관원이 말을 갈아타고 묵던 시설) 문화를 소개하는 자료는 영천이 예부터 영남좌로의 중요한 교통 요충지였음을 보여준다. 금호강 유역의 넓은 분지와 이를 둘러싼 산지 사이로 길이 이어지면서, 이곳은 자연스럽게 사람과 물자가 머물고 오가는 길목이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관원과 사신이 이동할 때 말을 갈아타고 숙식을 해결하던 역원이 발달해, 영천이 교통과 행정의 중간 거점 역할을 맡았다. 의식주를 주제로 한 공간에서는 영천의 생활문화가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키와 절구, 디딜방아, 짚공예품 같은 농경 도구에서는 손으로 곡식을 거두고 갈무리하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제기와 향로, 놋그릇, 토기, 목가구는 제례와 살림살이에 깃든 옛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전한다. 초가지붕 원두막과 주막을 재현한 공간도 있어 전시물을 실제 생활 장면과 연결해 살펴보기 좋다. 영천전통문화체험관의 야외 공간은 넓은 잔디마당을 중심으로 기와지붕의 한옥 전각과 붉은 벽돌의 현대식 체험관이 마주 보며 자리해, 전통과 현대가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두 건물은 공중 연결 통로로 이어져 과거와 현재가 시각적으로 교감하는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한옥 전각의 기단과 마당 둘레에는 맷돌과 풍구 등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던 농기구들이 전시되어 있어 실내에서 살펴본 농경 문화를 야외에서도 이어서 체험할 수 있다. 영천전통문화체험관은 기존 영천민속관과 연계하여 전통문화 전시·체험 기능을 대폭 보강한 공간이다. 돌담과 함께 남아 있는 솟을대문에는 ‘영천민속관’ 현판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과거 민속관의 흔적을 보여준다. 전통 가옥의 구조와 돌계단, 대문 양식은 옛 생활공간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하며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과거의 마을로 이끈다. 영천전통문화체험관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운동장로 54 - 운영 시간: 10:00~17: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무 - 문의: 054-330-6515 금호강 북쪽 언덕에 자리한 조양각은 울창한 나무 사이로 뻗은 팔작지붕이 먼저 시선을 끈다. 흙길 진입로 양옆에는 잔디와 낮은 관목이 정갈하게 이어지고, 소나무가 누각을 감싸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강변에서 올려다보면 가파른 언덕과 돌축대 위에 우뚝 선 모습이 한층 장중하게 느껴진다. 누각 앞마당에 오르면 나무 사이로 보이던 건물의 전체 윤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조양각의 역사는 고려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명원루’라는 이름으로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주변 건물과 함께 소실됐다. 조선 인조 때 다시 지으면서 지금의 이름인 ‘조양각’을 얻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부속 건물과 출입문이 철거되면서 현재는 조양각 한 동만 남았다. 오랜 세월 동안 모습은 달라졌지만, 영천을 대표하는 누각으로서의 자리는 굳건히 지키고 있다. 건물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로, 겹처마를 얹은 팔작지붕이 수평으로 길게 뻗어 있다. 붉은 기둥과 화려한 단청, 날렵하게 들린 처마가 조화를 이루며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인상을 준다. 자연석 초석 위에 세운 기둥과 마루 둘레의 난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기둥마다 모양이 다른 초석과 목재 구조의 결구, 공포 아래 문양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영천조양각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문화원길 6 - 문의: 054-330-6381 고경면 산자락 아래 자리한 영천전투호국기념관은 6·25전쟁 당시 국군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발판이 된 영천전투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건물 앞에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원한 국가들의 국기가 줄지어 펄럭인다. 전시관을 둘러싼 녹지와 산책로까지 시야에 담으면 이곳이 전시와 추모, 휴식을 아우르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영천전투는 국군 제7사단과 제8사단이 주축이 되어 북한군 제15사단의 공격을 막아 낸 전투다. 당시 영천은 대구와 포항을 잇고 경주로 연결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 이곳이 무너지면 낙동강 방어선과 부산 교두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국군은 치열한 공방 끝에 반격에 나서 영천을 확보했고, 북한군의 전차와 화포를 파괴하거나 노획했다. 이 승리는 수세에 놓였던 국군이 공세로 전환하는 발판이 됐다. 기념관 내부는 이러한 치열했던 영천전투의 순간을 다채로운 연출로 복원해 놓았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지도와 기록 자료, 영상, 모형을 통해 당시의 전황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철조망과 무너진 건물, 파손된 철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시가지를 공간적으로 재현해 놓았다. 붉은 별이 그려진 전차와 몸을 낮춘 군인 모형은 긴박했던 전투 현장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전시물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영천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양측의 상황과 국군의 방어·반격 과정을 차례로 이해할 수 있다. 전시는 전투의 승패만을 다루지 않는다. 기록사진 전시에서는 전쟁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지역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폐허와 무기 뒤에 가려졌던 민간인의 삶까지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관람객의 발길이 오래 머문다. 곡선형 벽을 따라 조성한 추모 공간에는 태극기와 유엔기,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원한 22개국의 국기가 함께 전시돼 있다. 전투 지원 16개국과 의료 지원 6개국의 국기를 바라보며 국내외 참전용사의 희생과 국제사회의 연대를 되새긴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기념관 야외에 조성된 추모공원으로 걸음을 옮겨 보자. 잔디밭과 원형 광장 사이에 군인 조형물이 서 있고, 계단형 산책로와 회랑이 기념관과 공원을 잇는다. 지원국 국기가 펄럭이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전시실에서 마주한 이야기가 한층 묵직하게 다가온다. 나라를 지킨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오늘의 평화가 지닌 가치를 마음에 새기며 영천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영천전투호국기념관 - 주소: 경상북도 영천시 고경면 용담로 2054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무 - 문의: 054-338-8597 ※ 위 정보는 2026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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