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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는 자와 쫓기는 자. 영화 <감시자들>은 그 긴박한 상황이 영화의 재미다. 모전교에서 숭인동 동묘시장까지, 청계천변 골목길은 그 미로 같은 공간을 묘사하는 최고의 세트다. 살아 있는 서울, 우리 이웃들의 삶을 감응의 시선으로 마주하기에 그만인 곳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은행 강도 장면이다. 제임스(정우성 분)의 명령에 일당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제임스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 고층 빌딩 옥상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상황을 통제한다. 곧 차량 폭발 사고가 멀지 않은 도로 건너편에서 일어난다. 그가 시선을 돌린다. 포스코센터와 거리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 이뤄진 촬영이다. 고층 빌딩이 만들어낸 도시의 풍광이 고스란하다.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 장면 역시 테헤란로가 무대다. 왕복 8차선을 거침없이 내달리는 추격전이다. 평소에는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촬영은 서울의 교통이 한산한 명절 연휴를 이용해 가능했다. <감시자들>은 서울 로케이션 영화다. 테헤란로 외에 서소문고가와 이태원, 광화문 등 서울 구석구석을 누빈다. 눈에 익은 풍경이 수시로 드나든다. 하지만 촬영지를 여행하는 재미는 테헤란로나 서소문고가보다 미로 같은 골목이 한층 흥미진진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골목은 대부분 청계천 일대다. 청계광장에서 멀지 않은 모전교를 출발해 동묘 인근 영도교에 이르는 구간이다. 청계천 나들이를 즐기다 잠깐씩 샛길로 빠져 인근 시장으로 파고들면, 걸어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영화 속 풍경들이 보인다. 다행히 영화는 서울의 지명과 장소를 그대로 사용한다. 덕분에 길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영화의 순서대로라면 첫 출발점은 청계천 영도교다. 영화에 직접 등장한 건 아니지만 청계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가운데 하나다. 단종이 영월로 귀양 가며 정순왕후 송씨와 이별한 다리다. 영영 이별이라 해 ‘영이별다리’, ‘영영건넌다리’라는 전설이 깃들었다. 하지만 훗날 대원군이 경복궁 중수에 영도교 돌을 가져다 쓰며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의 영도교는 다리 위에 줄지어 선 가로등이 멋스럽다. 등불 모양으로 영영 이별한 안타까운 심정을 달랜다. 촬영 장소는 영도교에서 황학교로 향하는 청계천 왼쪽 도로변의 숭인상가아파트다. 첫 미행에 나선 ‘꽃돼지’ 하윤주(한효주 분)가 ‘물 먹는 하마’를 쫓아 올라가던 오피스텔이다. 그에 앞서 감시반이 물 먹는 하마의 뒤를 쫓던 골목은 숭인상가아파트와 연결된 뒷골목 시장이다. 바로 동묘 벼룩시장 일대다. 지하철역으로는 1호선과 6호선이 지나는 동묘앞역에서 가깝고, 청계천 영도교에서 동묘 쪽으로 곧장 직진해도 무방하다. 동묘 벼룩시장에는 세상 모든 물건이 다 모여 있다. 전화기, 스탠드, 카메라, 구두, 옷가지 등과 온갖 골동품을 판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서울의 골목으로 스민 것만 같다. 무엇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길은 시장에 널린 물건들만큼이나 아기자기하고 흥미롭다. 영화에서는 동묘 벼룩시장 골목길 외에 영등포 유흥가, 마포시장 족발골목과 전집골목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장면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동묘 벼룩시장의 풍모는 영화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서울의 명물답다. 두 번째 골목 추격전은 제임스 일당의 증권거래소 진입이 실패한 직후에 벌어진다. 황 반장(설경구 분)과 하윤주가 도주하는 제임스를 쫓는다. 증권거래소는 여의도에 있지만 계속되는 영화의 장면은 청계천이다. 극중 교신을 기억하면 위치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신호가 청계천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에 멈춰 있습니다.” 제임스는 모전교와 광통교 사이 아래쪽 벤치에 앉아 부하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제임스의 뒤를 밟던 황 반장과 하윤주 역시 청계천으로 따라온다. 황 반장이 서 있던 곳은 광통교 위고, 하윤주는 모전교 위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있는 청계천 두 다리에서 아래를 지나는 사람들을 살핀다. 마치 <감시자들>의 주인공처럼 사람들의 표정을 살핀다. 통화 중인 사람을 찾고 그 가운데 ‘검은 모자 20대’와 ‘건너편 뿔테 안경’의 위치를 더듬는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그저 한가롭고 평화로운 오후의 일상이다. 극중에서도 감시팀의 긴박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오갔던가. 영화는 감시자의 시선을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들여 긴장감을 높인다. 더구나 청계천에서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빈번한 모전교와 광통교 구간이다. 그만큼 아름답고 의미 있는 자취들이 적잖다. 모전교는 전통 대청 양식을 도입한 아치교다. 청계천의 첫 번째 다리로 옛날에는 과일을 팔던 가게들이 있었다. 이를 ‘과전’ 또는 ‘모전’이라 불렀는데 그 이름에서 기인한 다리다. 청계광장에서 떨어진 폭포수가 팔석담 사이를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팔석담은 60m 구간에 조선 팔도의 석재를 사용해 물길과 분출구를 조성했다. 팔도 화합의 의미를 담고 흐른다. 두 번째 다리인 광통교는 광통방에 있던 큰 다리다. 도성의 남녀가 모여 답교놀이를 즐기던 명소였다. 현재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특히 해질녘에 가면 좋다. 광통교에서 바라보면 모전교와 청계광장 너머 고층 빌딩 사이로 서울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청계천을 빛의 잔상으로 물들이는 일몰은 도심에서 마주하는 뜻밖의 낭만이다. 하지만 광통교에 전해오는 일화가 슬프다. 광통교에 놓인 돌들은 여느 다리와는 조금 다른 석재다. 다리 아래로 들어가서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정교한 구름과 당초무늬 그리고 머리에 관을 쓰고 두 손을 합장한 신장상이 새겨졌다. 한눈에도 예사 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태조 이성계가 가장 사랑한 계비 강씨의 묘에 사용한 돌들이다. 이를 첫 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태종 이방원이 묘를 이장할 때 옮겨와 다리를 세우는 데 사용함으로써 복수했다. 인간사의 원한이 서린 씁쓸한 뒷모습이다. 광통교에서 다리를 몇 개 지나면 세운교와 배오개다리가 나온다. 왼쪽은 세운상가다. 영화의 흔적을 좇아 걷고 싶다면 배오개다리에서 종로4가 사거리 쪽으로 이동한다. 중간 지점 왼쪽 인도에 한일약국이 보인다. 그 옆으로 종로4가 시계·금·은 도매상가라는 반원형 간판이 걸렸다. 제임스가 모전교에서 도망친 후 접어든 골목이다. 황 반장도 곧 뒤따라 들어서며 자신의 위치를 공유한다. “현재 위치 황학동 시계골목!” 골목 안으로 들어서자 크고 작은 시계방이 좌우로 도열해 있다. 예지동 시계골목이라 불리는 길이다. 1960년대 청계천이 복개되면서 상인들이 이주해 골목 상권을 이뤘다. 나무궤짝 위에 시계를 진열해놓고 팔던 시절이다. 시계 수리는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이다. 전문 수리공도 많고 희귀한 부품도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골목 안 촬영지는 입구에서 약 30m 떨어진 원조함흥냉면(옛날집) 사거리다. 황 반장과 하윤주가 짧은 눈빛을 주고받으며 교차하던 지점이다. 걸음을 낼수록 시계골목은 미로처럼 열리고 닫힌다. 좁은 통로와 골목이 뒤섞이며 추적을 방해한다. 돌고 돌면 제자리다. 골목을 이동하던 제임스가 황 반장이 뒤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는 곳도 황 반장과 하윤주가 교차하던 첫 번째 사거리다. 그리고 뒤따르는 황 반장의 교신은 자연스레 촬영지의 동선을 안내한다. “꽃돼지 조명상가 쪽이야.” 첫 번째 사거리에서 직진해 들어가면 시계골목은 조명상가로 이어진다. 오밀조밀한 상점들 사이로 거짓말처럼 계속되는 낡고 오래된 골목이다. 종로대로 한편에 숨어 있으리라고는 좀체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추격의 끝 지점은 세운청계상가 북쪽의 대림상가 앞이다. 제임스는 거기서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 건물의 왼쪽 골목으로 움직인다. 다람쥐 준호가 제임스의 공격을 받고 심각한 부상을 입어 추격을 멈춘 자리다. 하윤주의 울먹임과 준호의 고통 어린 신음이 감시팀 본부의 교신을 통해 스몄던가. 그 또한 바쁜 일상 속 시장이었다. <감시자들>의 청계천 일대 촬영지는 대부분 시민들의 걸음이 잦다. 평온한 일상이 묻어나는 도심의 쉼터이거나 건강한 생활이 묻어나는 시장 골목이다. 감시반의 역할은 이들 보통 시민들의 무사한 하루를 지켜내는 것이었을까.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순간 우리의 일은 불법 사찰이 되는” 것이라던 황 반장의 말이 괜스럽지 않다. 그러므로 모전교에서 배오개다리 시계골목과 영도교의 동묘 벼룩시장에 다다르는 여로는 영화 <감시자들>의 숨 가쁜 시선이자 가장 건강한 삶의 현장을 느껴볼 수 있는 청계천 여행이기도 하다. 1.찾아가는길 - 영도교와 동묘 벼룩시장 : 지하철 1, 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로 나와 동묘 옆 골목으로 진입한다. - 모전교와 광통교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로 나와 청계광장에서 좌회전하면 첫 번째 다리가 모전교다. 지하철 1호선 5번 출구로 나와 광교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첫 번째가 광통교다. - 예지동 시계골목 : 지하철 1, 3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로 나와 종로4가 사거리에서 우회전, 100m 직진해 한일약국 옆 골목이다. 2.주변 음식점 나마스테(동묘본점) : 커리, 탄두리치킨, 종로구 지봉로 18 / 02-2232-2286 / www.namasterestaurant.co.kr 함흥곰보냉면 : 회냉면 / 종로구 창경궁로 109 세운스퀘어 본관 401호 / 02-2273-2833 / http://www.hotelkukdo.com/ 카페 이마 : 와플 / 종로구 세종대로 152 / 02-2020-2088 3.숙소 아미가모텔 : 종로구 종로31길 46-8 / 02-3672-7970 / http://amiga.inodea.co.kr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호텔국도 : 중구 을지로 164 / 02-6466-1234 / http://www.hotelkukdo.com/ 수송모텔 : 종로구 율곡로4길 59 / 02-738-7251 - 글, 사진 : 박상준(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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