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화산면에 그 마을이 있다. 가상리. ‘아름다울 가(佳)’에 ‘위 상(上)’자로 이름을 삼았으니 ‘아름다운 윗마을’이란 뜻이다. 그 마을에 ‘새장 안의 빈집’이 있다. 노란색 비닐하우스 골조로 만든 새장 안에 넣어놓은 빈집이다. 빈집이지만, 오래전 집주인의 정성으로 반질반질해진 툇마루가 인상적인 집이다. 집 마당에는 달맞이꽃이 지천이다. 새장 앞에는 마을 경로당이 있다. 그 벽에는 경로당에서 소일하는 어르신들의 손바닥이 별자리처럼 찍혀 있다. 골목이 만나는 자리의 옛 마을회관은 마을박물관이 됐고, 회관 마당에 얼기설기 엮은 처마에는 영천 사람들의 제사상에 꼭 오른다는 돔배기(상어) 조형물이 매달려 있다. 간판 없는 동네 슈퍼와 일이 없어 기울어져 가는 방앗간, 정자가 된 고목 한 그루…. 아 참, 부드러운 능선의 백학산을 뒤로 두고 앞으로는 작은 냇물이 흐르는, 이 마을의 중심인 시안미술관도 빼놓을 수 없겠다. 가상리는 미술마을이다. 7년 전쯤 마을 미술 행복 프로젝트 사업 공모에 ‘신(新) 몽유도원도’라는 이름으로 선정된 곳이다. 그때 마을로 들어온 제법 이름난 화가며 조각가들이 주민들과 몇 달쯤 어울려 살면서 마을을 미술로 단장했다. 빈집을 새장으로, 마을회관을 박물관으로 바꿔놓고, 방앗간 담에다 도자기 꽃을 매달아 놓은 것도 이 예술가들이다. 마을을 단장한 미술은 생뚱맞은 화려한 색감의 벽화를 쓱쓱 그려서 덧칠해 만든 것이 아니라, 마을과 어울리는 자리마다 정성으로 그리고 빚어낸 것들이어서 ‘아름다운 윗마을’의 이름값을 넉넉하게 보태고 있다. 신 몽유도원도는 모두 다섯 개의 길로 이어진다. 먼저 가상리 마을을 둘러보는 길이 ‘걷는 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길은 ‘바람길’, 수달이 산다는 천변의 다리를 건너가는 길이 ‘스무골길’이고, 화남면 귀호리의 품격 있는 정자 귀애정으로 드는 길이 ‘귀호마을길’이며, 복숭아밭이 펼쳐진 모산 골짜기로 드는 길이 ‘도화원길’이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모르겠으되, 지금은 이런 길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길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시안미술관에서 지도를 하나 받아들고 마을 골목을 기웃거리며 보물찾기를 하듯 미술품을 찾아 나서는 게 더 즐겁다. 예술가의 노고를 빌리지 않더라도 영천은 곳곳이 유순한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팔공산 아래 절집 은해사로 드는 운치 있는 소나무 숲길이 그렇고, 도로가 뚝 잘라내는 바람에 볼품없어지긴 했으되 몇 그루 왕버드나무만으로도 자못 당당한 자천리의 오리장림(五里長林)도 그렇고, 그 숲길을 지나 마을길 아래 푹 꺼진 하천을 끼고 있는 오래된 한옥 옥간정과 모고헌의 그윽한 툇마루 정취도 그렇다. 어디 이뿐일까. 묘봉암 뒷산에서 내려다보는 은해사의 암자 중암암 경관도 한 폭의 그림이고, 거조암의 흙으로 빚은 소박한 나한상 역시 훌륭한 조각품이다. 길 위에서, 또 마을에서 만나는 바람이 지나는 숲, 독경 소리 그윽한 절, 반질반질한 툇마루의 낡은 집과 그 집에 깃들어 사는 이들…. 이런 일상의 모든 것이 우아한 예술품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영천이다. 출처 : 청사초롱 글, 사진 : 박경일(문화일보 여행전문기자) ※ 위 정보는 2019년 9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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