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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여는 백제의 마지막 도읍인 사비성이 자리했던 고장으로, 장엄한 역사의 흔적들을 차분히 따라가기에 무척 매력적인 곳이랍니다. 백제의 귀족회의 정사암회의가 진행됐던 천정대, 백제 시기 제작된 기와들을 살펴볼 수 있는 백제기와문화관, 사비성 수비를 위해 조성된 부여 가림성과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나볼 수 있는 국립부여박물관까지 알차게 둘러봅니다. ★ 백제의 마지막 숨결을 느끼는 부여 여행지 ★ - 천정대: 백제의 재상을 선출하고 제사를 지내던 바위 - 백제기와문화관: 백제 시대에 제작된 기와들을 살펴보고 체험하는 공간 - 부여 가림성: 사비성 방어를 위해 쌓아 올린 백제의 산성 - 국립부여박물관: 선사 문화 및 백제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박물관 부여를 굽이쳐 흐르는 백마강(금강)에서 바라본 천정대의 모습은 자연이 남긴 작품입니다. 수천 년 전 이곳에서 열렸던 고대국가의 귀족회의는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죠. 직접 올라가 그들이 누렸던 풍경을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나라의 중대사를 논했다는 천정대에서 말이죠. '부여 백마강길'의 한 구간이기도 한 이곳은 깊은 역사적 명성에 비해서는 가는 길이 잘 정돈되지 않아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신라의 화백회의, 고구려의 제가회의처럼 백제에서도 ‘정사암회의’라는 귀족회의가 존재했습니다. 백제 성왕 시절 지금의 공주(웅진)에서 이곳 부여(사비)로 수도를 옮긴 뒤, 나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까지 천정대에서 정사암회의가 열렸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사암 바위’라고도 불립니다. 정사암회의는 고위 귀족들이 모여 다음 재상을 선출하던 막강한 의결 기구였습니다. 재상 후보 서너 명의 이름을 상자에 넣고 봉해 바위 위에 얹어두면, 며칠 뒤 하늘이 점지한 인물의 이름 위에 도장이 찍혀 있었다고 합니다. 화백회의의 만장일치와는 다르게 하늘의 뜻을 빌려 귀족 간의 분쟁을 피하고 자연스러운 합의를 이끌어내던 장치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정자 끝에 서면 백마강 너머로 부소산성과 낙화암이, 왼쪽으로는 왕진나루와 백제보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천정대가 지닌 상징성과 이야기를 곱씹으며, 눈부시게 찬란했으나 지금은 고요해진 고대 국가를 만납니다. 천정대 -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로호암길 106-24 - 문의: 041-830-2623 정림사지나 백제문화단지 같은 부여의 옛터를 거닐다 보면, 지붕 처마의 기와 문양이 다른 지역의 고대 건축물과 사뭇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백제기와문화관은 이러한 호기심을 해소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여덟 가지 와당 문양을 직접 찍어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야외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묵직한 가마터의 정취가 풍겨와 제대로 찾아왔음을 직감합니다. 오른쪽에는 지붕 위를 장식하던 백제 치미를 본떠 만들어진 조형물이 있고, 왼쪽에는 연구에 활용되는 가마와 장작들이 쌓여 있습니다. 가마터 뒤편에는 실제 고고학 발굴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구역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제 백제기와문화관 주변에는 백제 시대의 대표적인 기와 생산 유적인 ‘부여 정암리 와요지’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 가마터에서 생산된 기와가 사비도성 안의 주요 시설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내부 전시관에서는 발굴 과정 및 와당의 종류, 발굴된 백제 치미들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봤던 기와들의 역사적 뿌리를 직접 마주하니, 백제인들의 예술 세계를 한결 더 깊게 이해하며 그들의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전시관 반대편에 자리한 수장고에서는 백제기와문화관이 보관 중인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직 기와 한 가지를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공간이죠. 백제기와문화관을 둘러보고 나니, 앞으로 이어질 여행에서 마주할 풍경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백제기와문화관 -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장암면 의자로 1059 - 운영 시간: 10:00~16:00 (휴게 시간 12:00~13:00) ※ 매주 월요일 휴무 - 문의: 041-830-6860~3 성흥산 중턱에 자리한 부여 가림성은 드라마 <호텔 델루나> 촬영지와 ‘사랑나무’가 서 있는 사진 명소로 유명합니다. 성곽 전체를 차분히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2026년 현재는 일부 구간의 복원 및 안전 정비로 인해 끝까지 가볼 수는 없었습니다. 부여 가림성은 백제의 도읍인 사비성을 남쪽에서 방어하기 위해 축조된 요새이자, 나당연합군과 맞서 싸운 백제부흥운동의 현장입니다. 백제의 마지막 장엄한 슬픔이 깃든 황산벌과도 불과 40km 남짓 떨어져 있어, 당시에 촌각을 다투며 성문 안팎으로 전령이 드나들었을 급박한 상황이 그려집니다. 산성 내부에 자리한 충혼사는 당시 희생된 장병들을 추모하고 있으며, 숲속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정자, 성흥루에서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에 좋습니다. 부여 가림성 -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성흥로97번길 167 - 문의: 041-830-2641 국립부여박물관은 상설전시관 로비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다른 박물관들과는 달리 홀 가운데 놓여 있는 ‘부여 석조’는 천창의 햇빛과 맞닿을 때 돌그릇 표면에 새겨진 수천 년의 세월이 마치 눈앞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지만, 자연의 빛을 천연 조명으로 활용하여 유물을 입체적으로 돋보이게 만든 공간 설계는 정말 절묘합니다. 그중에서도 발걸음이 먼저 닿는 곳은 백제의 미소를 지닌 제3전시실의 불상, 불교 공예 구역입니다. 이곳에서는 금동관음보살입상, 금동보살입상,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 등 많은 유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백제 예술의 절제 미학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미소에서 느껴지던 우아함이 백제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온화한 자태에 사로잡혀 한참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평온함을 즐겨봅니다. 박물관 투어의 대미는 백제 금속 공예의 결정체이자 최고의 걸작인 ‘백제금동대향로’만을 위해 조성된 전시관, ‘백제대향로관’입니다. 2025년 12월 23일 문을 열었는데, 유물에만 몰입할 수 있는 최고의 감상 환경을 선사합니다. 어두운 공간 속 한 줄기 신비로운 빛을 받으며 우뚝 서 있는 향로를 마주하는 순간,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고요한 적막과 압도적인 경외감에 휩싸입니다. 세밀하게 조각된 백제의 이상향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오늘의 찬란했던 여정을 마음속 깊이 담아봅니다. 국립부여박물관 -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금성로 5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3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휴무 - 문의: 041-830-8413 | 글, 사진: 이진세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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