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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의 오래된 골목도 유산이다. 서민들의 생활유산이며 경제산업유산이고, 도시문화유산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와 청계로 사이 뒷골목이 그런 곳이다. 을지로3가와 4가 일대, 빌딩 숲 사이에 숨어 있는 공구·공사자재·금속·조명기구 등 오만가지 산업 기반 제품들을 만들고 짜 맞추고 수리하고 팔고 보관하는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이 오래된 흑백사진 같은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을지로3가 뒷골목 탐방이다. 미로처럼 얽힌 후미지고 거칠고 소란한 뒷골목, 그리고 뒷골목을 누비던 일꾼들과 함께해 온 수십년 내력의 노포들이 기다린다. 맛집·멋집이 포진한 골목마다 장인정신으로 대를 이어 버틴 명인들이 펼쳐 보여 주는 삶의 향기가 가득하다. <Course> 을지다(茶)움 → 골뱅이골목 → 오구반점 → 송림수제화 → 이남장 → 커피한약방 → 동원집 → 원조녹두 <추천 대상>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억하고 싶은 모든 이들 을지로동 주민센터 2층에 있는 찻집이다. 을지로 골목 탐방에 앞서 꼭 들러 보자. 차를 마시며 을지로의 과거와 오늘, 탐방 포인트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을지로 옛 사진들이 걸려 있고, 찻집 벽면을 따라 을지로 일대 지도와 지명 유래, 산업화 시기부터 현재까지의 변화상을 담은 사진들, 맛집 등 명소에 대한 설명 자료가 전시돼 있다. 1층 주민센터에선 을지로 탐방자를 위한 지도 ‘을지유람’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11번 출구와 중부경찰서 네거리 사이 도로(수표로) 양쪽에 형성된 거리다. 1960년대 말 구멍가게에서 통조림 골뱅이에 양념을 해서 팔던 것이 시초다. 골뱅이통조림 하나를 따 통째로 담고 대구포·파채와 마늘·고춧가루를 버무린 골뱅이무침을 낸다. 맥주나 소주 등 술안주로 그만이다. 가격은 수입산이냐 국내산이냐에 따라 다르다. 달걀말이와 어묵국물(또는 번데기탕) 등이 기본으로 곁들여진다. 부추전을 내주는 곳도 있다. 을지로3가역 2번 출구 옆이다. 1953년 문을 연 뒤 지금까지 대를 이어 영업 중인 중국식당이다. 다양한 중식 요리를 내는데 특히 군만두가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가게 이름은 번지수에서 따온 것이다. 창업주는 가게 이름과 함께 아들 이름도 ‘오구’(왕오구)로 지었다. 현재 오구반점 주인이다. 4대에 걸쳐 수제화를 만드는, 국내 수제화 업체 중 가장 오래된 가게다. 1936년 송림화점으로 개업한 이래, 한국전쟁 직후 영국군 군화를 개조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등산화를 만든 곳으로 이름 높다. 오구반점 옆 3층에 있다. 주인이 직접 만든 각종 구두와 1950~70년대 만든 등산화, 에베레스트와 남·북극을 모두 밟았다는 등산화, 역대 주인들이 받은 상장·감사장 등도 구경할 수 있다. 1973년 개업한 설렁탕집이다. 을지로 인쇄골목의 좌판에서 시작한 이래, 진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로 명성을 얻고 있는 곳이다. 도심 골목에 숨은 이색 커피숍으로 알려져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남장 옆 골목 안에 있다. 한약과는 관련이 없지만, 자리 잡은 장소가 조선시대 병든 이들을 치료하던 혜민서가 있던 곳이라고 한다. 건물과 출입문, 내부 장식이 모두 고풍스럽다. 1987년 개업한, 푸짐한 순댓국·감잣국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식사용과 술안주용 모두 내지만, 식사용도 소주 안주로 제격이어서 점심·저녁으로 술꾼들이 붐빈다. 머릿고기와 홍어삼합도 낸다. 녹두빈대떡으로 이름난 오래된 전집이다. 녹두전·해물파전·고추전 등 10여 가지 전을 부쳐낸다. 두툼하고 고소한 녹두빈대떡 맛에 반해, 비좁은 실내에 밀착하듯 끼어 앉는 불편을 감수하며 막걸릿잔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다. 을지로3가, 4가와 청계천로 사이 뒷골목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 중구 입정동·산림동 일대다. 낡고 비좁고 쇠락해 가는 이 골목에는 수십년에 걸친 산업 유산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지금도 이런 골목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흥미롭고 아름다운, 추억 속의 도심 명물이다. 쇳가루 날리고 화공약품 냄새 진동하는 이 골목을 따뜻하고 활기 넘치게 하는 건 역시 이곳에 터 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향기다. 하지만 이 뒷골목들은 조만간 순차적으로 재개발될 전망이다. 1차로 주상복합아파트 예정지가 된 청계천로 쪽 구간의 일부 가게들은 이미 문을 닫고 떠났고, 몇몇 건물들은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달걀노른자가 보름달처럼 담긴 쌍화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다면 을지다방에 들러볼 만하다. 을지면옥 옆 2층이다. 평북 출신 실향민 가족 박옥분씨가 34년째 운영하는 80년대 분위기의 다방이다. 을지면옥에서 냉면과 수육에 소주 한잔 곁들이신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브라운관식 티브이와 벽걸이형 선풍기,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 그리고 후줄근한 흡연실도 딸려 있다. 뒷골목 안에도 응접실다방, 화성다방 등 작고 허름한 다방들이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매캐한 냄새와 함께 망치 소리, 드릴 소리, 압축공기 내뿜는 소리, 용접기 불꽃 튀는 소리가 자욱하다. 낡고 어두운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공업사들에서 철판·철근 등을 자르고 갈고 다듬는 작업이 한창이다. 골목길은 탐방객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 끝내 막다른 구석에 찔러 넣기 일쑤다. ‘○○빠우’ ‘○○시보리’ ‘○○정밀’ ‘○○금속’…, 검고 붉은 페인트 글씨가 적힌 낡고 찌그러진 오래된 간판들이 빼곡하고, 담벼락에는 ‘즉시 대출’ ‘못 받은 돈 해결’ 같은 낡은 홍보물들이 덕지덕지한 골목들이다. 낮 11시 반부터 1시 사이에 골목을 찾는다면, 신문지로 덮은 음식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배달에 나서거나, 수거해 오는 아주머니들 행렬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점심시간 뒤엔 커피 보자기를 든 다방 배달원 아주머니들이 골목을 누빈다. 공구자재 가게들과 역사를 함께해 온 식당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곧 무너져내릴 듯한 간판 밑의 어두컴컴한 입구가 을씨년스런 통일집은 1969년 문을 연, 이름난 한우 암소 등심 전문 식당이다. 3호선 을지로3가역 5번 출구 앞의 을지면옥은 평양냉면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양·대창 전문식당으로 이름난 양미옥도 있다. 매일 직접 만든 만두와 칼국수를 내는 ‘꾸왁칼국수’집의 만두칼국수도 인기다. 좀 더 멀리 5호선 을지로4가역 건너 골목엔 70여 년 전통의 평양냉면집 우래옥, 60여 년 전통의 설렁탕집 문화옥이 있다. 세운상가는 1968년 남북으로 길게 세워진, 국내 최초의 주상 복합단지 건물이다.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했다. 퇴계로·을지로·청계로·종로에 걸쳐 건설됐다. 을지로·청계로 사이 상가를 대림상가·청계상가로 부른다. 1970~80년대 서울 도심의 쇼핑문화를 이끌던 대표적인 장소 중 하나다. 세월이 흘러 낡고 쇠락한 모습이지만, 최근 들어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잇따라 공방 작업실 등을 내며 둥지를 틀고, 깔끔한 커피숍·책방 등도 입주하면서 문화기지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출처 : 청사초롱 글 : 이병학(한겨레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사진 : 이병학, 박은경(청사초롱 기자), 문유선(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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