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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한 속세를 살짝 벗어나면 이내 선계(仙界)로 통하는 문과 마주치게 된다. 신선이 내려와 머물렀다는 방선문(訪仙門)계곡. 암반과 기암괴석들이 골짜기를 이룬 오묘한 풍경이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는다. 방선문계곡은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인 한천(漢川) 상류에 위치했다. 예부터 수많은 선비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영주 10경에 꼽힐 만큼 뛰어난 절경을 품고 있다. 그중 하나인 ‘영구춘화(瀛丘春花)’는 방선문계곡의 봄 풍경을 가리키는 것으로, 골짜기 주변에 핀 꽃들이 계곡물에 비쳐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시선 닿는 곳마다 영산홍, 참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어 바라만 보아도 저절로 힐링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선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다. 방선문계곡의 근간이 되는 한천이 건천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겨울철 쌓인 눈이 녹아야 비로소 물길이 열린다. 방선문계곡에서 ‘영구춘화’를 읊어대려면 봄철, 그것도 때를 잘 맞춰 가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가 올 때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비록 ‘영구춘화’를 놓쳤다 하더라도 방선문계곡 그 자체도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언제든 꼭 한번 들러보기를 권한다. 제주 시내에서 차로 불과 10여 분 거리인데 계곡에 들어서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신비로운 경관이 펼쳐진다.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이라도 골짜기를 감싸고 있는 지형과 지질이 무척이나 신비로워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다. 마치 신세계에 들어선 듯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암반들 사이로 자꾸만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원래 방선문계곡은 ‘들렁궤’라고 불렸는데 제주말로 ‘구멍이 뚫려서 들린 바위’라는 뜻이다. 한자음을 차용해 ‘등용구(登瀛邱)’라고도 표기되다 근래에 ‘신선이 방문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방선문으로 이름이 굳어졌다. 방선문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전설에 따르면, 해마다 복날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백록담에서 목욕을 했는데 그때마다 한라산 산신은 이곳 계곡에 있는 커다란 바위문을 넘어 인간세계로 나와 있어야 했다. 어느 날 한라산 산신이 이를 어기고 선녀들이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봤다가 옥황상제의 진노를 사 흰 사슴이 되어 백록담을 배회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름에 붙은 재미난 전설에 슬며시 웃음이 난다. 계곡 입구에 조성된 나무계단을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암반이 하나 보이는데 이것이 바로 방선문이다. 앞뒤가 뚫린 굴처럼 거대한 바위 가운데 수십 명이 들락날락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나 있어 멀리서 보면 정말 문처럼 보인다. 특히 비가 오거나 안개가 깔린 흐린 날이면 바위문 주변에 신령스러운 기운마저 감돈다. 마치 속세와 선계를 이어주는 문처럼 느껴진다. 자연이 오랫동안 공들여 빚은 작품을 보며 옛 선조들도 같은 생각을 한 걸까.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윗돌 여기저기 이에 대한 감흥을 새겨놓은 마애명(磨崖銘, 바위에 새긴 서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방선문계곡에는 50여 개의 마애명이 남아 있으며, 여전히 글씨가 선명한 것들이 많아 역사적인 가치가 높다. 역사문화적 요소와 자연 경관이 고루 어우러진 방선문계곡은 2013년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2호로 지정되었다. 바위문 주변으로 눈을 돌리면 그곳 풍경도 예사롭지 않다. 부드럽게 물결치듯 곡선을 이룬 바위들이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바위 절벽 틈 사이 흙 한 줌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린 나무들이 감탄사를 자아낸다. 어쩜 이런 풍경이 다 있을까! 신기함과 놀라움 뒤에 찾아오는 건 호기심이다. 발걸음은 이내 계곡 상류를 따라 길을 재촉하고 나선다. 방선문계곡 트레킹은 잘 닦인 길이 있거나 별도로 안내 표지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의 탐험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돌아갈 길을 항상 숙지하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위험해 보이는 곳은 가지 않도록 하며, 일행을 꼭 동반하는 것이 좋다. 바위 골짜기를 하나 넘으면 물이 고여 있는 소가 보인다. 비 오는 날에만 볼 수 있다는 일명 ‘비와야폭포’가 있는 곳이다. 운이 좋았던 덕분인지 방선문계곡을 처음 찾은 날 잔뜩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계곡에 찰랑찰랑 물이 흘렀다. 몇 번을 와도 보기 힘들다는 ‘비와야폭포’가 낯선 이방인을 반겼다. 사실 낙차가 얼마 안 돼 폭포라고 부르기엔 좀 민망한 미니 폭포지만 왠지 방선문계곡과 잘 어울려 보인다. 빗물에 촉촉이 젖은 골짜기 바위들이 기름을 칠해놓은 듯 만질만질한 게 꼭 광택제를 발라놓은 것 같다. 다행히도 보기와 달리 미끄럽지는 않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신고 온 등산화가 어찌나 유용하던지 특별히 위험하게 느껴진 구간은 없었다. 그새 비가 그쳐 물이 철철 넘치는 계곡은 보기 힘들었지만 이것만으로도 흡족한 시간이었다. 마치 어느 외딴 행성에 불시착해 이리저리 탐험을 하고 돌아온 듯한 기분이랄까. 놀랍고 신비로웠던 방선문계곡과의 첫 조우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방선문계곡은 그 수려한 풍광에 비해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덕분에 제주시의 ‘숨겨진 비경’이라는 타이틀과 더불어, 오랜 세월에도 훼손되지 않고 선조들이 풍류를 즐기던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요즘은 인터넷 등을 통해 방선문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면암 최익현 유배길이며, 오라 올레길 등 방선문계곡을 거쳐 가는 ‘길’도 여러 개 생겼다. 특히 오라 올레길은 고지교에서 방선문계곡까지 한천을 따라가는 코스로 한 번쯤 걸어볼 만하다. 하천을 따라 이어진 숲길을 걸으며 여유롭게 산책하듯 다녀오기 좋다. 방선문계곡을 거쳐 열안지오름까지 약 5km에 이르는 길로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가는 길에 항소 등 볼거리가 곳곳에 널려 있어 지루하지 않다. 가족 여행이라면 가볍게 계곡을 한 바퀴 둘러본 후 부근에 있는 체험학습장에 들러도 좋다. 제주아트센터 바로 옆에 있는 방선문계곡초콜릿체험장(064-744-0093)에서는 초콜릿 만들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5월에는 방선문계곡 주변에서 축제(방선문축제위원회 064-728-4802)가 열린다. 시원한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감상하는 음악회도 운치 있고, 노래자랑이며 백일장, 시낭송, 풍류마당 등 작지만 알찬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제주 여행 중 방선문축제 일정이 겹친다면 시간을 내어 한번 들러보자. 여행길에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 → 공항로 → 신대로 → 오남로 방면 우회전 → 첫번째 사거리에서 좌회전 → 방선문계곡 방면 우회전 → 방선문계곡 입구 * 대중교통 방선문계곡으로 가는 버스는 없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20분 정도 소요된다. 요금 1만 원 내외 2.주변 음식점 해녀횟집 : 다금바리·돔 / 제주시 탑동로 33 / 064-724-6212 라지마할 : 탄두리치킨·커리·난 / 제주시 신광로 39 / 064-749-4924 3.숙소 임프레스호텔 : 제주시 임항로 28 / 064-756-7777 보오메꾸뜨르호텔 : 제주시 신광로 95 / 064-798-8000 / korean.visitkorea.or.kr http://www.baume.co.kr/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3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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