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인데도 숲을 가득 메운 초록빛 잎사귀들이 계절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에 젖게 한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돌 틈 사이로 굵직한 나무뿌리와 갖가지 덩굴이 뒤엉켜 있는 풍경도 신비롭기만 하다. 사계절 푸릇푸릇한 천연 원시림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 환상숲 곶자왈공원을 다녀왔다. 제주도 서남부 중산간 지대에 자리한 환상숲은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숲 지형을 보여준다. 이른바 ‘곶자왈’이라고 불리는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돌과 바위 무더기 위에 나무와 가시, 덩굴이 숲을 이루고 있다. 보통 나무는 흙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알고 있지만, 이곳에 오면 그 같은 편견이 깨어진다. 부드러운 흙더미가 아닌 척박한 돌 틈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1년 내내 초록빛 기운이 가득한 곶자왈 지역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기후를 보인다. 특히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숲으로 생태학적 가치를 높이 인정받고 있다. 제주에는 섬 곳곳에 곶자왈 형태의 숲이 여러 곳 있는데 환상숲도 그 가운데 하나다. 곶자왈 공원처럼 꾸며진 환상숲은 시간에 맞춰 가면 해설사와 함께 숲 곳곳을 탐험하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영화 <아바타> 속 주인공들이 이곳을 방문했다면 아마도 한눈에 반해버렸을 것 같다. 숲이 품고 있는 오묘한 분위기에 모인 일행 모두가 압도되고 만다. 숲 탐험에 나서기 전, 해설사가 몇 가지 사진을 보여준다. 환상숲의 사계가 담긴 사진이다. 겨울이 무색하리만치 언제나 푸릇한 기운이 가득한 숲이지만, 역시나 여름철엔 초록빛이 더욱 무성해 보인다. “곶자왈은 ‘돌 위에 형성된 숲’을 의미합니다. 제주어로 ‘곶’이 숲이고, ‘자왈’은 자갈이나 바위 같은 돌들을 뜻하거든요.” 아하!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곶자왈이란 뜻을 알고 나니 숲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흙이 없는데도 나무가 자라고 있다니, 자연은 정말이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위대하고 신비롭다. “이건 숨골이라고 부릅니다. 돌과 돌 사이에 생겨난 틈인데요, 이곳 온도는 늘 일정해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바람이 새어나옵니다. 덕분에 남방한계식물과 북방한계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거죠.” 환상숲에 대한 궁금증이 또 하나 풀렸다. 돌 틈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이라니! 마치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온풍기 기능을 하는 온도 조절 장치 같다. 1년 내내 초록빛 생명이 반짝일 수 있는 비결이다. 또 한 번 자연에 감탄할 수밖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숨골 주변에 손톱만 한 잎을 매단 콩짜개 덩굴이 주변 나무와 바위를 에워싸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 주변은 콩짜개 덩굴이 겨울에도 충분히 잎을 틔우고 살아갈 만한 습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곶자왈은 다른 숲들과는 여러 가지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답니다. 나무뿌리가 땅 속으로 뻗지 못하니 돌 위로 드러날 수밖에 없구요,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근육질로 변하게 된 거죠.”
훈련으로 다져진 운동선수의 근육처럼 단단하고도 다부지게 생긴 뿌리들이 대단한 한편으로 살짝 애처로워 보인다. “이곳 나무들은 나이테로 나이를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나무가 좀 자라면 베어내고, 또 좀 크면 잘라내고 하는 통에 밑동만 이렇게 크게 자라게 되었죠. 곶자왈 지역은 예전엔 불모지로 여겨져서 땔감이나 숯을 만들기 위한 용도로 나무들을 많이 이용했거든요.” 예전에는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졌던 이곳이 지금은 세계적인 생태보전 지역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아름답게 보존해 앞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숲. 숲에 대해 하나하나 배워갈수록 자연과 조화를 이뤄나가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다 함께 둥글게 둘러서보세요. 숲을 탐방하면서 자신이 되고 싶었던 나무를 떠올려보세요.” 숲 탐방이 마무리로 접어들 무렵, 해설사가 간단한 게임을 제안한다. 각자 하나씩 나무 이름을 말하고 나서 서 있던 자리에서 몇몇의 위치를 바꿔놓는다. 그러고선 원래 옆에 있던 사람들과 손을 맞잡게 하니 둥글게 모였던 사람들의 팔들이 온통 꼬여버렸다. “자, 이제 손을 잡은 상태에서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겁니다.”
어디 그게 쉽겠는가. 꼬인 팔들을 푸느라 사람들이 이리 돌고 저리 돌고 한바탕 난리를 치른 후에야 대부분이 겨우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때요, 어려웠나요?”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나무들도 그럴 겁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뽑혀 이리저리 옮겨 심어지게 되면 아마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나무들도 사는 게 어렵고 힘들 거예요. 사람들 욕심 때문에, 혹은 잘못된 배려로 인해 자연의 질서에 자꾸만 손을 대면 자연은 결국 훼손되고 망가지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배우고 느꼈던 걸 잊지 마세요.” 해설사의 말에 모두가 겸허한 마음이 되어 숲을 내려간다. 숲에서 자연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고, 삶의 철학을 얻어 나선다. 제주 환상숲 주소 :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 문의 : 064-772-2488 www.jejupark.co.kr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5시(하절기 오후 7시까지, 일요일 휴무) 관람요금 :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자전거, 도보 여행자 1,000원 할인)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 → 공항로 → 평화로 → 신화역사로 → 녹차분재로 → 환상숲 * 대중교통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700번(서일주노선)을 타고 한경면사무소 하차. 읍면순환버스로 갈아탄 후 명리동 정류장 하차. 환상숲까지 도보 약 10분 2.주변 음식점 돈돼지흑돼지 : 흑돼지오겹살, 쌈밥정식 /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백사로 108 / 064-787-0008 돈돈이네 : 흑돼지 오겹살 / 제주시 용화로4길 4-2 / 064-747-3161 http://dondon.fordining.kr/ 돈가 : 돈가정식, 돼지샤브샤브 / 제주시 문송길 36 / 064-744-5700 http://www.don-ga.kr/ 3.숙소 제주카사블랑카 : 서귀포시 학수암로 111 / 064-739-7739 http://jejucasa.com/ 숨비아일랜드 : 서귀포시 성산읍 신천서로 91 / 070-8851-1273 http://cafe.naver.com/sumbiisland 고추잠자리게스트하우스 : 제주시 조천읍 신촌3길 48 / 064-782-2434 http://cafe.naver.com/jejureddragonfly 글, 사진 : 정은주(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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