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실내 체육관. 프로레슬러 김일이 호쾌한 박치기를 선보였고, 대학가요제의 낭만이 펼쳐졌으며, 유신헌법 선포 후 박정희 대통령이 선출된 곳. 62년 역사의 장충체육관이 지난 1월 17일, 2년 8개월 동안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 장충체육관에서 출발해, ‘장충’이란 이름의 주인공인 장충단,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장충동 족발골목과 평양면옥까지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서울 장충체육관입니다.” 30대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만한 아나운서 멘트다. 장충체육관은 1963년 처음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 체육관으로 올림픽 경기장들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기장이자 공연장이었다. 이곳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복싱 세계챔피언이었던 김기수의 타이틀 매치가 열렸고, ‘박치기왕’ 김일이 일본의 안토니오 이노키와 경기를 벌였고, 박정희와 최규하, 전두환이 ‘체육관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농구대잔치가 시작되었고, 대학가요제가 열렸고, 마당놀이가 전성기를 맞았다. 이곳에서 열린 주요 이벤트만 살펴보아도 대한민국 현대사가 그려질 정도다. 하지만 서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거치면서 새로운 경기장이 속속 생겨난 뒤로는 옛 영광을 잃고 추억으로 남았다. 그러던 지난 2012년에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2년 8개월 만에 새 단장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모던해진 외관이다. 기존의 장충체육관 돔 지붕을 살리면서도 부채춤과 강강술래, 탈춤에서 모티브를 따온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서 역동성을 살렸다. 체육관 내부 공간을 넓히고 관람석 수는 줄여서 한층 편안한 관람 환경을 조성했다.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이 가능하도록 최첨단 음향과 조명, 전광판 등 시설도 갖췄다.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체육관까지 지하 연결 통로가 생기면서 접근성도 좋아졌다. 배구 경기나 뮤지컬을 보러 장충체육관까지 왔다면 빼먹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장충동이란 지명의 기원이 된 장충단공원이 장충체육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장충단은 명성황후가 시해당한 을미사변 때 목숨을 잃은 대신들과 병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사당이다. 1900년 고종의 명으로 세워졌는데, 다음해부터는 을미사변뿐 아니라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때 순국한 문신들도 함께 배향했다. 그러나 사당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지고 지금은 비석과 터만 남아 있다. 일제는 이곳에 벚나무를 심고 이름을 ‘장충단공원’으로 바꾼 뒤 인근에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박문사’라는 절을 지었다. 해방 이후 박문사는 철거되었으나 장충단은 여전히 복원되지 않았다. 순종이 황태자 시절 썼다는 비석의 글씨만 이곳에 장충단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을 뿐이다. 장충단공원은 장충체육관 못지않은 현대사의 현장이다. 1957년 이곳에서 이승만 독재를 성토하는 시국강연회에 서울 시민 20만여 명이 모였는데, 여당과 결탁한 폭력배가 정치 테러를 일으켰다. 1959년에는 청계천 복개공사를 하면서 조선시대 청계천의 수위를 재던 수표교를 이곳으로 옮겨왔다. 1971년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맞붙은 김대중과 박정희가 시민 100만여 명을 모아놓고 유세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은 새롭게 조성된 공원이 삭막한 도시에 지친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되어주고 있다. 장충동에서 현대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장충체육관과 장충단공원만은 아니다. 장충동 족발골목도 우리네 현대사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한국전쟁 때 남으로 피난 온 실향민들이 생계를 위해 팔기 시작한 음식이 바로 족발이다. 그러니까 이곳에 족발집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50여 년 전. 장충체육관이 생기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이들을 상대하는 선술집들도 생겨났다. 그중 평안도 출신 실향민이 운영하는 선술집에서 궁리 끝에 개발한 것이 족발이란다. 황해도에서는 지금의 족발 비슷한 ‘돼지 족조림’을 옛날부터 먹었다고 하니 족발의 기원은 확인할 수 없으나,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족발이 시작된 곳이 장충동이라는 사실은 확실한 듯하다. 장충동 족발골목에는 저마다 원조임을 주장하는 족발집 여러 곳이 성업 중이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 >은 이중 ‘평안도족발집’ 이경순 할머니를 족발 메뉴 개발자로 소개하고 있다. 남한으로 피란 온 할머니가 선술집 메뉴를 고민하다 젖이 부족한 산모가 돼지 족을 끓여 먹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서울시 공식 관광정보 사이트에 원조로 소개된 ‘뚱뚱이할머니집’의 전숙렬 할머니도 50여 년째 족발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집들도 모두 수십 년 이상 족발 한 가지를 팔아온 집들이니, 굳이 원조를 따질 것 없이 여러 군데 맛을 보고 자기 입맛에 맞는 곳을 찾아가도 좋을 듯하다. 족발과 함께 장충동을 대표하는 평양냉면도 실향민의 음식이다. 다만 족발이 실향민이 만들어낸 음식이라면, 냉면은 그들이 고향에서 즐기는 음식이라는 점이 다르다. 장충동의 평양면옥은 특히 실향민들이 더 좋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이곳에서 소주 한 잔에 냉면 한 그릇으로 실향의 아픔을 달래는 어르신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추억을 찾는 이들만 이곳을 찾는 건 아니다. 최근 들어 평양냉면 열풍을 타고 ‘서울의 4대 평양냉면’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평양면옥에 맛집 순례차 찾는 이들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현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충체육관과 장충단공원에서 실향민의 추억이 깃든 족발과 평양냉면까지, 장충동 산책은 옛 기억을 더듬으며 떠나는 시간 여행이다. 장충체육관 주소 : 서울 중구 동호로 241 문의 : 02-2128-2800
http://new.sisul.or.kr/open_content/jangchung/
장충단공원 주소 : 서울 중구 동호로 257-10 문의 : 02-2267-8855
1.주변 음식점
평안도족발집 : 족발 / 중구 장충단로 174-6 / 02-2279-9759 뚱뚱이할머니집 : 족발 / 중구 장충단로 174-1 / 02-2273-5320 평양면옥 : 냉면 / 중구 장충단로 207 / 02-2267-7784
2.숙소
신라호텔 : 중구 동호로 249 / 02-2233-3131
http://www.shilla.net/seoul/index.do 그랜드앰배서더 서울 : 중구 동호로 287 / 02-2275-1101
https://grand.ambatel.com/seoul/main.amb 코업레지던스 : 중구 을지로 246 / 02-2269-8411
글, 사진 : 구완회(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5년 4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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