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주의 향과 맛을 따랐다. 취기가 올라오면 빨개지는 두 볼까지 빼닮은 아빠와 함께. 아빠와 딸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으로 말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여행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부녀의 여행이 심상치 않습니다. 흔한 맛집은 고사하고, 온통 술만 찾으러 다닙니다.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말입니다. 맥주를 좋아하는 딸이 소주를 좋아하신다는 아빠를 설득해 우리나라의 모든 전통주를 찾아가 보기로 작정한 겁니다. 오늘도 딸은 아빠 손을 끌고 오늘도 일반적인 막걸리와 소주는 물론, 왕족이나 양반들이 먹었다는 술, 오미자로 만든 와인과 한국 사과로 만든 브랜디 등등 다채로운 술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기도 곳곳으로 다녀온 부녀의 여행기를 소개합니다. 술 향기 모락모락 피어나는 그곳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구름이 예쁜 어느 날, 포천 운악산 자락을 찾았습니다. 수십여 개의 항아리에서 술이 익어가는 곳, 산사원입니다. 전통주의 명맥을 잇는데 평생을 바친 우곡 배상면 선생의 노력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공간입니다. 산사원에 방문한 부녀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산사원의 박물관. 집마다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를 만들어 마셨던 선조들의 주조 방식, 도구, 각종 문헌 등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직접 술 빚는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해요. 아빠는 딸과 함께 천천히 둘러보며 현재와 과거의 술 빚는 방식 차이, 혹은 공통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통주를 빚는 모습을 종이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둔 곳에서는 두 부녀가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과 사뭇 다른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만 할 뿐. 박물관 아래층은 시음 공간입니다. 산사원을 운영하는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판매하는 여러 술을 시음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입니다. 산사원에서는 배상면주가의 대표작인 산사춘을 비롯해 느린마을막걸리, 각종 약주와 소주 등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시음 후에 아빠와 딸은 각기 다른 술을 골라 구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답니다. 역시 두 부녀의 취향이 극명히 갈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양손에 술을 바리바리 들고는 우곡 배상면 선생의 일대기가 전시된 기념관까지 둘러본 후, 다시 밖으로 나섰습니다. 누구보다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채로 말입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산사원의 하이라이트. 세월랑입니다. 세월랑은 500여 개의 항아리가 줄지어 선 누각입니다. 합천 해인사에서 볼 수 있는 법계도를 참고해 미로셀로를 구성한 것이 특징인 이곳은 산사원을 대표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각 항아리에서는 전통주가 모락모락 익어가고 있는데요. 가까이 다가가면 누룩 향이 살며시 코끝을 간질이기도 합니다. 항아리 겉면에 묻은 하얀 가루의 정체가 바로 숨 쉬는 옹기의 증거라는 딸의 설명에, 아빠는 허리를 숙여 항아리를 자세히 살핍니다. 과학적인 원리가 스며든 옹기를 예찬하는 말도 덧붙이면서요. 세월랑 앞으로 조성된 정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가을볕이 좋았거든요.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취선재에 앉아 운악산을 타고 넘어오는 산들바람을 즐기던 두 부녀는 한마음 한뜻으로 읊조립니다. “여기에서 술 한잔하면 정말 좋겠다.”라고 말이죠. 역시 전통주 여행을 즐기는 아빠와 딸답습니다. - 위치: 경기도 포천시 화현면 화동로432번길 25 배상면주가 - 전화번호: 031-531-9300 - 웹사이트: www.sansawon.co.kr - 운영시간: 08:30~17:30 / 연중무휴 (명절 연휴 제외) - 관람요금: 성인 3,000원 / 미성년자 무료입장 (시음주 제공하지 않음) 아빠가 어릴 적 즐겨 드시던 그 머루로 와인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와인은 전통주가 아니라지만, 예부터 머루주는 즐겨 먹었잖아요. 가 볼 수밖에요. 머루로 유명한 곳이라고 하면 역시 파주. 아빠와 딸이 자유로를 지나, 임진각을 스치고, 더 안쪽으로 쭉쭉 들어가서야 머루로 와인을 만든다는 바로 그곳, 산머루농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머루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인데요. 꽤 규모가 상당합니다. 와인을 만들어 숙성하는 공간과 체험장을 함께 갖추고 있었습니다. 전화로 먼저 견학을 예약하고, 약속한 시각에 맞춰 방문했습니다. 부녀를 맞이해준 건 다름 아닌 대표님. 직접 안내를 하시겠다며 저희를 숙성고로 안내합니다. 아, 숙성고 앞에 그려놓은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부터 찍으라는데요. 나중에 체험하고 받게 될 와인병에 부녀의 모습을 라벨로 인쇄해 붙여준다고 해요. 산머루와인의 와이너리는 지하 터널에 있습니다. 와인 숙성과 보관 등을 위해 만든 터널이라고 해요. 스테인리스 통에서 숙성 중인 와인,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터널을 따라 가지런히 보관 중인 오크통 속 와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즐겁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머루농원은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도 있다고 해요. 머루를 이용해 와인이나 잼, 초콜릿 등을 만드는 체험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랍니다. 시간상 다른 체험을 즐길 수는 없었지만, 와인만큼은 시음해볼 수 있었습니다. 참, 머루 와인의 맛은 어땠을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스페인의 독특한 와인인 셰리와인처럼 살짝 독했지만, 달콤했답니다. 매력적인 와인이었어요! - 위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윗배우니길 441-25 - 운영시간: 매일 09:00~18:00 (17시 마감) - 전화번호: 031-958-4558 - 투어 및 체험 안내: 투어 3,000원 (소요시간 30분, 5세 미만 무료) / 머루 수확 8,000원 / 나만의 와인 만들기 15,000원 / 머루와인 만들기 20,000원 / 패키지 (머루 초콜릿 체험 + 머루잼+머루비누+투어+시음) 20,000원 (개인 체험은 14시, 16시만 가능) 아빠와 함께 손잡고 가던 할아버지 댁. 그 길가에 이런 양조장이 있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카페라는 말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술을 한 아름 들고 나온다는 그곳. 술이 솟아나는 양조장, 술샘입니다. 2011년 용인에 자리를 잡아 다양한 스타일의 전통주를 시도한다는 이곳에 찾아간 건 순전히 ‘이화주’ 때문이었습니다. 술샘 양조장 초입에 모던한 스타일의 공간 ‘카페 미르’가 눈에 띕니다. 술샘의 모든 술을 시음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부스, 그리고 술샘에서 생산하는 현미식초 등을 이용해 만드는 음료 등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그 ‘이화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데요. 이화주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없었던, 그런 막걸리입니다. 떠먹는 막걸리, 요거트 같은 막걸리로도 알려졌을 정도로 걸쭉한 생김새가 특징이에요. 아빠가 작은 숟가락을 이용해 맛을 보았습니다. 몇 숟가락을 연달아 드시더니 묘한 만족감을 표시하시기도 했어요. 이런 막걸리는 처음이라며 호기심을 한껏 드러내면서 말입니다. 술샘은 이화주 말고도 ‘술취한원숭이’와 ‘붉은원숭이’라는 이름의 빨간색 막걸리를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따로 색소를 넣지 않고도 이렇게 빨간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에 두 부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 빨간 막걸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흥국쌀이라는 재료 덕분입니다. 경기미를 자연 발효해 만들어 낸 붉은 쌀을 이용해 빛깔을 낸 것이라고 해요. 정말이지 술샘은 독특한 술이 가득한 곳입니다. - 위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죽양대로 2298-1 - 전화번호: 070-4218-5225 - 웹사이트: www.sulseam.com - 운영시간: 10:30~22:00 아빠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전통 누룩을 이용해 술을 빚는 딸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우곡 배상면 선생의 딸, 배혜정 대표입니다. 배혜정 누룩도가의 대표인 그녀는 단지 전통적인 막걸리, 그리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술을 만들어내겠다며 경기도 화성에서 출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술을 좋아하는 아빠와 딸.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배혜정도가를 찾았던 건 직접 술을 빚어보고 싶다는 아빠와 딸의 의견 일치 덕분입니다. 요즘은 다른 곳에서도 쉽게 막걸리 빚기 체험을 진행하지만, 배혜정도가는 다른 양조장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술도 만나볼 수 있거든요. 결국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건 핑계였고, 배혜정도가만의 다양한 술을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배혜정도가의 막걸리 빚기 체험은 유익했습니다. 막걸리를 만드는 기본 원리를 배울 수 있었고, 학습한 내용을 바로 적용해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누룩과 물, 쌀만으로도 충분히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에 아빠와 딸 모두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미였거든요. 모든 재료를 병에 넣어 며칠간 발효되기를 기다린 뒤, 추가로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맛과 향을 가미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아빠와 딸, 각기 다른 재료로 맛을 더할 예정이라고 했는데요. 이들의 술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 위치: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서봉로 835 - 전화번호: 031-354-9376 - 웹사이트: www.baedoga.co.kr - 운영시간: 09:00~17:00 (토요일은 13시까지, 일요일 휴무) * 방문 전 전화로 문의할 것 출처 : 대한민국구석구석 SNS 글, 사진 : 다님 2기 김노을 https://blog.naver.com/korea_diary/221377180577 * '오늘은 수제맥주'의 저자 오윤희 작가 부녀의 여행을 옆에서 함께 하고 있는 김노을의 시선으로 쓴 글입니다. ※ 위 정보는 2019년 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