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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억새꽃 흩날리는 가을 제주를 보고 난 다음, 알게되었다. 제주의 가을은 오름을 타고 온다는 것을. 한번이라도 가을의 제주를 만나본 적 있다면 기꺼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늘은 높고 또 깊어지며 바람은 슬슬 찬기운을 품기 시작하는 이 계절, 가을을 만나러 제주의 오름을 찾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오른쪽을 제주 동부, 왼쪽을 제주 서부로 나누어 각각이 품은 대표 오름에 올라보자. 제주 오름의 진가는 ‘최소한의 발품’으로 맛볼 수 있는 끝내주는 풍광에 있다. 제주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최고봉 한라산(1947m)에 오르는 고통 대신 대략 왕복 1시간 안팎의 시간만 투자하면 제주의 풋풋한 표정을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이 ‘오름’의 매력에 빠져 제주 전역의 오름을 모두 오르겠다는 ‘오름꾼’들도 적지 않다. 제주올레가 제주 해안마을의 옛길을 두발로 맛보는 재미를 준다면 오름에는 제주 내륙의 속살을 한발 떨어져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가까이 다가서야만 볼 수 있는 ‘무언가’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야만 볼 수 있는 ‘무언가’도 있다. 제주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오름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막상 오름에 오르려고 하면 고민이 시작된다. 제주가 품은 수많은 오름 덕분이다. 본격적인 오름 여행을 시작하기 전, ‘오름’의 정체부터 살펴보자. 제주에 가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동산들이 자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그마한 산’을 이르는 제주 방언이 ‘오름’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봉긋한 봉우리가 솟은 기생화산을 뜻한다. 한라산이 엄마 화산이라면 그 주변으로 새끼 화산, 즉 오름들이 자리한다. 이런 오름들이 제주 전역에 360여 개나 있단다. 어디부터 가야하는지 고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우선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쪽, 동부에서는 세계자연유산에 빛나는 거문오름과 다랑쉬오름, 그리고 용눈이오름에 올라보기로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에도 무리없고 풍광도 빼어나다는 평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휴식년에 들어간 아부오름은 아쉽지만 패스. 동부에서 선택한 이들 오름에 오르면 제주 중산간지역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다. 제주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오름은 비슷해 보이지만 각기 나름의 특색을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07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부터 찾았다. 거문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다. 2013년 여름, 새 건물에 둥지를 튼 거문오름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하면 된다. 예전 탐방안내소가 있던 보건소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한다.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에 오르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탐방 희망 전 달 1일 오전 9:00 부터 선착순 접수, 당일 예약 불가 / http://www.jeju.go.kr/wnhcenter/black/reserve.htm ) 울창한 숲이 너무 깊어 검게 보인다고 ‘검은오름’, ‘거문오름’이란 이름을 지닌 이곳은 실제로도 깊은 분화구에 빽빽하게 숲이 들어서 있다. 어두움 때문에 ‘음산’과 ‘신령스러움’도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오름이다. 거문오름 전망대와 분화구를 함께 걸을 수 있는 안내소~거문오름~용암협곡~화산탄~일본군주둔지~수직굴을 보고 원점회귀하는 약 5.5km 코스를 가장 많이 찾는다. 2시간30분 정도 필요하다. 무리가 된다면 정상까지 올랐다가 안내소로 돌아가는 1시간짜리 코스를 선택해도 된다. 거문오름을 탐방할 때는 물 외의 음식물은 지참불가다. 등산용 스틱과 우산도 나무와 땅이 훼손될 수 있어 휴대할 수 없다. 탐방이 가능할 정도로 비가 올 때에는 우비를 입고 들어선다. 탐방로에 들어서면 깊은 숲의 기운이 단박에 전해진다. 빽빽한 숲에 안겨 거문오름의 붉은 속살을 걷는 기분이 묘하다. 전망대에서는 사진촬영을 하는 이들로 북적인다. 본격적인 거문오름의 속살은 분화구에 들어서야 볼 수 있다. 생태 뿐 아니라 일본군 갱도진지 등의 생채기를 오롯이 품고 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은 숯을 굽고 이곳에서 살아가던 이들의 터전위에 사령부를 주둔시켰다. 뿐만 아니다. 제주 4·3사건 당시, 수직동굴에서 주민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천혜의 자연이 품은 역사의 생채기라, 거문오름은 그렇게 점점 깊어진 것은 아닐까. ▶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33번지 균형이 잘 맞게 패인 분화구가 달처럼 보인다고 ‘달랑쉬오름’ 또는 ‘월랑봉’이라고도 불리는 다랑쉬오름(382.4m)은 구좌읍 세화리에서 최고의 미모를 자랑한다. 400미터에 약간 못미치는 높이지만 오르막이 제법 가파르다. 나무데크로 정비된 길은 억새를 따라 펼쳐진다. 뒤돌아설 때마다 꼭 닮은 아끈다랑쉬오름이 따라 붙는다. ‘아끈’은 ‘작은’을 뜻하는 제주말이다. 다랑쉬오름과 꼭 닮은 작은 다랑쉬오름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랑쉬오름을 오른 후 여유가 된다면 아끈다랑쉬오름에도 올라보면 좋다. 아끈다랑쉬에서 바라보는 다랑쉬오름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풍광 구경을 하며 슬슬 오르면 40분 전후로 다랑쉬오름 정상에 도착한다. 제주 중산간지역의 구석구석이 한눈에 펼쳐진다. 다랑쉬오름이 ‘오름의 여왕’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 바다를 뒷배경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올록볼록 이어지는 제주의 맨얼굴은 아무 이유없이 풍덩 사랑에 빠져버린 소녀처럼 가슴을 뛰게 한다. 날씨까지 도와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정상에 올랐다고 끝이 아니다. 1500m에 달하는 분화구 주변을 돌아봐야한다. 분화구도 분화구이지만 그 밖으로 펼쳐지는 제주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며 두 눈을 파고든다. 오름 주변으로 4·3사건 전까지 몇몇 가구가 모여 살던 다랑쉬마을(월랑동)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마을 대신 다랑쉬굴만이 자리를 지킨다. ▶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산6 용눈이오름(247.8m)은 ‘나즈막한 산’을 뜻하는 ‘오름의 정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오름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품은 다랑쉬오름과 달리 아주 부드러운 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15분에서 20분 정도 사브작 사브작 걷다보면 세 개의 능선이 말발자국처럼 자리한 정상에 닿는다. 억새꽃의 춤사위를 실컷 구경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정상에 닿아 분화구 주변을 걷다보면 푸른 바다가 거짓말처럼 다가선다. 능선을 한바퀴 돌아보기 위해서는 40분 정도 필요하다. 여유를 갖고 찬찬히 바다와 가까운 오름에서만 맛볼 수 있는 풍광을 즐겨보자. 용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도 ‘용논이오름’, ‘용눈이오름’이라 이름 붙었다. 부드러운 능선위에서 춤추는 억새꽃과 바다를 바라보며 용눈이오름을 특히나 아꼈다는 고 김영갑 사진작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방금 걸어본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도 한눈에 펼쳐진다. 바다와 내륙 모두 원없이 바라볼 수 있으니 야트막한 오름에 오른 보람이 제법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한눈에 펼쳐지는 사진 포인트도 잊지 말자. ▶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산28 1. 주변 음식점 한림바다체험마을식당 : 우럭조림 / 제주시 한림읍 한수리 / 064-796-1817 순옥이네명가 : 전복물회 / 제주시 도두동 / 064-712-3434 2.숙소 포도호텔 :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 064-793-7000 www.thepinx.co.kr 유로리조트 : 서귀포시 토평동 / 064-763-1003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이소원 취재기자( msommer@naver.com )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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