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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폐회식은 그 나라가 가진 문화 자산을 세계에 내보이는 흔치 않은 자리다. 러시아의 유서 깊은 문학과 예술이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지 4년, 이제는 우리가 보여줄 때다. 동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즈음에 ‘50억 인구가 지켜볼 지구촌 축제의 개회식과 폐회식은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것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가 총감독을 맡는다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개회식과 폐회식을 연출하는 감독이 따로 있고, 이들이 실질적인 실무를 책임지게 된다. 개회식 연출자는 양정웅.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국내외 무대에서 명성을 떨친 감독이다. 폐회식은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의 뮤지컬과 영화 연출로 알려진 장유정이다. 눈과 얼음의 제전이 펼쳐지는 평창으로부터 지구촌 방방곡곡으로 송신될 메시지에는 어떤 꿈과 생각이 담겨 있을지 두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보면서 언젠가는 올림픽 개회식을 연출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됐다고 들었습니다. 꿈이 이루어진 걸 축하합니다. 소망하니 꿈이 이루어지던가요. 문득문득 해오던 생각이었습니다. 개회식을 볼 때마다 내게도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회식은 서커스, 마임, 무용에 연극적 요소와 화려한 의상 등이 대사와 함께 깔려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매스게임 같은 구태의연한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연출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오페라처럼 규모가 큰 공연을 해보기는 했지만 경기장에서 개회식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제게도 큰 도전입니다. 이번 올림픽의 테마는 평화라고 들었습니다. 개회식의 주제나 콘셉트를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주제는 평화, 슬로건은 ‘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평화에 절실한 나라가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배우와 연출을 거쳤습니다. 배우를 하다 연출을 하니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아울러 해외공연을 여러 번 했는데 외국인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초점을 어디에 맞췄습니까. 배우 시절엔 맡은 역할에만 집중했지만 연출을 하니 전체를 조망하게 됐습니다.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미술, 음악 등 모든 것을 테마와 내용에 맞게 조화시켜야 하는 점이 달랐습니다. 제 대표작은 ‘한여름밤의 꿈’인데 영국 에든버러에서 공연한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과의 정서적 공감을 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논리도 중요하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상황을 이해해야 합니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상황과 아픔, 상처, 희망 같은 감정들을 드라마 속에서 녹여내고 발견해야 합니다. 그 같은 공감이 일어날 때 문학이든 미술이든 관객이 열광합니다. 보는 이들이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와 문화, 시간을 뛰어넘어 제가 셰익스피어에 공감하는 것도 그런 보편성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송승환 대표가 개폐회식을 총괄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역할 분담과 의견 조율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송 대표님은 제가 오기 2년 전부터 올림픽을 준비했습니다. 송 대표께서 틀을 잡고, 큰 결정이나 콘셉트를 그리면 저는 그에 따라 연출을 실행합니다. 이번 작업은 제일기획, CJ, ANP 등 5개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하는 공동 작업이고 분야마다 감독들이 따로 있습니다. 그들은 물론이고 국가행사다 보니 IOC와도 의견을 조율할 게 많습니다. 이따금 큰 행사의 개폐회식을 볼 때마다, 저 퍼포먼스가 이 행사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생각해봐도 연결이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대중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개회식은 대중이 보기에 쉬운 편입니까. 개회식은 전 세계인이 보는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가 될 겁니다. 전 88올림픽 때의 굴렁쇠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식은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있고, 디지털 퍼포먼스처럼 난해한 이미지를 던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예술가들이 대중을 만나고자 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공감한다고 해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고, 난해하다고 해서 실패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어쨌든 개회식은 넌버벌이라서 낯설고 힘든 부분도 있겠지만 음악, 미술 등 많은 장르가 함께 버무려집니다. 현대 무용이나 예술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고,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관객들이 공감하길 바라긴 하지만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건 관객의 몫입니다. 1994년 스페인의 다국적 극단 라센칸에서 배우로도 활동하는 등 스페인, 일본, 인도 등지를 다니며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혔다는데 이번 작업에도 그 같은 경험이 도움이 됐습니까. 우리 문화를 글로벌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송 대표님도 ‘난타’로 세계를 누볐고 저도 ‘한여름밤의 꿈’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문화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 경험이 있다는 게 자산입니다. 개회식의 요소로 속도를 꼽았다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다른 나라 올림픽 개막공연은 3시간 이상인 데다 문화공연도 15분 이상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겨울밤에 추운 고지에서 공연을 펼치게 됩니다. 게다가 밤 8시부터 시작됩니다. 소치나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는 지붕이 있는 스타디움이었습니다. 릴레함메르 이후에 모처럼 동계올림픽 분위기가 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2시간에 맞춰서 압축된 러닝 타임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IOC와 의논할 예정입니다. 다른 올림픽과 달리 호흡이 빠를 겁니다. 음악이나 미술보다 공연은 공감각적입니다. 당신은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강조한 독일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그 요소들을 어떻게 엮어 나가려고 합니까.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 미술, 음악, 공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예민한 편입니다. 부모님 모두 작가셨고, 저도 문예창작을 전공했습니다. 연극은 종합예술이라 공간이 있고, 사람이 있고, 음악이 있고, 테크놀로지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섞어내는 작업이 재미있습니다. 이번 개회식은 무대보다 훨씬 더 넓은 스타디움에서 진행됩니다. 그 넓은 공간을 촘촘하게 채우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동원할 생각입니까. 이전의 다른 올림픽에 비교하면 아담한 편입니다. 동계올림픽은 경기장에서 하는 종목이 드물고, 슬로프나 빙상경기장에서 하는 만큼 개폐회식만 경기장에서 하게 됩니다. 폭 72m의 원형 무대를 만들어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아담하다면 아담하지만 크다면 클 수도 있습니다. 영상기술도 많이 발달한 만큼 베이징, 런던, 소치, 리우처럼 대형 장비를 동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문화예술과 오브제로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이렇게 큰일을 맡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영광이겠지만 부담도 클 것 같습니다. 폐막식의 주제나 콘셉트를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폐막식 주제는 넥스트 웨이브(Next Wave)입니다. 조금 애매하긴 한데 기존의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정신을 의미합니다. ‘올림픽이 끝나도 평화와 도전정신은 계속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저는 이 주제를 통해 가까운 미래를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가까운 미래의 지향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공존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제목을 가지고 조화와 융합, 공존 등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자세를 견지하려고 합니다. 우리 작업의 경우 문화공연이 들어가 있는데 폐회식의 주제를 자연스레 느끼도록 하는 동시에 한국의 현재 모습을 문화적 코드로 보여주려고 합니다.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방향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폐회식이다 보니 격식이나 엄숙함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말은 어렵지만 축제와 파티의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절반은 넥스트 웨이브, 절반은 축제와 파티가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특히 한국이라는 인상을 세계인들이 느낄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호감이 깔린 궁금증으로 증폭됐으면 좋겠습니다. 송승환 총감독과는 의견 조율을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송 대표님은 전체 제작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부분을 포함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폐회식은 믿고 맡겨주는 편입니다. 귀가 열린 분이라 시간, 주제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선택이 필요할 때는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요구하기도 합니다. 서로 의견이 맞섰던 적은 없습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대중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폐회식은 대중이 보기에 쉬운 편입니까. 폐회식은 쉬운 편입니다. 격식에서 자유로우니까요. 물론 현대아트를 보여주는 장면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바로 보여주게 되면 설명이 돼버리고 말지요. 그 한 장면을 제외하면 다 쉬운 편입니다. 어떤 장면의 경우 한 컷만 보면 한국 사람은 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그렇다고 리얼리티를 많이 넣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상징과 압축의 총체극을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저런 코드를 넣어서 이런 의미를 상징했구나’ 하고 유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신은 공연 연출 출신인 만큼 훨씬 소통을 잘할 것 같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연출한 장예모 감독은 영화를 했고, 런던올림픽 연출은 연극 감독 출신이라 어떤 분야가 유리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개폐회식 자체가 영상미술과 3만5000명의 관람객이 어우러진 총체극입니다. 출연자들과 노래하는 사람들은 공연하듯 할 겁니다. 또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총체극을 카메라로 포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카메라가 움직이면서 이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식이지요. 제가 연극·영화 연출인 만큼 무대에서 펼쳐지는 총체극을 카메라워크를 통해서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동안 당신은 연극과 영화를 연출해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폐회식 연출의 무게 중심은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만들 때는 연극과 영화적으로, 담는 것은 카메라로 포착하는 식이지요. 마치 뮤지컬 한 장면이 만들어지는 것을 촬영하는 느낌입니다. 개회식과 폐회식 모두 연극 연출 출신이 맡았습니다. 혹시 상징보다 설명에 치우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영화는 영상 이미지로 설명되는 장르입니다. 대사가 많아도 눈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강렬하거든요. 설명에 치우치려는 의도는 덜한 편입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서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설명보다 상징에 치우치면 어려워질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느끼게 할 수 있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폐회식은 스케일이 큽니다. 물리적, 정서적 공간을 어떻게 메울 생각입니까. 예상과 달리 사실은 밀도가 높습니다. 브라질 마라카낭 스타디움 같은 곳은 무대와 객석과의 거리가 멀었습니다. 대극장도 그렇고요. 하지만 평창 개폐회식장은 축구장에 비하면 가까운 편입니다. 오각형이라서 관중석과 무대와의 거리가 가깝고 일정하지요. 직사각형일 경우 맞은편에서는 너무 멀게 느껴지지만, 평창은 건너편 객석에 있는 사람이 보일 정도입니다. 때문에 관객들도 자신이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일반 개폐회식과 다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스케일이 크긴 하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과정은 이제까지 했던 연극, 영화 작업과 일맥상통합니다. 다만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시간 싸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출처 : 청사초롱 에디터 : 청사초롱 박은경기자, 글 : 우현석(서울경제신문 객원기자, 여행작가), 사진 : Shutterstock.com, 우현석 ※ 위 정보는 2018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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