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만화 보다가 엄마한테 혼난 기억,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읽다보면 너무 재미있어 원래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까맣게 잊고 만화책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동네 만화방에서 혹은 친구네 집에서 키득거리며 만화를 읽던 세대가 이제 부모가 되어 아이 손을 잡고 만화를 보러가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만화문화공간 '재미랑'과 만화의 거리 '재미로'다. 재미로는 명동역 3번 출구에서 퍼시픽호텔 앞, 명동주민센터를 지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까지 이어진다. 재미랑은 재미로의 중간 즈음에 자리잡고 있다. 재미로 곳곳에 만화를 이용한 다채로운 볼거리가 조성돼 있다. 먼저 지하철 입구에 마련된 아담한 상상공원은 한류콘텐츠의 원조 만화 궁(박소희)의 주요 장면으로 꾸몄다. 궁은 만화의 인기로 드라마가 제작됐고, 뮤지컬화 되기도 했다. 상상공원을 지나면 곧장 퍼시픽호텔 앞 만화삼거리가 나오고 호텔 옆 벽면을 활용한 '만화VS만화' 코너가 보인다. 우리나라 최고의 만화가 허영만과 이현세의 대표작 식객과 공포의 외인구단이 벽을 꽉 메우고 있다. 두 만화가의 작품 여러 편이 영화나, 드라마화 되었는데 그 인기의 비결은 탄탄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있다.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한국파워웹툰으로 꾸민 대지 가림막이다. 다음과 네이버 웹툰의 대표작 12편으로 구성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Hun), 그대를 사랑합니다(강풀), 미생(윤태호), 마음의 소리(조석),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김규삼)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작품들이다. 한동안 침체됐던 만화계가 다시 활력을 찾은 건 포털 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웹툰 덕이 크다. 그야말로 지금은 웹툰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인기 웹툰은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드라마나 영화화되면서 더욱 사랑받고 있다. 남산공영주차장에는 김동화의 빨간 자전거의 우편배달부 캐릭터와 로봇 찌빠의 신문수화백이 시민의 사연을 그려 우표로 이미지화한 사연우체국이 기다린다. 편의점 미니스톱 앞에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달려라 하니(이진주)의 한 장면으로 꾸민 포토존도 마련돼 있다. 중국집 동방홍 앞엔 자두(이빈)와 친구들이, 아이비게스트하우스 입구엔 오기사의 14개국 랜드마크가 반긴다. 재미로의 막바지에 다다르면 거대한 남산 옹벽이 가로막는다. 이 옹벽위에 대표한국만화 40선으로 만화언덕을 꾸몄다. 한국만화 100선 가운데 공포의 외인구단(이현세), 식객(허영만), 순정만화(강풀), 열혈강호(전극진/양재현), 풀하우스(원수연), 바람의 나라(김진), 꺼벙이(길창덕), 머털도사(이두호), 맹꽁이서당(윤승운), 레드문(황미나) 등 40개 메가 캐릭터를 활용했다. 낮에는 밋밋하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이면 우리들을 즐겁게 해줬던 만화캐릭터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명동경로당 이면골목에 자리한 도로도로 골목길은 못보고 지나치기 쉽다. 경사길과 계단으로 된 골목에는 식당 몇 개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자투리 공간에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비집고 들어가 색다른 재미를 준다. 골목을 따라 가다보면 벽화 골목으로 이어지고 도로를 건너면 서울애니메이션센터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메카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는 애니메이션 관람은 물론 다양한 체험도 가능해 아이들이 무척 즐거워한다. 재미로의 핵심은 재미랑이다. 지하 1층부터 다락방 느낌의 4층까지 하나의 집으로 구성했는데 그 집은 다름 아닌 만화네 집이다. 1층 거실에선 일상생활만화의 대표작 비빔툰(홍승우) 가족이 손님을 맞이하고, 안쪽 주방에선 미슐랭스타(김송) 캐릭터들이 손님상을 준비한다. 2층엔 여동생의 방 느낌으로 나쁜친구(앙꼬), 막 입사한 오빠의 방으로 미생(윤태호), 부모님 방에 딱 어울리는 아버지의 노래(김금숙), 삼촌 부부의 방에 제격인 불편하고 행복하게(홍연식)가 전시돼 있다. 웹툰 가운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미생은 연재가 끝난 후에도 여전히 핫한 만화다. 직장인들의 무한지지와 함께 남편이 회식할 때마다 바가지를 긁던 아내들의 고개마저 끄덕이게 만들었다. 미생의 작가 윤태호는 스토리 구성 능력을 기르기 위해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필사했다고 하는데 그 일부도 함께 전시돼 있다.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한 김금숙 작가의 '아버지의 노래'는 수묵화 느낌의 그림 속에 녹아든 한 가족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홍연식의 '불편하게 행복하게'는 작가 자신의 전원생활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신혼부부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는 동안 웬일인지 빙그레 미소가 번진다. 한 소녀의 거친 성장기를 섬세한 데생으로 그린 앙꼬의 '나쁜친구'는 방황하는 10대들과 함께 읽고 싶은 작품이다. 지하는 게임 룸의 느낌이다. 주호민의 '신과 함께' 캐릭터를 공으로 맞히면 불꽃이 터지듯 영상이 튀어나온다. 또 연재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환호를 끌어내는 하일권의 '목욕의 신'은 금자탕에 쏟아져 내리는 물방울을 손으로 튕겨내는 체험형 인터랙티브 영상이 흥미롭다. 3층은 작가와의 만남 같은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이고, 4층은 만화책이 가득한 다락방처럼 꾸며 놓았다. 신간 만화로 벽면을 가득 채운 이런 방은 만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탐낼 듯 하다. 신발을 벗고 방에 엎드려 만화를 볼 수도 있고, 남산이 올려다 보이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서 읽을 수도 있다. 문을 열고 나가면 아담한 옥상 뒤로 남산서울타워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만화란 본디 1권부터 완결편까지 쌓아놓고 봐야 제 맛. 하지만 방문객이 많은 주말이라면 한권씩만 가져다 읽는 걸로 만족하자. 또 작가와의 만남 같은 이벤트도 가끔 진행되므로 좋아하는 만화가를 직접 만나고 싶다면 재미랑의 페이스북을 주시할 것. 오는 3월29일엔 홍연식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재미랑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20길 42 문의 : 02-779-6107 www.facebook.com/zaemirang 주변 음식점 명동교자 : 칼국수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10길 29 / 02-776-5348 http://www.mdkj.co.kr/ 명동돈가스 : 돈가스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3길 8 / 02-776-5300 고궁 : 전주비빔밥 /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8가길 27 / 02-776-3211 http://www.gogung.co.kr/gnuboard4/ 숙소 호텔 명동 :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시장길 61 / 02-771-4545 명동호스텔 :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9길 8 / 02-3672-1971 http://www.myeongdonghostel.com/ 명동게스트하우스 :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24길 12 / 02-755-5437 http://www.mdguesthouse.com/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