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화가 박수근이 살던 집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살던 집터가 창신동에 있다. 서민화가 박수근의 걸음을 따라 한양도성 동대문의 바깥 동네인 종로구 창신동과 숭인동의 골목을 걷는다. 옛 골목과 장터 풍경이 여전한 동묘벼룩시장 골목을 돌아 흥인지문 야경을 감상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돌아보는 반나절 여행이다. 서울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1번 출구로 나와 동대문성곽공원을 오른다. 깔끔히 마무리된 한양성곽은 600년 조선왕조의 상징이다. 성곽길을 따라 계속 가면 낙산성곽 정상부로 오를 수 있고, 이화벽화마을까지 한양도성 둘레길이 연결되어 있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동대문성곽공원 정상부에는 한양도성박물관이 자리하는데, 사방이 탁 트여 흥인지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흥인지문을 중심으로 동대문쇼핑타운이 활기차고, 옛 동대문야구장 자리에 들어선 DDP의 외경이 돋보인다. 최근 가족 단위 여행객과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은 흥인지문과 DDP의 야경은 해질 무렵 만나기로 하고, 성곽 아랫마을인 창신동과 숭인동 코스로 길을 잡는다. 창신동과 숭인동은 한양도성의 바깥 동네로 서민들이 모여 살던 도시 너머 마을이다. 성곽을 내려와 곧바로 몸을 틀면 성곽 바깥으로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창신동 골목길이 이어진다. 창신동은 아직도 2,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밀집해 있는 동네다. 골목길을 걸으면 가파른 언덕과 휘어진 골목 사이사이 작은 봉제공장 창틀 너머로 재봉틀 소리가 들린다. 최근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봉제골목을 중심으로 테마형 골목길이 조성되고 봉제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창신동 골목으로 내려서면 최근 맛집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는 창신시장 맛골목이 이어진다. 골목 사이사이 한옥의 모습도 엿볼 수 있고, 서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족발집과 오래된 목욕탕도 눈길을 끈다. 이제 시장 골목을 빠져나가 큰길가로 내려선다. 우리은행 앞으로 1,4호선 동대문역 3번 출구 창신시장이란 이정표가 보이고, 왼편으로 길을 잡아 100여 m를 내려가면 BYC 매장이 나타난다. 좌회전하여 작은 골목으로 오르면 모퉁이에 성진슈퍼가 보이고, 바로 오른편 골목 삼거리에 개량 한옥 1채가 자리한다. 바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생가터(종로구 창신동 197-33)다. 아쉽게도 백남준이 살던 집은 1950년대에 헐린 뒤 최근까지 음식점으로 운영되다가, 지난 8월 서울시가 사들여 내년 백남준 서거 10주기를 기념해 문화전시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포목상의 아들로 태어난 백남준은 18세 때까지 창신동에서 살았다. 총면적이 9,900m²(약 3000평) 규모였던 백남준의 집은 여러 채의 한옥이었다는데, 당시 우리나라에 2대밖에 없었던 캐딜락을 보유한 부잣집이었다. 그는 2004년 마지막 작품 발표를 끝으로 작품활동을 마쳤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어려서 자란 창신동에 가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가옥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지만 내년이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탄생한다니 참 기쁜 일이다. 이제 창신동 문구골목을 돌아 서민화가 박수근(1914~1965)이 살던 집을 찾아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들이라면, 창신동 문구골목은 필수 코스다. 주말이면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의 눈에 이 골목은 보물섬이나 다름없다. 커다란 인형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공주들과 장난감 자동차를 꼭 쥐고 울부짖는 왕자들이 영영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는 곳이다. 동묘앞역 2,3번 출구 앞으로 건널목을 건너면 동묘벼룩시장의 기점이 되고, 왼편을 바라보면 박수근 화가의 집터(종로구 창신동 393-16)가 자리한다. 현재 음식점과 공인중개사무소가 들어서 있으며 별도의 이정표는 없다. 다만, 누군가 담벼락에 작은 글씨로 ‘박수근 화백 사시던 집’이라고 적어놓았다. 아쉬움이 크지만 박수근의 삶을 조명해보면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한국적인 색채가 가장 짙다고 평가받는 박수근에게는 ‘서민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물가>, <빨래터>, <길가에서> 등 그의 대표작들이 모두 창신동 시절에 탄생했다. 그는 골목과 장터에 주저앉은 서민들을 그렸다. 아이들과 쪼그려 앉은 노인, 행상 나온 여인네들이 모델이었다. 박수근은 1952년부터 1963년까지 창신동에 살았으며, 지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수많은 서민의 모습을 그렸다. 서민을 사랑했던 가난한 화가 박수근의 걸음을 따라 숭인동 동묘벼룩시장을 찾아간다. 주말에만 열리는 동묘벼룩시장은 옛 시절의 골목과 장터 풍경이 남아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문화놀이터로 주목받고 있다. 장터의 중심에 동묘가 자리해 언젠가부터 동묘벼룩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동묘는 관우를 모신 곳이다. 장터는 동묘와 중앙통 큰길을 중심으로 작은 골목길에 거미줄처럼 이어진다. 주말이면 아이의 손을 잡은 젊은 부부,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그리고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은 푸른 눈의 외국인 관광객도 흔히 볼 수 있다. 천천히 장터를 둘러보다 보면 서민화가 박수근의 그림 속 서민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난한 화가가 마주했던 그 골목 서민들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동묘벼룩시장을 찾으려면 가벼운 주머니와 약간의 눈썰미만 있으면 충분하다. 천 원짜리 한 장이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어린아이 얼굴만 한 왕만두도 맛볼 수 있고, 딱 내 스타일의 옷을 눈치보지 않고 고를 수도 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휴일 나들이에 나선 젊은 아빠는 동묘벼룩시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 쉽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충분한 놀이터입니다. 신기한 물건을 내 마음대로 골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서 자주 찾습니다. 휴일 가족 여행지로는 최고입니다.” 시장 중앙에 자리한 동묘 구경도 빼놓을 수 없다. 동묘는 비교적 너른 공간에 자리해 잠시 다리쉼을 하기에 그만이다. 서민화가 박수근의 숭인동 집터에서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창신동 가옥까지는 직선거리로 500여 m에 불과하다. 20세기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두 화가가 살았던 골목길을 걷고, 해질 무렵 흥인지문과 DDP 야경까지 둘러보면 하루 코스 서울 나들이로 충분하다. 한양도성박물관 주소 : 서울 종로구 율곡로 283 문의 : 02-724-0243 동묘벼룩시장 주소 : 서울 종로구 난계로27길 84 동묘공원 일대(지하철 1, 6호선 동묘앞역 3번 출구) 개장시간 : 평일 오후 2시~일몰, 주말 오전 10시~일몰 문의 : 종로구청 02-2148-1114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주소 : 서울 중구 을지로 281 문의 : 02-2153-0000 http://www.ddp.or.kr/MA010001/getInitPage.do 1.주변 음식점 옥천왕족발 : 매운족발 / 종로구 종로51나길 23(창신시장 골목) / 02-3672-7168 고기튀김 : 고기야채튀김 / 종로구 지봉로 2길 7(동묘시장 내) 미소식당 : 국수, 샌드위치, 아메리카노 / 종로구 종로58길 22 / 02-2254-1005 비스켓 : D.I.Y.주스 / 중구 을지로 281 동대문디자인플라자 B1 / 02-2153-0740 2.숙소 동대문호텔 : 종로구 종로 286 / 02-741-7811 http://hoteldongdaemun.com/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 종로구 청계천로 279 / 02-2276-3000 호텔가온골든파크 : 종로구 종로44길 77 / 02-741-5071 동대문호스텔 : 종로구 종로44길 21 / 070-4149-8159 글, 사진 : 이강(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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