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 추위를 피해 발길을 돌린 곳은 순천과 여수다. 제아무리 동장군이 기세를 올린다 해도 남쪽은 남쪽이다. 햇살은 서울보다 조금 더 따뜻하고, 인심은 아주 많이 후하다. 여행자를 온기로 감싸는 남쪽 잠자리의 이야기다. 홍래동 홍두마을 문씨 집성촌에 자리한 해룡성 고택은 10년 전부터 한옥스테이로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언덕에 자리한 고택은 올해로 243년이 됐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을 지낸 문위세의 집이다. 풍수지리학적으로 ‘평사낙안(平沙落雁)의 땅’이라고 한단다. 넓은 들에 기러기가 내려앉는 모양의 땅이라는 뜻이다. 풍수를 잘 몰라도 안온한 느낌이 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왼쪽으로는 대숲, 오른쪽으로는 솔숲이 울창하다. 겨울 북서풍은 대숲이 막고, 여름 태풍은 솔숲이 막는다. 마당에는 가만가만 부는 샛바람만 갇힌다. 언덕에 자리한 고택이 대개 마을을 내려다보는 반면 이 집은 대문이 측면으로 나 있어 조금 더 은밀한 느낌이 든다. 집은 과함이 없다. 넓은 마당에 비해 아담한 규모로 승지원(조상의 뜻을 잇는다는 의미)을 중앙에 두고 동백, 매화, 모란, 진달래라는 이름이 붙은 방이 ‘ㄴ’자 모양으로 자리한 형태다. 마당에는 남도에서만 볼 수 있는 금목서와 비파나무를 비롯해 황칠나무, 유자나무, 보리수가 자란다. 승지원 앞에는 동백나무가 자라고 동백나무 곁에는 아홉살 된 백구가 산다. 마당은 쑥밭이다. 손님이 오면 봄에 거둔 쑥을 말려 발효한 차를 우려낸다. 손님이 오기 전에는 쑥을 태워 방을 쑥 향기로 채운다. 쑥을 태우면 잡내가 없어지고 잡귀가 달아난다고 말하는 주인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도 하고 해맑기도 하다. 고택에 홀로 머물며 사부작사부작 재미로 일한다는 주인은 구들장 놓는 일에 심취해 있다. 마을 초입에 황토방을 만들어 투숙객을 초대해 차를 나누어 마시는 게 그의 커다란 낙이다. 조금만 앉아 있어도 피로가 말끔히 풀리는 느낌이 신기할 정도다. 겨울에는 광목, 여름에는 무명 이불을 덮고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면 주인장이 직접 끓인 녹두 백숙을 무료로 맛볼 수 있다. ✔ 귓속말 Tip 순천만 바로 옆이다. 이른 아침 새들의 합창에 마음이 벅차다. ① 낙안읍성 유서 깊은 민속마을이다. 얕은 산들이 감싸 안은 분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건 마한시대부터다. 조선 중기, 임경업이 개축한 1.4km 길이의 석성과 초가집들이 온전히 남아 있다. 이곳이 귀한 이유는 아직까지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다. 둥그런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풍경에 사람의 온기까지 더해져 사계절 내내 아늑한 느낌이다. 겨울 풍경도 쓸쓸하지 않다. 감나무에 얼기설기 달린 붉은 까치밥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수놓고, 탐스럽게 피어난 목화밭에서는 고양이가 낮잠을 잔다. ② 순천만 국가정원과 습지 한국 최고의 생태공원이다. 사람들은 정갈하게 가꿔진 정원에서 사색하고 자연이 오롯이 빛나는 습지에서 마음을 내려놓는다. 특히 습지는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한 곳으로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다. 겨울 순천만은 흑두루미 천지다. 순천시에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벼를 재배하면서부터 하나둘 모인 게 1000여 마리가 됐다. 해룡성 고택 주인장의 표현대로 ‘노는 짓이 예쁜 흑두루미’는 2월 말 3월 초까지 있다가 한국을 떠난다. ③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 낙안읍성 바로 옆에 위치한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은 잡지 ‘샘이 깊은 물’과 ‘뿌리 깊은 나무’를 발행한 한창기 선생이 그러모은 6500점의 유물을 전시한 시립 박물관이다. 한창기 선생은 낡고 투박한 멋이 나는 생활 소품과 문화유산에 깊은 애정을 갖고 보존과 전수에 일평생 헌신했다. 청동기부터 광복 이후까지 긴 시대를 망라한 토기, 백자, 청자, 민화, 목기, 민속 공예품, 불교 용구 등 볼거리가 많다. 한문과 한글이 섞여 쓰인 ‘정순왕후 국장 반차도’와 같은 중요 유물도 전시돼 있다. ④ 여수 오동도 멀리서 보면 오동잎을 닮았다고 하여 오동도라는 이름이 붙은 여수 최고의 관광지다. 오동나무보다는 동백나무가 많다. 오동도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가 약 3000그루인지라 동백섬으로도 불린다. 동백이 피는 시기는 1월부터 3월까지다. 섬을 잇는 방파제 길은 걸어서 15분. 겨울은 바닷바람이 차니 동백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방파제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바 있다. 섬은 덱(deck)과 황톳길로 정비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대숲 사이로 이어지는 섬의 정상에는 전망대와 4D 체험관이 있다. ⑤ 여수 아쿠아플라넷 해양생물의 유연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영혼이 씻기는 기분이 든다. 찬란한 빛을 내며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 아름다운 아메바, 거대하지만 귀여운 얼굴로 천진난만하게 공놀이에 열중하는 벨루가, 쏜살같이 헤엄쳐 다가오는 가오리와 상어 등. 이들의 터전인 신비한 바닷속 탐험을 두 발로 걸으며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오션라이프 메인 수조에서는 하루 5회 탭댄스, 탱고, 발레, 마술쇼를 아우르는 멀티플레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최근 국내 최초로 매부리 바다거북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아기 거북이를 보고 싶다면 당장 달려가자. 입장 마감은 오후 6시다. 바구니호스텔 - 위치 : 전남 순천시 역전2길 4 - 문의 : 061-745-8925 해룡성고택 - 위치 : 전남 순천시 홍두길 136 - 문의 : 010-4205-1110 글 • 사진 : 문유선(여행작가) 편집 : 박은경 출처 : 청사초롱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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