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여름 음식의 하이라이트는 물회가 아닐까. 물회는 이름 그대로 물에 회를 말아 먹는 음식이다. 제철 해산물과 신선한 채소, 새콤한 육수가 어우러진 물회 한 그릇이면 여름철 더위가 절로 달아난다. 갓 잡아 올린 생선을 날로 잘게 썰어서 파, 상추, 마늘 등의 채소를 올린 뒤 고춧가루 등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다음 차가운 육수를 가득 부어 먹는다. 동해안과 남해안에 자리한 바닷가 도시에서 즐겨 먹으며 제주도에서도 많이 먹는다. 물회는 어부들의 음식이었다. 어부들은 제때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터라 배에서 그물을 걷어 올리는 틈틈이 갓 잡아 올린 생선으로 물회를 만들어 먹었다. 회와 각종 채소를 넣고 고추장과 된장 양념으로 버무린 뒤 숟가락으로 푹푹 떠먹었을 것인데 퍽퍽하다 보니 물을 넣었을 것이다. 물회는 어부들의 간식이자 패스트푸드였고 때로는 해장국이었다. 부드러운 흰살 생선이 가득한 물회는 지친 뱃사람들에게 입맛을 되찾아 주는 보양식이기도 했다. 물회를 만드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오징어를 넣으면 오징어 물회가 되고 가자미를 넣으면 가자미 물회가 된다. 한치, 해삼, 전복 등도 물회의 좋은 재료가 된다. 재료들을 다 섞으면 먹음직스러운 모둠 물회다. 물회 하면 떠오르는 도시가 경북 포항이다. 포항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의 상설시장이자 경북과 강원도 일대의 농수산물이 모이고 유통되는 요충지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조그마한 시장이었지만 1970년대 초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대형 상설시장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금은 2,000여 개 점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시장 어판장 인근의 횟집 골목에서 포항식 물회를 맛볼 수 있다. 포항 물회는 처음에는 생선과 채소를 고추장에 버무려 비빔 회처럼 자작하게 먹다가 나중에 물을 부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국물이 많은 물회와는 사뭇 다르다. 껍질을 벗겨 굵은 뼈를 대충 추려내고 듬성듬성 썬 흰살생선을 많이 사용한다. 식감이 거칠지만 고추장 양념과 어우러져 씹을수록 단맛이 퍼진다. 고추장을 듬뿍 넣어 양념 맛이 강하고 기호에 따라 참기름과 식초를 넣어 먹기도 한다. 영일대북부시장에서는 청어나 꽁치 등 등푸른생선을 사용해 물회를 내는 집도 있다. 이 역시 비빔 회로 먹다가 나중에 물을 붓기도 한다. 고성, 강릉, 속초, 동해 등 동해안에 자리한 도시들은 매운맛과 단맛, 신맛이 풍성하게 어우러진 물회를 많이 낸다. 처음에는 광어와 우럭, 도다리, 노래미 등 흰살생선을 담고 채소 몇 가지와 고추장 육수를 부은 단순한 형태였다. 1973년 7월 31일 자 <조선일보>에도 “물회의 특징은 식초를 사용하지 않고 고추장만을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들면서 구성이 화려하게 바뀌었다. 생선회에 전복과 해삼, 멍게, 성게알 등 각종 해산물을 듬뿍 올리고 과일과 매실, 각종 약초 등으로 만든 특제소스를 살얼음 띠게 얼려 함께 낸다. 지금 우리가 먹는 물회가 대개 이런 형태다. 오징어로 만든 물회도 별미다. 오징어물국수회라고도 부른다. 오징어나 한치를 국숫발처럼 가늘게 썬 뒤 오이, 양배추, 깻잎을 채 썰어 초고추장을 푼 물에 넣어 만든다. 예전에는 포구에서 산 오징어를 인근 횟집으로 가져가면 즉석에서 오징어 물회를 만들어주는 식당도 많았다. 동해안 물회가 고추장을 많이 넣는다면 남해안 일대는 된장을 많이 쓴다. 대표적인 곳이 전남 장흥이다.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육지에서 가져간 김치가 시어 버리자 잡아 올린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농어 새끼를 비롯해 망둥이, 조기, 전어, 돔, 바지락 등 싱싱한 생선이면 가리지 않고 사용했다. 요즘 된장물회를 파는 식당에서는 농어 새끼나 광어, 도다리, 우럭 같은 비린내 없는 생선을 주로 사용하며 열무김치와 신김치를 듬뿍 넣고 된장을 풀어 넣는다. 고추장과 과일로 만든 육수가 대중화되다 보니 전라도 사람도 된장물회는 생소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단다. 된장물회는 고추장 물회보다 순하고 구수한 맛이 강하며 횟감의 맛을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물론 밥을 말아 먹어도 맛있다. 제주도도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많이 푼 물회를 내놓는 식당들이 많다. 원래 전통적인 제주식 물회는 날된장에 보리밥을 발효시켜 만든 쉰다리 식초를 이용한다. 다진 마늘과 풋고추, 제피가루 등을 넣어 약간 매운맛을 내지만 육지의 그것보다는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한 맛을 낸다. 물회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다소 비리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싶다. 제주도를 대표하는 물회는 제주의 특산물, 자리돔을 이용한 자리물회다. 5~8월이 자리돔 제철이라 이때 제주를 찾으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자리물회는 손가락만 한 자리돔의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을 제거한 후 뼈째로 썰고, 상추와 오이, 깻잎 등을 넣어 양념장과 함께 버무린 후 식초를 약간 뿌려 차가운 육수에 말아낸다. 뼈째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구수한 자리물회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말아 싹 비우고 나면 제주의 여름을 제대로 즐긴 것 같아 뿌듯하다. 제주도 여행자들은 구젱기 물회도 많이 찾는다. 구젱기는 ‘소라’를 일컫는 제주말.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소라를 날 것 그대로 얇게 썰고 각종 채소와 함께 양념장에 묻혀 물을 부어낸다.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에 넣으면 바다가 통째로 들어오는 듯하다. 오독오독 꼬들꼬들한 식감에 씹을수록 단맛과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온다. 글, 사진 : 최갑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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