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 아리랑의 고장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아쉽다. 한반도의 척추를 타고 뻗어 나가는 백두대간의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 압도적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다채로우니 말이다. 깊은 산골짜기마다 숨은 이색 공간에서 하루를 즐겨보고, 백두대간의 진수를 만나보자. 단언컨대 하루만으로는 부족하다. 가리왕산의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오대천, 그 곁에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 어디쯤 강과소나무 펜션이 자리한다. 2018년, tvN의 예능프로그램 <달팽이 호텔>의 실제 촬영지로 명성을 얻은 곳이다. 당시 출연자들이 각자 사연을 갖고 이국적인 풍경의 펜션에서 치유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은 종영했지만 강과소나무 펜션은 여전히 손님을 맞이한다. 돌을 쌓아 만든
중세 유럽의 석조 건축물 같은 외관은 물론이고, 주변 분위기도 TV 속 모습 그대로다. 펜션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머리 위로는 탁 트인 하늘이, 펜션 앞마당 너머로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풍경뿐일까. 포근한 내부 공간도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객실마다 크기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분위기는 비슷하다. 고풍스러운 목조, 화려한 무늬의 벽지가 조화를 이룬다. 창밖으로는 작은 테라스가, 그 너머로는 초록빛 자연이 시야 가득히 펼쳐진다. 여기에 친절한 주인의 환대가 더해지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곳에서 하룻밤 머문다면 음식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 투숙객을 위해 저녁 식사와
아침 식사를 인원수에 맞게 제공한다. 저녁 식사는 ‘만찬’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푸짐하다. 4시간 이상 저온 훈연한 돼지고기 바비큐가 메인이고, 제철 과일을 듬뿍 담은 샐러드, 비어캔 치킨까지 한상 가득 내어준다. 참고로 저녁 식사는 여름철 오후 7시, 겨울철 오후 6시에 진행한다. 펜션 1층에 있는 카페 겸 식당 내에 식사 자리를 마련해 주는데, 원한다면 정원에 놓인 테이블에서 먹어도 된다. 한여름에도 선선한 정선 산골짜기의 저녁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식후에는 정원 한쪽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시간을 보내도 좋다. 일행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누리는 것도 잊지 말자. 운이 좋다면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아침으로는 샐러드와 과일, 소시지와 토스트, 음료가 나온다. 덕분에 정선 여행 둘째
날을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다. 1 태백과 정선 일대는 광산이 많다. 상당한 양의 철광석과 석탄, 금 등이 매장되어 있어서다. 화암동굴도 그중 하나다. 천포광산이라고 불린 이곳에서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다고 한다. 광복 이후에 천포광산은 문을 굳게 닫은 채 버려지다시피 했다. 수십 년간 어둠만이
가득하던 이곳에 빛이 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2006년, 금과 대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한 테마 동굴로 조성해 일반에게 개방했다. 화암동굴은 단순한 금광이 아니었다. 금광 내에 큰 규모의 석회암 동굴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석회암 동굴의 존재는 금광이 운영되던 일제강점기 당시에 알려졌다. 광부들이 갱도를 파는 과정에서 석회암 동굴을 발견한 것. 이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받는 이유다. 매표소에서 화암동굴 입구까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모노레일을 운영하고 있으니
편하게 오르고 싶다면 이용하기를 추천한다. 산 중턱에 있는 입구 안쪽으로는 완전히
어두운 세상이 펼쳐진다. 내부에는 금광과 석회암 동굴을 아우르는 1.8킬로미터 길이의 탐방로가 있다. 금광은 크게 상부 갱도와 하부 갱도로 나뉜다. 상부 갱도에서는
금맥을 찾는 과정부터 실제 금을 채굴하는 모습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하부 갱도로 이어지는 365층계의 수직 계단이 스릴을 더한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석회암 동굴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됐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탐방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 석회암 동굴의 특징을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1 정선에는 독특하게 생긴 산이 하나 있다. 정상부에 나무가 거의 없이 둥근 능선을 갖고 있어서 이름 또한 민둥산이다. 대신 참억새 군락이 능선을 따라 드넓게 자리를 잡았다. 예부터 마을 주민들이 산나물의 생장을 돕기 위해 불을 놓아 큰 나무들을 태웠던 것이 오늘날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한다. 민둥산은 해발고도 1,119미터를 자랑한다. 둥글게 생겼다는 이유로 만만하게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주요 등산로로 꼽히는 증산초등학교 기점 코스에서 정상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매년 10월 열리는 민둥산 억새꽃축제의 주 행사장에서 시작해도 등반
시간은 비슷하다. 걱정할 만큼은 아니다. 골짜기에 자리를 잡은 마을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워낙 고지대에 있어 정상까지의 여정이 험난하지만은 않으니까. 등산이라는 약간의 고생만 감수하면 민둥산의 절경을 만나볼 수 있다. 국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별한 풍경이 기다린다. 산맥을 넘나드는 바람결이 억새밭에 파도를 만드는 모습이나, 저 멀리 백두대간이 만들어내는 모습이 정말이지 장관이다. 민둥산의 능선이 둘러싼 한가운데 깊은 구덩이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숨어 있다. 돌리네라고 부르는 지형이다. 이곳의 기반이 되는 석회암이 빗물로 인해 용식 작용을
받아 움푹 팬 것이다. 덕분에 민둥산이 자랑하는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졌다. 억새밭은
물론이고, 민둥산의 절경을 둘러볼 수 있는 탐방로 또한 이 돌리네 연못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해 질 녘에 맞춰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황금빛 노을이 하늘과 구름, 푸른 들판과
억새를 뒤덮는 순간을 만나볼 수 있다. 1 정선과 태백, 삼척 등은 탄광이 많았고, 한때 국가의 핵심 산업 중 하나일 정도로 채광 산업은 활발했다. 시내는 늘 북적거렸고, 지나가는 강아지들마저 돈을 물고 다닐
정도라는 농담이 있었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환경 및 경제적 문제로 석탄 사용이 줄었고, 수입 석탄마저 늘어나자 이 일대의 탄광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삼척탄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버려진 탄광 시설은 그대로 방치된 채 흉물스럽게 남았다. 삼척탄좌가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폐광된 시설을 최대한 보존하고 고칠 곳은 고쳐서, 문화 예술 공간 ‘삼탄아트마인’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제 삼척탄좌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레지던스를 제공하고, 현대미술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여는 미술관이 되었다. 꾸준히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작가와 관객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한 공간이 됐지만, 본질만큼은 잊지
않았다. 일부 전시실에서 탄광 시설 및 광부들의 장비를 만날 수 있다. 안전모와 산소통, 광부들의 일지, ‘위험’이라고 쓰인 안내판 등은 삼척탄좌의 명과 암을 오롯이
드러낸다. ‘레일바이뮤지엄’은 수직 갱도를 보존해 하나의 거대한 설치 미술품처럼 꾸민 공간이다. 600미터 아래로 이어지는 수직 갱도를 통해 하루 최대 400명의 광부가 현장에
투입됐다. 국내 최대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고 둘러볼 것. 과거와 현재의 상반된 이미지가 이곳의 감상 포인트다. 절제된 색 표현, 부서진 창 너머로 스며드는 햇볕과
스산한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어두운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많은 사람의 희로애락으로 북적였을 공간이 이제는 쓸쓸하게 남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삼탄아트마인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몇몇 장면을 촬영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주인공 유시진 대위의 이름이 박힌 전투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1 글, 사진 : 김정흠(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3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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