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린 왕자》를 테마로 한 불빛축제가 있다. 전북 완주군 비봉면 봉실산에 둥지를 튼 완주힐조타운 전체가 저녁이면 낭만적인 불빛축제장으로 변신한다. 낮에는 허브정원과 싱그러운 숲을 거닐고, 아이들을 위한 흙놀이 등 체험거리도 있다. 여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밤 산책을 나서볼까? 완주에 느닷없이 여우빛이 등장했다. 옛사람들은 들이나 숲에서 이상한 불빛을 만나면 도깨비불, 여우불이라 했는데, 한적한 산자락에서 만난 산속여우빛은 아름다운 여우불이자 여행자를 홀리는 도깨비불이라 해도 좋겠다. 나무나 조형물에 LED 전구를 단 현대판 도깨비불은 눈이나 비가 와도 감전 위험이 없어 날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를 주인공 삼은 덕분에 밤을 색색깔로 물들이는 불빛축제에 ‘산속여우빛’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린 왕자의 꿈속에서 다시 만난 여우가 조근조근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설정이다. 그렇다고 여우나 어린 왕자 조형물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다. 곳곳에 이야기판이 그림과 함께 설치돼 있을 따름이다. 이야기판에 따로 조명을 설치하지 않아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정도다. 소설에서 인상적인 구절도 있고,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즐기라는 충고도 있다. 여우는 없지만 소설 속 장면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여우빛을 즐기면 된다. 축제장은 경사진 산자락에 넓게 자리한 정원이라고 보면 좋다. 맨 아래쪽에 주차장이 있고, 계단을 오르면 매표소와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여우빛쉼터가 나온다. 매표소 옆 환영 사인이 걸린 입구를 지나면 길은 S자로 이어지며 달빛정원, 바람정원, 미디어아트(공연장), 어린왕자 장미정원, 마크브라운 카페, 여우빛글램핑장, 돌탑광장, 재바우화덕구이 식당이 차례로 나온다. 맨 위까지 간 다음 천천히 내려오면서 관람하면 편하다. 낮시간에 매표소 옆 여우학교를 찾아가면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자기 빚는 흙을 이용한 ‘들락날락 노리터’는 흙반죽을 주무르고 마음껏 뒹굴 수 있는 공간이다. 11시, 2시, 4시로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시간에 맞춰 가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갈아입을 옷을 꼭 챙겨야 한다. 예약할 경우 장명루 만들기, 멘사 게임, 자연물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캠핑장 아래에는 커피와 차를 마시며 쉬어가기 좋은 카페 마크브라운이 있다. 그 아래 자리한 무대에서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공연이 열린다. 공연 내용은 매번 달라진다. 주로 음악 공연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가수나 밴드 등의 무대가 마련된다. 공연 시작 전이나 끝나고 난 뒤 연인들의 깜짝 프러포즈가 진행될 때도 있다. 특별한 이벤트를 고민하는 커플이 있다면 용기 내어 신청해볼 것. 공연장 옆으로 장밋빛을 따라가면 장미정원이 나온다. 수만 송이 장미가 활짝 피어 있는 환상적인 곳이다. 다른 불빛축제에 비해 전반적인 불빛 장식은 수수한 편이지만, 이곳 장미정원 덕분에 더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장미는 생화가 아니라 조화다. 줄기에 전선을 연결해 꽃봉오리에 불빛이 들어오게 만들었다. 얼핏 보기에 생화 같아서 꺾어가려고 하는 이들도 꽤 있다고. 꽃봉오리와 활짝 핀 장미 두 가지라 더욱 그럴듯하게 보인다. 하얗게, 노랗게 또는 분홍으로 빛나는 장미가 융단처럼 펼쳐져 아름답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 느낌을 담아내기는 어렵다. 낭만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담으려면 플래시를 사용하지 말고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찍는 게 중요하다. 장미정원 아래로 허브와 꽃 들이 가득한 달빛정원과 나무에 감은 불빛이 화려한 바람정원이 있다. 달빛정원은 어두워지기 전 햇살이 있을 때 보면 더 좋다. 철마다 꽃이 피어나고 다양한 종류의 허브를 심어 향기롭다. 산속여우빛은 1년 내내 운영하며, 하절기(5~10월) 점등은 오후 6시에 하고 12시(입장 마감은 11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동절기(11~4월)에는 점등이 1시간 빨라져 오후 5시부터 12시(입장 마감은 11시)까지 가능하다. 산속여우빛으로 가는 길에 시간이 이르더라도 저녁을 미리 먹고 가는 게 좋다. 축제장에는 식당 한 군데, 간식 몇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봉동 읍내에서 힐조타운까지는 차로 15분 거리이니 봉동에서 식사를 하면 딱이다. 봉동농협 건너편에 자리한 ‘3대할머니국수집’은 60여 년 동안 맛있는 국수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 곳이다. 메뉴는 하나, 국수뿐이다. 깊은 감칠맛이 나면서도 개운한 맛이 일품인 육수에 국수를 푸짐히 담고 송송 썬 대파에 고춧가루만 뿌리면 끝이다. 흔한 지단이나 오이채도 없는데 젓가락질이 바쁠 정도로 맛있다. 순식간에 한 그릇 뚝딱, 배가 부른데도 국물까지 깔끔하게 비우게 만든다. 국수에 얹어 먹기 좋은 김치나 깍두기, 청양고추, 단무지 등 상차림은 지극히 단순하다. 양에 따라 대/중/소로 나뉘고, 가격도 각 5,000원/4,000원/3,500원으로 저렴하다. 성인 남성은 ‘중’, 여성은 ‘소’를 주문하면 배가 불러서 약간 남길 수도 있는 양이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한결같은 그 맛에 오랜 단골도 많고, 일부러 찾아와 먹는 이도 많다. 완주힐조타운 주소 : 전북 완주군 비봉면 천호로 235-38 문의 : 1899-5852 1. 주변 음식점 3대할머니국수집 : 국수 /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135 / 063-261-2312 새참수레 : 슬로푸드 뷔페 /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11 / 063-261-4276 아하라 : 채식상차림 / 완주군 고산면 고산천로 854-7 / 063-263-3880 2. 숙소 모악산모텔 :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길 104-10 / 063-222-2023 위드유호텔 : 완주군 봉동읍 봉동로 105 / 063-261-8088 행복드림한옥 : 완주군 용진면 봉서안길 181-21 / 063-247-0050 글, 사진 : 김숙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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