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백제 문화재가 가득한 부여읍에서 다리를 건너면 규암마을이 나온다.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번성한 규암마을은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강 건너 부여읍으로 생활권이 자연스럽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규암마을에 들어서면 백마강(금강) 둑을 따라 도로가 길게 형성됐다. 이 도로 주변에 상가가 드문드문 자리 잡았는데, 한눈에도 쇠퇴한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예스러우면서 뭔가 세련된 느낌이 든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구경한다. 먼저 규암마을의 대표 명소 책방세간을 찾았다. 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책방이다. 드르륵~ 열리는 나무 미닫이문 소리가 경쾌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이 연한 분홍빛으로 반짝이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담뱃갑 은박 속지를 연상시키는 홀로그램 벽면이다. 여기서 반사된 빛이 책방 내부를 은은하게 비춘다. 책방을 둘러보면 본래 있던 것을 활용한 점이 신선하다. 담배 가게 주인 이름이 새겨진 문패와 금고 등을 그대로 전시했고, 담배 가게 진열장은 책 진열장으로 바꿨다. 책방 내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보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책방세간은 2018년 규암마을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 낙후한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주)세간의 박경아 대표다. 세간은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뜻하는 세간살이의 준말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 박 대표는 인사동 쌈지길에서 시작해 북촌, 서촌,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등 대표적인 문화 거리에서 유명 아트 숍을 운영해온 실력자다. 하지만 아트 숍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쫓겨나지 않을 마을(거리)이 필요했고, 규암마을에서 자신의 꿈을 펼쳤다. 박 대표는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도 만들었다. 모두 오래된 한옥과 양조장을 매입해 꾸몄다. 하나하나 공간을 마련할 때, 헐지 않고 복원을 선택했다. 오래된 공간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 공간을 연결해 ‘자온길’이라고 불렀다. 자온(自溫)은 ‘스스로 따뜻해지다’라는 뜻으로, 인근의 자온대에서 따온 이름이다. 책방세간 옆에 부여서고가 있다. 책방 이름 같지만, 염색 장인 송성원 대표가 만든 다양한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편집 숍이다. 부여서고 이름은 ‘각 분야 문화가 서고의 책처럼 많이 모인다’는 의미다. 베트남에서 제작한 수제 소쿠리와 가방이 눈에 띈다. 그 앞에 파란 앞치마는 당장 두르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고대 목조건축에 쓰이던 장식 기와인 치미의 디자인을 문구류, 도자기, 패브릭 제품 등에 접목한 아이디어도 탁월하다. 민간에서 책방세간과 부여서고 등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부여군은 공예에 초점을 맞춰 123사비공예마을을 운영하고 규암마을에 흩어져 있는 12개 공방을 지원한다. ‘123사비’는 123년에 이르는 사비 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공예인의 손길을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규암마을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다. 123사비창작센터와 123사비레지던스를 통해 청년 공예인에게 작업실과 숙소도 제공한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는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으로, 공예 작품 전시와 판매, 플리 마켓 등을 진행한다(2024년 3월부터 운영 재개 예정). 지난해 11월에 연 123사비공예페스타에서는 입주 공방 작가들의 원데이 클래스, 123사비공예마을 도슨트 투어 등을 펼쳐 작가와 주민, 관광객이 한바탕 어우러졌다. 규암마을의 이름이 유래한 자온대는 수북정(충남문화재자료) 아래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인 수북정은 백마강과 백제교가 한눈에 보이는 정자다. 조선 광해군 때 양주 목사 김흥국이 건립했고, 그의 호를 따 수북정이라 부른다. 수북정 아래 튀어나온 바위가 자온대다. 백제 의자왕이 왕흥사에 불공을 드리러 가면서 먼저 이 바위에 올라 예불을 올렸는데, 바위가 저절로 따뜻해졌다는 전설이 있다. 자온대는 바위 생김새가 누군가 엿보는 것처럼 머리만 내민 형태라서 규암(窺岩)이라고 부른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되며, 부소산성은 궁남지와 함께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부여 관북리 유적(사적)은 마치 드넓은 공터처럼 느껴지는데, 사비 백제 시대 왕궁 터로 알려졌다.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주춧돌 뒤쪽에 있는 한옥은 부여동헌(충남유형문화재)이다. 관북리 유적 뒤편이 부소산성이다. 부여 부소산성(사적)은 사비 백제 시대 왕궁을 지키는 방어 거점이자 후원이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낙화암에서 유장하게 흐르는 백마강을 굽어보기 좋다. 내산면 저동리에 자리한 미암사는 602년에 관륵 스님이 창건한 작은 사찰이다. 절 이름은 산신각 옆에 있는 쌀바위(충남기념물)에서 유래했다. 손자를 얻고자 불공을 드리는 노파에게 바위가 쌀을 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쌀바위는 석영 덩어리로 쌀처럼 흰색을 띤다. 미암사 초입에는 금불상 196개가 세워져 있으며, 길이 30m에 높이 7m 거대한 와불이 볼만하다. 〈당일 여행 코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수북정→규암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부여 궁남지→규암마을 둘째 날 / 수북정→미암사→무량사 ○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부여문화관광 - 책방세간 - 123사비공예마을 -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 미암사 ○ 문의 전화 - 충남종합관광안내소 041)830-2880 - 책방세간 041)834-8205 - 부여서고 041)833-9531 - 123사비공예마을 041)830-6865 - 미암사 041)832-1188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부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회(08:50, 11:10, 17:30)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체국·성요셉병원 정류장까지 도보 약 150m 이동, 301번·328번 등 농어촌버스 이용, 규암시장 정류장 하차, 약 1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부여시외버스터미널 1666-3597 ○ 자가운전 정보 서천공주고속도로 부여 IC→월구교차로→대백제로→규암교차로→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 주차장 ○ 숙박 정보 - 부여자온대펜션 : 규암면 수북로, 010-2478-6504 - 롯데리조트 부여 : 규암면 백제문로, 041)939-1000 - 부여정 : 부여읍 월함로71번길, 010-9343-0134 - 만수산자연휴양림 : 외산면 휴양로, 041)832-6561 ○ 식당 정보 - 송도회관 : 황태찜·아귀찜, 규암면 수북로, 041)835-2345 - 강변가든 : 포천이동갈비구이·제육백반, 규암면 수북로, 041)834-6889 - 먹을래싸갈래 : 김치찌개·청국장, 규암면 자온로, 041)836-5002 - 구드래보리밥 : 보리밥·콩나물밥, 부여읍 나루터로, 041)835-0750 ○ 주변 볼거리 부여 정림사지 , 백제문화단지 , 부여 왕릉원 .mo_footerimg {display:none;}@media screen and (max-width: 1023px) { .mo_footerimg {display:block;} .pc_footerimg {display:none;} } ※ 위 정보는 2024년 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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