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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크다. 삼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얼핏 봐도 1m는 족히 돼 보인다. 여수 중앙어선시장에서 만난 삼치는 보통 이만하다. 잠깐, 그럼 며칠 전 우리 집 식탁에 올라왔던 삼치는 뭐지? 동네 마트에서 사다가 노릇하게 구워먹었던 녀석도 분명 삼치라고 했는데. 크다고 해봐야 어른 팔뚝에도 못 미치던 녀석에 비하면 이곳 삼치들은 그야말로 대물(大物). 같은 생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선 궁금증부터 풀고 볼 일이다.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여기는 삼치의 고장, 여수가 아닌가. “삼치 드신 거 맞고마. 근디, 고시를 드셨는갑소.” “고시요?” “왜 있잖소. 자잘한 어린 삼치.” 그날 내가 먹은 생선의 정체는 ‘삼치’이자 ‘고시’였던 게다.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라 하는 것처럼 삼치도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30cm 내외는 ‘고시’, 그보다 조금 큰 것은 ‘야나기’라고 한다. 그럼 삼치는? 이곳 여수에서는 몸길이 70cm에 무게 1kg 이상은 나가야 비로소 삼치 대접을 받는다. 바다 속에서 낚시나 그물에 걸리지 않고 꼬박 3년을 헤엄쳐 다녀야 그 정도 크기가 된다. 여수에서 회나 구이에 사용하는 삼치는 모두 이런 대물급이다. 같은 삼치라도 고시나 야나기는 이곳 여수에서 명함 내밀 곳이 없다. 삼치는 우리나라 모든 해역에서 잡힌다. 특히 거문도 인근에서는 1년 내내 올라온다. 삼치가 조금은 흔한 생선으로 취급받는 이유다. 한데 찬바람이 부는 12월에서 3월 사이에 거문도에서 잡히는 삼치는 예외다. 왜? 산란을 앞두고 있어 맛도 맛이지만, 본격적인 조업이 시작되기 전이라 100% 끌낚시로 잡은 것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끌낚시란 낚싯줄에 미끼 없이 쇠갈고리만을 달아 생선을 잡는 방식으로, ‘마구리’라고 부르는 소형 어선에서 주로 사용하는 삼치잡이법이다. 정확히 말하면 미끼가 없는 건 아니다. 살아 있는 미끼 대신 공갈미끼라 부르는 멸치 크기의 은박지를 사용한다. 끌낚시는 자기보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는 일단 물고 보는 삼치의 괴팍한 성질을 이용한 낚시법이다. 삼치는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끌낚시의 경우 한번 입질이 오면 두세 마리씩 줄줄이 엮여 올라오기도 하지만, 물때를 잘못 맞추면 한 마리 잡기도 쉽지 않다. 하루 조업에서 많이 잡아야 20마리 정도라니 그야말로 귀하디귀한 몸이 아닐 수 없다. 끌낚시로 잡은 삼치는 저인망이나 정치망 등 그물로 잡아 올린 삼치보다 맛이 좋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서라는데, 사람이나 생선이나 스트레스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실제로 회를 떠보면 끌낚시로 잡은 삼치가 그물로 잡은 삼치보다 살이 조금 더 밝은 색을 띤다고 한다. 이렇게 잡힌 삼치들은 거문도수협을 통해 여수의 식당으로 보내진다. 거문도에서 여수까지는 쾌속선으로 1시간 30분 거리. 삼치 어장이 거문도항에서 배로 10분 거리에 형성돼 있는 걸 감안하면 평균 2~3시간, 늦어도 5~6시간 내에는 식당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성질이 급한 녀석들이라 활어 상태로 받아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신선도를 유지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날이 조금씩 따뜻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삼치는 망어(亡魚)란 별칭처럼 부패가 빨리 진행된다. 그래서 4월 중순이 지나면 사실상 끌낚시로 잡은 삼치는 여수에서 맛볼 수가 없다. 삼치는 여느 생선과 마찬가지로 눈과 아가미를 보고 신선도를 확인한다. 눈은 투명해야 하고 아가미는 붉은색을 띠어야 한다. 은빛 뱃살은 손가락으로 눌러 탄력이 느껴질수록 신선한 삼치이다. 그럼 삼치는 어떻게 먹는 게 가장 맛있을까? 당연히 회다. ‘등 푸른 생선을 회로? 비리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삼치는 등 푸른 생선 중 유일하게 비린내가 없다. 아니, 오히려 담백하고 고소하다. 그 맛이 어느 정도였으면 ‘쇠고기보다 삼치 맛’이라거나 ‘삼치회는 접시까지 핥아 먹는다’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육질은 또 어떤가. 혀끝으로 살짝만 눌러도 사르르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럽다. ‘삼치회는 씹을 새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혹여 씹는 맛이 없어 심심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그런 고민도 저만치 떨쳐버리시길. 삼치의 살코기 속에도 거짓말 조금 보태, 1등급 한우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예쁜 마블링이 촘촘히 박혀 있다. 덕분에 꼬들꼬들 씹는 맛도 나름 즐길 만하다. 물론 삼치에 들어 있는 지방은 EPA와 DHA를 함유한 불포화지방이라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좋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제대로 된 삼치회를 맛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식당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삼치는 살이 여려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회를 뜨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몇몇 식당에서는 참치처럼 살짝 얼린 삼치를 회로 내는 경우도 있는데, 여수에선 통하지 않는다. 얼린 삼치는 신선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수시 교동에 자리한 대성식당은 30년간 삼치회를 전문으로 해온 식당이다. 김병화, 유출애 씨 부부가 운영하는 이곳에선 매일매일 거문도에서 나오는 삼치를 받아 손님상에 올린다. 물론 4월 중순까지만 그렇다. 그 이후로는 중앙선어시장에서 삼치를 받는다. 맛도 맛이지만 신선도를 위해서다. 주방은 거문도에서 나고 자란 안주인 유출애 씨가 맡고 있다. 깔끔하게 손질한 삼치를 쓱쓱 썰어내는 솜씨에서 30년 연륜이 묻어난다. 삼치에서 회로 쓰는 부위는 뱃살과 등살이다. 회를 뜨고 나면 은빛 뱃살에선 선홍색이, 등살에선 푸른빛이 배어난다. 맛은 뱃살 부위가 조금 더 고소한 편이지만, 두 부위의 맛 차이가 확연히 느껴지는 건 아니다. 삼치회는 여수에서 난 돌김에 싸 먹어야 제맛이다. 김 위에 양념간장 듬뿍 묻힌 회 한 점을 올리고 고추냉이와 된장소스 그리고 초생강을 올려 먹으면 된다. 여기에 여수표 묵은지를 턱 하니 얹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삼치삼합’이라 말하기도 한다. 여수 앞바다에서 잡은 삼치에 여수 땅에서 묵힌 김치를 얹고 이를 여수산 돌김에 싸 먹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돌김 대신 양파와 봄동에 싸 먹어도 그 맛이 새롭다. 기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삭거리는 양파에 올려 먹는 삼치회가 입맛에 가장 맞았던 것 같다. 삼치는 구이로도 인기가 많다. 대성식당의 여수삼치구이는 두툼한 살코기를 그대로 구워내기 때문에 ‘삼치 스테이크’로 불리기도 한다. 소금을 툭툭 뿌려 자글자글 구워낸 삼치구이는 정말이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 먹고 돌아서면 생각나는 게 삼치 맛이라더니, 벌써 여수가 그립고 삼치 맛이 그립다. 큰일이다. 이 그리움 때문에 올 봄은 참 길게만 느껴질 것만 같다. 1. 찾아가는 길 순천완주고속도로 동순천IC→17번 국도(여수 방면)→율촌면→여수공항→덕양삼거리 우측 방향→전남대 여수캠퍼스→여수시외버스터미널→충무동주민센터 지나 우측 방향→교통사거리에서 오동도·중앙로터리 방면으로 좌회전→이순신광장→중앙선어시장 2. 맛집 대성식당 : 여수시 교동 / 삼치회 / 061-663-0745 사시사철 : 여수시 교동 / 삼치회 / 061-666-1445 대명선어횟집 : 여수시 학동 / 선어회 / 061-683-2663 미감횟집 : 여수시 학동 / 활어회 / 061-692-8200 여수횟집 : 여수시 남산동 / 활어회 / 061-644-8400 3. 숙소 비앤비치관광호텔 : 여수시 학동 / 061-685-2200 / www.bnbeach.com 나르샤관광호텔 : 여수시 학동 / 061-686-2000 / narshahotel.com 힐하우스모텔 : 여수시 학동 / 061-682-3555 스카이모텔 : 여수시 교동 / 061-662-7780 티모텔 : 여수시 교동 / 061-665-5757 - 글, 사진 정철훈(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3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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