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은 묘한 설렘을 안겨준다. 어디 인간 사이 만남만 그러하겠는가. 사람과 공간과의 만남도 그러하다. 한적한 어느 산골 또는 시골길을 지나다 상상치도 못했던 번듯한 미술관과 마주한다. 그 첫 대면 자체가 특별하다. 이런 곳에 자리한 미술관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호기심이 일렁인다. 도심의 예상했던 어느 공간이 아니라, 산골 낯선 공간에 자리한 미술관은 그 존재 자체로 참신하다. 자연이 먼저 마음을 어루만져주니 열린 마음, 촉촉한 마음으로 미술관을 둘러볼 자세를 자연스레 갖추게 된다. 자연 속 미술관을 즐기기엔 강원도가 제격이다. 국내 최대 전원형 미술관이자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유명한 원주의 ‘뮤지엄 산’부터 조용한 시골 동네에 자리한 양구의 ‘박수근미술관’, 함백산 자락의 폐광을 복원해 문화예술단지로 재탄생시킨 정선의 ‘삼탄아트마인’ 등 강원도 곳곳에 특별한 미술관들이 숨어 있다. 그중 올 10월 춘천에 문을 연 ‘이상원미술관’과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횡성의 ‘미술관자작나무숲’을 찾아가봤다. 강원도 춘천 지암리에 이상원미술관이 개관했다. 지암리는 춘천에서도 산골 동네에 속한다. 물 맑고 산이 깊은 청정 지역으로, 집다리골자연휴양림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집다리골자연휴양림에서 멀지 않은 화악산 자락에 미술관이 들어섰다. 미술관이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위치다. 산골 미술관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이상원미술관은 대지 면적이 1만 5,737㎡에 달하며, 규모와 시설도 대단하다. 입구에는 한창 마무리 작업 중인 세련된 레스토랑과 여러 동의 게스트하우스, 공방 건물이 자리한다. 그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원형으로 된 미술관 건물이 나타난다. 마치 산 위에 보름달이 둥실 떠 있는 형상으로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미술관 외형뿐 아니라 내부도 훌륭하다. 층고가 높고 전면에 유리창이 설치돼 채광이 좋다. 미술관 안에서도 언제나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다 바깥 자연 풍광을 번갈아 감상해본다. 갑자기 스위스 바젤 시 외곽에 자리한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이 떠오른다. 통유리를 통해 정원의 연못과 수련이 내다보이는 전시실에 클로드 모네의 유명한 작품 <수련>을 전시해뒀던 곳. 그동안 가봤던 세계 각지의 미술관 중 유독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이 기억에 남는 건 바로 자연을 배경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했던 그 순간의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이상원미술관에서도 그런 감동이 스쳐간다. 지상 5층 규모에 전시 면적이 1,500㎡에 이르는 이상원미술관은 개관 기념으로 ‘버려진 것들에 대한 경의’전을 열고 있다. 이상원 화백의 공모전 입상작 등 초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상원 화백은 누구일까? 춘천 출신인 그는 ‘독학 화가’로 유명하다. 1950년대 극장의 영화 간판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후 주한 미군 초상화를 그렸다.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인사들의 초상화를 그렸고, 안중근 의사의 영정도 그의 손을 거쳤다. 한창 ‘잘나가던’ 이상원 화백은 1970년대 중후반 상업 초상화 작업을 그만두고 순수미술로 전향한다. 극사실화로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그는 2000년에 고향 춘천으로 내려와 컨테이너 작업실에서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그의 이름을 단 미술관이 탄생하기까지 1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상원 화백의 장남이 아버지를 위해 사비를 털어 지금의 미술관을 건립했다. 개인 미술관치고는 규모가 상당하다. 미술관은 이상원 화백의 작품 2,000여 점과 국내 작가들의 작품 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내년 봄 게스트하우스와 레스토랑, 공방까지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면 더 다양한 즐길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초·중·고 4,000원이다. 매주 월요일 휴관. 논밭이 펼쳐진 횡성군 우천면 두곡리를 지나다 보면 ‘미술관자작나무숲’이라는 작은 입간판이 보인다.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면 소박하고 따뜻한 미술관 입구가 나타난다. 2004년 미술관으로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벌써 개관 10주년이다. 1991년 1만 2,000여 그루의 자작나무 묘목을 심기 시작해 지금의 자작나무숲에 이르렀다. 그동안 입소문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이런 산골에 미술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더구나 자작나무숲에 미술관이 들어섰다는 게 신비롭다. 미술관 관람이 우선인지, 자작나무숲 산책이 우선인지,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그 두 가지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이 산골 미술관의 매력이니 말이다. 미술관자작나무숲을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애호가들도 있다. 도시의 미술관이 시기마다 바뀌는 전시회로 사람들을 모은다면, 이곳은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 풍광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봄에는 철쭉이, 여름에는 싱그러운 초록 잎이, 가을에는 야생화와 단풍이, 겨울에는 눈꽃이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사계절 내내 자리를 지키는 자작나무가 함께한다. 숲길을 걷다가 그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전시관에도 들어간다. 원종호 관장의 자작나무 사진 등 상설 전시 작품과 다양한 기획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2만 원이다. 자작나무숲의 풍경을 담은 예쁜 엽서가 입장권을 대신한다. 1전시장 옆 스튜디오 갤러리에 들어가서 엽서를 제시하면 맛있는 커피나 차 한 잔이 제공된다. 이곳에도 곳곳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운치 있는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고요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입장료가 비싸다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 숲과 미술관을 가꾸는 개인의 노고를 감안하자. 이 겨울, 미술관자작나무숲으로 가보면 어떨까? 눈이라도 펑펑 내리는 날이라면 그 어떤 훌륭한 미술 작품도 담아내지 못하는 자연의 위대한 걸작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올 겨울 예고 없이 찾아올 그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 이상원미술관 주소 : 강원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 99 문의 : 033-255-9001 www.lswmuseum.com 미술관자작나무숲 주소 : 강원 횡성군 우천면 한우로두곡5길 186 문의 : 033-342-6833 www.jjsoup.com 1.주변 음식점 평양냉면 : 평양냉면 / 춘천시 사농동 217-13 / 033-254-3778 샘밭막국수 : 막국수 /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44 / 033-242-1712 횡성축협 한우프라자본점 : 소고기구이, 한우갈비탕 / 횡성군 횡성읍 횡성로 337 / 033-343-9908 운동장해장국 : 한우해장국 / 횡성군 횡성읍 삼일로 79 / 033-345-1770 2.숙소 집다리골자연휴양림 :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1길 129 / 033-243-1443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2030043 베니키아 춘천베어스관광호텔 :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376 / 033-256-2525 웰리힐리파크 : 횡성군 둔내면 고원로 451 / 1544-8833 http://www.wellihillipark.com/sub3/ 숲체원 : 횡성군 둔내면 청태산로 777 / 033-340-6300 http://www.soopchewon.or.kr/main/main.php 글, 사진 : 김수진(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조회수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창작된 은(는) 공공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 자료의 경우, 피사체에 대한 명예훼손 및 인격권 침해 등 일반 정서에 반하는 용도의 사용 및 기업 CI,BI로의 이용을 금지하며, 상기 지침을 준수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용자와 제3자간 분쟁에 대해서 한국관광공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