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200리”, 정확히 울릉도에서 87.4km 떨어진 그곳에 독도가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에는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이라고 나오지만, 이제 독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 여행지다. 울릉도와 독도는 자연 여행 별 중의 별이다. 글 박상준 사진 울릉군청, 한국관광공사 DB 울릉도 가는 배는 강릉시(강릉항), 동해시(묵호항), 울진군(후포항), 포항시(포항)에서 출발한다. 거리는 울진군 후포항이 가장 가깝지만,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강릉시 강릉항이 수월하다. 강릉항은 안목해변 옆이다. 이른 아침 안목해변은 고요하다. 카페가 문을 열기 전이다. 배 시간이 아니라면 기다려서 커피 한 잔 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강릉커피거리를 뒤로하고 터미널에 들어선다. 울릉도 배편은 인터넷 예약이 수월할 것 같지만, 전화가 훨씬 쉽고 편하다. 여객선터미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휴일과 주말에는 배편이 매진되기도 한다. 뱃멀미가 걱정되면 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울릉도 가는 길은 파도와 배 크기에 따라 울렁임이 다르다. 멀미가 심하면 괜한 오기를 부리기보다 멀미약의 도움을 받는 게 낫다. 여객선이 강릉항을 벗어난다. 배가 제시간에 떴다는 건 운이 좋다는 이야기다. 울릉도는 배가 안 떠서 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떴다고 끝은 아니다. 나는 울릉도에서 나올 때 배가 뜨지 않아 사흘을 더 머문 적이 있다. 그래서 울릉도에 갈 때면 고립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강릉항을 떠난 배는 세 시간쯤 지나 울릉도에 다다른다. 다행히 파도가 높지 않아 멀미는 가벼운 울렁증 선에서 끝났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유람선을 타지 않는 이상 울릉도 전경을 담을 기회는 많지 않다. 사진의 섬은 바다 가운데 솟은 산처럼 보인다. 해안선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거칠고 강렬하다. 확실히 제주도와 다르다. 저동항에 접안한다. 남쪽에 촛대바위가 우뚝하다. 관광 지도를 챙긴다. 지도 안의 울릉도는 울릉순환로(울릉도 일주도로)가 울릉읍과 서면, 북면의 해안을 차례로 잇는다. 울릉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로다. 2019년 3월, 완전 개통되어 북면까지 통행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성인봉은 울릉도의 상징이다. 제주도로 치면 한라산이다. 울릉도와 제주도의 공통점은 같은 화산섬이라는 것. 제주도는 한라산 백록담이 분화구인 반면, 울릉도는 성인봉 북쪽 아래 나리분지가 분화구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평지가 주는 시각적 쾌감이 있다. 나리분지 식당에서 맛본 산나물이 산속 울릉도를 느끼게 한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울릉도 여행의 첫 일정은 독도로 잡았다. 독도를 여행하는 건 행운이 따라야 한다. 울릉도와 마찬가지로 날씨나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울릉도로 배가 들어왔다는 건 기상 상태가 양호하다는 증거다. 아직 뱃멀미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독도가 주는 설렘이 그마저 잊게 한다. 먼 바다를 향해 배가 나아간다. 독도로 가는 배다. 울릉도 동남쪽으로 200여 리(정확히 87.4km)를 달리니 독도가 보인다. 동도와 서도, 크고 작은 부속 섬을 모두 합쳐 독도라 부른다. 동도 선착장에 접안한다. 마침내 독도에 첫발을 딛는다. 말로만 듣던 독도가 발끝에서 느껴진다. 체류하는 시간은 30분 남짓.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독도에 발을 딛는 게 어딘가. 독도까지 왔어도 접안하지 못하고 주위만 돌다 가는 경우도 있다. 뱃고동이 두 번 울린다. 이제 독도를 떠날 시간이다. 저동항에서 도동항으로 넘어간다. 울릉도 택시는 모두 SUV다. 다시 한 번 거친 섬을 실감한다. 택시 기사가 맑은 날에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고 자랑한다. 그가 말한 독도가 보이는 장소는 독도전망대케이블카다. 날씨나 일정상 독도에 가지 못할 때는 독도전망대케이블카가 차선이다. 탑승장 옆 독도박물관에 들러 독도의 역사를 살핀다. 모르고 지난 이야기가 많다. 독도에 다녀와 돌아보니 그 감동이 두 배다. 케이블카를 타면 탑승장에서 스카이라운지전망대까지 5분 걸린다. 발밑으로 독도박물관이 점점 멀어진다. 케이블카가 멈춰 서면 스카이라운지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독도까지 87.4km’라고 적힌 화살표가 보인다. 스카이라운지전망대에서 길은 시가지전망대(15분)와 해안전망대(30분)로 갈린다. 망향봉 방면의 시가지전망대를 택한다. 스카이라운지전망대에서 독도를 볼 수 없어도 후회하지 않는 건 시가지전망대 때문이다. 도동항 시가 풍경이 그림 같다. 바다를 닮은 파란색 지붕이 초록색 산의 품에 옹기종기하다.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성인봉 쪽은 산이 넘실댄다. 사람들은 울릉도 안에 이리 깊은 산이 있다는 걸 알까? 독도전망대케이블카에서 내려와 울릉읍 행남해안산책로와 서면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두고 갈등한다. 울릉읍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이긴다. 서면으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서면에도 볼거리가 참 많다. 거북바위, 사자바위, 국수바위, 투구봉 등 시선을 끄는 괴석이 연이어 나타난다. 차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일정이 여유 있다면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돌아다녀도 좋을 텐데. ‘배라도 놓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태하리에서 내려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은 304m 레일 위를 20인승 모노레일 2대가 운행한다. 최대 등판 각도 39°, 정상까지 6분 걸린다. 정상에서 울릉도항로표지관리소(태하등대)까지 10분쯤 걸어간다. 목표는 태하등대 앞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풍감 해안 풍경이다. 대풍감에서 송곳봉까지 울릉도 북부 해안이 길게 열린다. 우리나라 10대 비경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타고 내려와 버스에 오른다. 구불구불 고개를 넘으니 북면이다. 현포항과 노인봉이 제일 먼저 인사한다. 그 뒤로 추산과 송곳봉을 지나니 천부항이다. 버스는 천부항에서 모든 승객을 내려준다. 여기서 다시 나리분지와 석포, 관음도로 가는 버스를 갈아탄다. 석포 쪽은 안용복기념관이 있다. ‘민간 외교관’이라 불리는 안용복을 기린 곳이다. 그는 일본에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이라는 문서를 받아낸 인물이다. 그래서 독도 하면 안용복이다. 태하리 울릉수토역사전시관과 더불어 호국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관음도는 2012년 이전에 울릉도를 찾은 이들은 가보지 못한 섬이다. 2012년 5월에 보행연도교가 섬목과 관음도를 연결한 뒤에야 육로 여행지가 됐다. 섬은 그리 크지 않다. 천천히 억새 사이를 거닐고 동백 사이에 머문다. 울릉도에서 찬찬히 불어드는 바람이 좋다. 압권은 울릉도 북동쪽 해안선이다. 섬에서 바다 너머 보이는 울릉도는 한 폭의 산수화다. 지나온 반대편에는 선녀가 바위로 변했다는 삼선암이 바다 가운데 차례로 솟았다. 주변 풍경에 빠져 한참 시간을 잊는다. 이곳이 울릉도 도로의 끝이다. 울릉순환로(울릉도 일주도로)는 관음도 앞에서 멈추지만, 이 또한 올해가 마지막일 것이다. 2019년이면 도로가 그 너머 울릉읍까지 이어진다. 비로소 울릉도에 섬을 한 바퀴 순환하는 도로가 생긴다. 그리 되면 관음도는 울릉도에서 손꼽는 여행지로 떠오를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내 기억 속 관음도는 울릉도의 끝으로 남을 것 같다. 배가 닿는 저동항에서 가장 멀리 있는 여행지다. 길 끝의 관음도. 걸음을 돌려 관음도 밖으로 나간다. 차를 타고 저동항으로 돌아간다. 버스 안에서 배를 놓치는 상상을 한다. 마지못한 척, 어쩔 수 없이 며칠 머물며 울릉도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 주소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2길 66(울릉군청) ✔ 문의 054-791-2191(울릉군청) ✔ 홈페이지 www.ulleung.go.kr/tour (울릉군 문화관광) ✔ 식당 - 울릉약소숯불가든 : 약소구이|경북 울릉군 울릉읍 울릉순환로 556|054-791-0990, 0450 - 보배식당 : 홍합밥|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2길 45|054-791-2683 ✔ 숙소 - 대아울릉리조트 :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1길 43|054-791-8800| www.daearesort.com - 울릉마리나관광호텔 :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2길 44-28|054-791-0020~4| www.ullungmarina.co.kr ✔ 여행 팁 서울에서 강릉항이나 묵호항까지 유료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여행사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배편과 함께 예약할 수도 있다. 차량은 묵호항과 포항에서 승선이 가능하다. 비용을 고려하면 현지 렌터카가 낫다. 참고로 울릉도는 도로가 험해 모든 택시가 SUV다. 현지 교통 환경을 생각하면 대중교통이 상책이다. 시내버스로도 큰 무리는 없다. 그 외에 여행지를 돌아볼 수 있는 유료 관광버스(A·B코스)가 운행한다. ※ 위 정보는 2020년 1월에 갱신된 것입니다.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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