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 보면 ‘여기서 한번 머물러 봤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머리 위로 해가 오면 대청에 볕뉘가 들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서까래에 달이 걸치는 강릉오죽한옥마을이 그렇다. 때론 근사하고 화려한 호텔보단 소박하고 단정한 한옥에서의 하루가 번잡스러운 마음을 검소히 여며준다. 강릉오죽한옥마을은 총 서른네 동의 가옥으로 조성되었다. 최소 두 명에서 최대 여덟 명까지 머물 수 있는 객실을 두루 갖췄고, 다용도의 최고급 한옥과 안전시설, 그리고 침대를 구비한 장애인 전용가옥을 두어 ‘옳음’과 ‘친절함’을 동시에 갖췄다. 이곳의 가옥은 대개 단층이며 복층은 단 세 채다. 작은 대청이나 너른 누마루가 달린 단층 가옥은 여럿이 모여 담소를 나누기에 좋다. 어린아이들이나 연세가 지긋한 부모님과 동행하는 가족, 또는 단체석이 필요한 방객들에게 적합하다. 반대로 누마루는 없지만 층 위에서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복층 가옥은 잔잔히 여유로워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목제 계단으로 올라가서 창문을 열면 건너편의 기와지붕과 그 옆으로 꺾어지듯 솟은 소나무, 군데군데 포진한 한옥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소나무 살대를 잇대 만든 창호에선 고식(固植·곧은 의지)의 맛이 나고 그 너머 멋스럽게 휘어진 처마 끝에선 허식이 없는 한옥의 표정이 완성된다. 강릉오죽한옥마을은 중앙행정기관 등의 지원을 받아 2016년 개관했다. 후에 강릉관광개발공사가 위탁을 받고 운영해왔다. 덕분에 치안과 관리에 뛰어나다. 정문 가까이에는 스물네 시간 운영하는 사무소가 외부 출입을 통제한다. 더불어 객실 문에 이중 잠금을 장치해 닫거나 개방하는 데에 조금 불편할 정도로 안전을 중시했다. 또한 연중무휴의 시설관리로 한옥의 무구한 멋을 유지한다. 한옥이 갖는 고상함의 우선은 청결이라 믿는데, 침구와 바닥, 욕실관리에 소홀함이 없어 새것의 느낌과 견줄 정도다. 각 객실에는 일체형 에어컨과, TV, 냉장고, 커피포트 등을 구비해 현대식 편의를 더했지만 격자 문양의 탁자나 2폭 병풍, 그리고 합판을 덧씌운 외부 실외기에서 예스러움을 잃지 않으려는 고집이 보인다. 강릉오죽한옥마을의 한옥은 공용이 아닌 전부 독채로 쓰이기 때문에 안팎의 구별을 두지 않아도 문제없다. 문지방을 넘어 탁 트인 대청을 조망하고 다시 바깥으로 난 창으로 마을을 관조한다. 보통 가옥의 일부만 빌려 타인과 함께 쓰는 한옥스테이 개념과 달리 저렴한 가격으로 오롯이 한 채를 내어주는 덕분에 공간의 독립성을 꾀할 수 있는 것. 그래서인지 체험의 의미보다는 쉼의 의미가 자연히 얻어진다. 마을 중앙으로 그네를 띄우고 투호에 화살을 던지는 사람이 여럿 보인다. 부지가 넓어 전통놀이를 즐기기 좋다. 또한 다목적 동이 있어 강의나 세미나 등으로 유용하며 공동 취사시설에서는 간단한 요리도 할 수 있다. 마을 북쪽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물 밑으론 어룽거리는 잉어 떼가, 그 위로는 오리 두 마리가 여름 볕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다. 적당한 보폭으로 20분 정도면 마을을 전부 둘러볼 수 있다. 대나무를 따라 길게 이어진 박석을 걷다 보면 어느새 상념은 잦아들고 적요함은 마침내 좋은 침묵으로 이어진다. 무엇을 팔거나 사는 사람 하나 없어 마을은 온전히 집과 길로서의 의무를 다한다. 바깥의 볕을 가려 바닥에 드리워진 기와의 음영이 유독 아름다운 강릉의 어느 여름이다. Info. 업 소 명 : 강릉오죽한옥마을 주 소 : 강원도 강릉시 죽헌길 114 전화번호 : 033-655-1117~8 홈페이지 : http://ojuk.gtdc.or.kr/ 숙박요금 : 보급형 5만 원, 일반형 10만 원부터, 고급형 15만 원, 최고급형 20만 원부터, 미래형 6만5000원부터 (비성수기, 주중 기준) 100% 환불가능 날짜 : 투숙예정일 5일 전(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고) 체 크 인 : 오후 3시 체크아웃 : 오전 11시 ▶ 오죽헌 강릉 오죽헌은 강릉오죽한옥마을과 불과 10여 분 떨어진 곳으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이전 5000원 권 화폐 뒷면에 도안돼 있었고 현재는 율곡 선생이 탄생한 오죽헌 몽룡실이 앞면에 도안돼 있지만 이곳의 이름과 위치를 아는 이들은 드물다.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 건물인 오죽헌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곳으로 역사적 의미와 보존 가치가 높아 보물 제165호로 지정되었다. 매표소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율곡 이이의 동상이 보이고 신사임당의 그림 ‘초충도’를 본떠 만든 초충도 화단도 있다. 입지문을 지나면 멀리 오죽헌이 드러난다. 정문으로 올라가는 계단 건물 옆에 검은색 줄기의 대나무, 오죽(烏竹)이 자라고 있어서 오죽헌이라 이름 지었다. 강릉오죽한옥마을에서 고택 고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3139번길 24 ▶ 강릉예술창작인촌 오죽헌을 벗어나면 강릉예술창작인촌이 있다.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조성한 공예창작 공간으로서 2010년 12월에 개관했다. 3층으로 축조된 건물에선 공예작가 스무 명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눈과 마음이 즐겁다. 2층에는 동양자수박물관이 있어 한·중·일 자수를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각 모양에 다른 특색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방짜수저 전시장은 인상 깊다. 방짜수저장인 무형문화재 고 김영락 씨가 직접 나흘 동안 두드리고 펴서 만든 귀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시간이 아깝지 않다. 방짜수저장은 구리와 주석을 일정 비율로 합금한 쇠를 두드려 수저를 만드는 기능을 가진 장인을 가리킨다. 그 밖에 생활 도자기를 만드는 도예공방과 천연염색으로 옷을 짓는 수규방, 닥종이로 인형을 작업하는 닥종이연구소 등이 있어 아름답고 독특한 작품을 두루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주소 : 강원도 강릉시 죽헌길 140-12 문의 : 033-642-2210 글/사진 : 여행Q레이터 김종환 ※위 정보는 2019년 12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