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학 때 자기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통영 출신 동기가 있었다. 통영의 앞바다가 선물한 감수성이 기른 예술인들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과 지역의 애칭이 ‘동양의 나폴리’라는 얘기를 이 친구에게 들었다. 동기가 고향 얘기를 할 때면 늘 남쪽의 파도 소리가 들렸다. 통영에는 아내와 국내 배낭 여행을 할 때 처음 갔다. 지금보다 여행 정보가 귀할 때였는데, 어찌 알았는지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 내려 자연스럽게 강구안으로 향했다. 친구가 눈빛을 반짝이며 자랑하던 통영이 거기 있었다. 젊은 여행자였던 우리는 길 위에서 늘 배가 고팠다. 고맙게도 강구안 주변은 먹을거리가 넘쳤다. 그 유명한 충무김밥과 밀면, 시락국, 우짜면은 저렴한 가격에 반비례해 맛과 양만큼은 넉넉했다. 통영중앙전통시장과 항남동에서 성업 중이던 활어회집과 다찌집 앞에서는 빠듯한 여행 경비를 두고 한참 고민해야 했다. 통영 꿀빵과 꽈배기의 단맛은 강구안을 걷는 우리에게 달콤한 기운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계절 과묵해 보이던 바다와 인심 좋은 잔칫집에서 내온 것만 같은 음식이 기다리던 통영의 강구안은 이때 이후 우리 부부의 단골 여행지가 되었다. 그리고 올가을 강구안을 다시 찾았다. 열 번은 족히 갔던 여행길이다. 길 위에서 허기를 느끼기는 중년 부부 여행자도 마찬가지다. 강구안에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러 차례 온 여행지가 편한 이유는 맛집을 찾기 위해 핸드폰을 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처음 간 곳은 통영중앙전통시장 안에 있는 정화순대. 순대와 잡채, 김밥과 쫄면 등 한국인의 DNA가 흐르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처음 이 집을 찾았을 때 허름했던 내부가 몇 년 전 다시 갔을 때에는 깔끔하게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모습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주인에게 언제부터 가게를 운영했는지 슬며시 물었다. ‘40년쯤 되었나….’ 주인은 무심한 듯 답했다. 그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킨 정화순대의 고집이 새삼 고맙다. 정화순대에서는 저녁 술안주로 일품인 족발 메뉴도 판매한다. 1 강구안 주변은 군것질 천국으로도 유명하다. 그중 우리 부부 입맛엔 통영중앙전통시장 바로 옆에서 영업하는 통제영꽈배기가 최고다. 찹쌀꽈배기에 찹쌀도너츠, 공갈호떡 등 마음 같아선 한가득 사서 맛보고 싶은 것들 뿐이다. 어른 손바닥보다 더 큰 찹쌀팥도너츠 하나 사들고 바로 옆 카페에 앉았다. 커피와 함께 찹쌀팥도너츠 한입 베어 문 순간 황홀한 당 충전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었다. ‘강구(江口)’는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깊숙하게 들어온 작은 항구를 말한다. 이름처럼 강구안은 바다를 기준으로 통영 쪽으로 움품 들어간 지형이다. 조선시대부터 강구안은 군사와 상업, 해상 교통의 중심지였다. 바닷길을 통해 들어오던 배는 강구안 품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안전한 귀항을 확인했다. 그렇게 도착한 배의 선두에 뱃사람들의 가족이 내쉰 안도의 한숨이 내려앉았다. 1 강구안 뒤로 버티고 있는 동피랑과 서피랑 언덕 사이는 먼 바다까지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조선시대 중앙 정부는 이곳에 세병관을 짓고 충청과 전라, 경상의 바다를 지키는 임무를 띤 ‘삼도수군통제영’을 설치했다. 통영이라는 지역 이름이 여기서 왔다. 통제영꽈배기에서 세병관까지 가깝다. 세병관 마루 위로 신발을 벗고 올라가 볼 수 있는데, 마루 중앙 뒤쪽엔 한단 높여 임금을 향해 예를 올리던 공간이 있다. 조선의 수군이 그랬듯 세병관의 마루에 걸터 앉아 먼 바다를 살펴봤다. 1 세병관 바로 곁에 있는 태평성당은 여행 중 잠시 들러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일제강점기 후 적산가옥과 일본 사원에 들어서 있던 성당을 1969년 새로 지었다. 양옆으로 굵게 가지를 뻗은 나무와 그 사이에 설치한 성모 마리아상이 성당 입구를 지키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 빛이 떨어지는 본당 내부에 들어가 잠시 묵상하며 앉아 있었다. 1 강구안 주변을 산책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강구안 골목에 붙은 식당들이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하나둘 불빛을 밝혔다. 저녁은 다찌집에서 먹기로 했다. 남쪽 바다가 선선히 내어준 싱싱한 해산물의 총합을 한상 가득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찌’의 뜻에 대해선 몇 개의 설이 부딪힌다. 일본식 선술집 ‘다찌노미’에서 왔다는 해석과 ‘다 있지!’라는 조금 익살스런 주장이 가장 대표적인 설이다. 어원이 어디에 있든 다찌집이야말로 강구안의 저녁을 가장 사치스럽게 즐길 대표 맛집이다. 다찌집의 가격은 대개 2인 기준 8만 원 안팎이다. 제철 해산물과 기본 안주, 술이 함께 나온다. 음식 수를 세어보니 20여 개 이상이다. 상 위에 펼쳐진 해산물의 박람회랄까. 여기에 더해 술을 시원하게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채운 플라스틱 통에 술병을 담가 나오는 것도 다찌집에서만 볼 수 있는 진기한 구경거리다. 미항 도시 강구안이 차려준 저녁식사를 배불리 먹고 나오니 강구안브릿지가 화려하게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잔잔하게 남은 숙취 때문일까. 초가을 바람이 가져다준 서늘함 때문일까.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생각났다. 강구안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맛본 음식은 소머리곰탕이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밥 한 공기 듬뿍 담아 후루룩 먹었더니 속이 다 든든하다. <당일여행코스> 동피랑→중앙전통시장→윤이상기념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 세병관→박경리문학골목→서피랑→강구안브릿지 둘째날 / 해저터널→봄날의책방→전혁림미술관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UTOUR 통영관광 : https://www.utour.go.kr/utour.web ○ 문의전화 - 통영관광정보센터 055)650-2570 - 통영관광안내소 055)650-0580 - 통영중앙전통시장 055)649-5225 - 세병관 055)645-3805 - 태평성당 055)645-3336 ○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4~15회(07:00~23:00) 운행, 약 4시간 1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회(07:30~17:0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1~12회(07:20~23:3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앞에서 택시 승차 후 강구안 주변 하차, 약 5.9km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 자가운전 정보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IC에서 ‘통영, 한려해상국립공원(통영지구)’ 방면으로 602m → 미늘삼거리에서 ‘통영RCE세자트라숲, 시민문화회관, 시청’ 방면으로 좌회전 1.2km → ‘창원, 고성’ 방면으로 우회전 1.1km → 북신사거리에서 ‘중앙로’ 방면으로 좌회전 265m → 비보호 좌회전 1.2km → ‘통영해안로’ 방면으로 좌회전 → 좌회전 ○ 숙박정보 - 이타미호텔 : 경남 통영시 문화동301, 010)5752-5252, http://www.itaproject.co.kr -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 : 경남 통영시 도남로 347, 055)725-0000, https://stanford-hotel.com/tongyeong -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 : 경남 통영시 큰발개1길 33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 055)643-8000, https://www.kumhoresort.co.kr/resort/ ○ 식당정보 - 정화순대 : 순대, 잡채, 족발, 경남 통영시 중앙로 152-9, 055)644-3668 - 물보라다찌 : 물보라작은상, 물보라큰상, 경남 통영시 동충4길 48, 055)646-4884 - 산양식당 : 소머리곰탕, 막곰탕, 멍게비빔밥, 경남 통영시 강구안길 29, 055)645-2152 ○ 주변 볼거리 충렬사, 스카이라인 루지 통영, 통영시립박물관 ※ 위 정보는 2025 년 8월에 작성된 정보로 ,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 사진 ,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 글 · 사진 : 이시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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