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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맛으로 따지면 지역 중 단연 남도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그 중 목포는 남도 음식의 든든한 배경이다. 서남쪽으로 뻗은 바다는 목포의 가장 중요한 밥줄이었다. 목포는 깊고 넓은 바다 덕분에 오랜 세월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음식 문화를 형성했다. 그래서인지 오직 ‘맛’을 목적으로 목포를 찾는 이가 많다. 그들은 목포 여행으로 마음의 허기까지 달래고 돌아갈 것이다. 휴가철과 명절이면 목포시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여객터미널 주변이다. 여행지와 고향에 가려는 이들이 목포연안여객터미널과 목포항국제여객터미널을 반드시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두 터미널의 거리가 지척이라 더욱 그렇다. 사람 모이는 곳에 식당이 즐비한 건 당연한 일이다. 이런 환경 덕분에 목포연안여객터미널 주변에 자연스럽게 아구찜거리가 조성되었다. 아귀는 오랫동안 억울하게 살았다. 몸에 비해 큰 입을 벌려 먹잇감을 통째로 잡아먹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많이 먹기만 하고 게으른 사람에게 ‘먹기는 아귀같이 먹고 일은 장승같이 한다’고 타박했을까. 예전 어민들은 아귀를 재수 없는 물고기로 여겨 잡자마자 바다에 던졌다고 해서 ‘물텀벙’이라 불렀다. 이렇게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아귀가 전 국민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탈바꿈한 지 오래다. 정신이 번쩍 드는 매운맛으로 먹을 때는 연신 땀을 흘리지만, 뒷맛이 개운해서 다시 찾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귀찜의 알찬 속살과 콩나물, 미나리, 미더덕 등을 한입에 넣으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 가득 웃음을 띤다. 아귀의 쫄깃한 식감과 예상치 못한 온도 때문에 입천장이 덴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귀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유달아구탕·찜’은 목포연안여객터미널 건너편에 자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젊은 사장이 반긴다. 주문하자마자 깔리는 밑반찬에 4인용 식탁이 좁게 느껴진다. 가만 세어보니 반찬이 15가지. 가격이 만만치 않아 다른 지방에선 먹기 힘든 홍어도 반찬으로 나온다. 허기져서 편육이며 메추리알, 떡 등에 젓가락이 가지만 쉽사리 타협해선 안 된다. 배고픔을 잠깐 참고 오늘의 메인 요리를 기다려보자. 오래 지나지 않아 아귀찜이 나온다. 그릇이 넘칠 듯 아귀찜이 가득하다. 커다란 그릇이 테이블에 자리 잡기 위해 반찬들이 헤쳐 모였다. 아귀찜은 점잖게 먹기 어려운 음식이다. 맛도 그렇지만 자칫 옷에 튀기라도 하면 난감하다. 이런 수고를 감내하면서 아귀찜을 먹는 이유는 맛으로 보상받기 때문이다. 알싸하고 칼칼한 아귀찜을 먹으며 한식만큼 다양한 매운맛을 품은 음식이 어디 있을까 생각한다. 아귀찜은 게을리 먹어서도 안 된다. 아귀와 채소에 연신 양념을 듬뿍 묻히는 건 기본이다. 위아래로 몇 번 뒤집어 양념이 마르지 않게 해야 한다. 번거롭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귀찜을 즐긴다. 그릇이 바닥을 보일 때쯤 일행이 밥을 몇 공기 볶을지 묻는다. 허기는 해결했어도 고민스럽다. 여기서 멈춰도 될 것 같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귀찜 양념으로 볶은 밥의 유혹을 뿌리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항상 다 먹을 것처럼 주문했다가 결국 남기고 후회한다. 볶음밥의 자태를 보니 가득 찬 배는 금세 잊고 또 다시 식욕이 당긴다. 시각과 후각까지 압도하는 요리다. 주저하지 않고 깊이 떠 입에 넣는다. 그제야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객터미널 방향엔 정박한 배들이 느릿하게 움직이고, 입안에는 목포 바다의 거친 매운맛이 한참을 맴돈다. 유달아구탕·찜은 탕과 찜 모두 3만~6만 5000원이다. 조기와 갈치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이다. 맛, 영양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목포는 조기와 갈치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빠지지 않던 생선이 조기다. 목포에서 잡히는 참조기는 맛이 좋아 인기가 많다. 구이나 매운탕 등으로 먹는 조기는 소화가 잘되고, 기운이 나도록 돕는 식재료다. 날것은 맛이 덜해서 회는 잘 먹지 않는다. 얼큰하게 맛을 낸 조기매운탕은 쌀쌀한 가을날 빈속을 채우기에 좋다. 목포 인근에서는 먹갈치가 잡힌다.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은갈치와 잡는 방법이 달라 비늘 색깔이 다를 뿐, 같은 갈치다. 목포에서는 갈치를 그물로 잡기 때문에 은색 비늘이 벗겨져 색깔이 거뭇해지는 것이다. 먹음직스럽게 두툼한 갈치는 ‘목포 5미(味)’로 선정된 대표 음식이다. 생선을 주재료로 한 음식은 조리 과정이 번거롭다. 손질할 때 비린내를 감수해야 하고, 내장을 깨끗이 없애야 한다. 무엇보다 특유의 냄새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맛보는 이의 기쁨만큼 만드는 이의 고된 노동이 필수인 식재료가 바로 생선이다. ‘맛길’은 여객터미널 주변에서 이렇듯 조리 과정이 번거로운 생선 요리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갈치구이와 조기매운탕이 대표 메뉴로, 각종 생선회와 장어탕도 판매한다. 맛길의 자랑은 식재료에 대한 믿음이다. 이곳 주인은 식당을 운영하는 선주다.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의 주재료인 생선을 잡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게 일과가 된 지 오래다. 이렇게 잡은 생선으로 요리한 음식이니 맛과 선도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굵은 참조기로 끓인 매운탕은 깊은 맛을 낸다. 갈치구이 한 점 뚝 떼어 따끈한 밥에 얹어 먹으면 직접 잡은 생선으로 요리하는 주인의 고집이 고마울 따름이다. 무엇을 주문할까 고민이라면 맛길정식이 좋다. 조기매운탕과 갈치구이, 각종 해산물 반찬까지 이 집의 대표 음식을 한 번에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맛길정식 1만 원, 조기매운탕 5만 원, 갈치구이(1인분 기준) 2만 원, 각종 생선회는 4만~7만 원이다. 식사도 마쳤으니 주변 풍경을 둘러볼 차례다. 목포연안여객터미널 주변에는 볼거리가 많다. 그중 삼학도에는 목포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가수가 잠든 곳이 있다. ‘목포의 눈물’을 불러 당대 최고 인기를 끈 가수 이난영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난영공원이다. 삼학도 입구에서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난영공원이 나온다. 이난영의 유해를 수목장하고 노래비를 세운 곳이다. 1965년 세상을 뜬 이난영의 유해는 파주에 안장돼 수십 년 동안 타향에 잠들었다가, 지난 2006년 이곳으로 이장됐다. 이난영은 노래 실력이 뛰어나서 어린 나이에 데뷔했다. 처음에는 극장 소속 가수로 활동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문일석이 작사하고 손목인이 작곡한 ‘목포의 눈물’을 불러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이 곡은 이난영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 덕분에 목포 시민의 설움을 달래주고, 저항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목포 시민은 물론, 호남인이 응원가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난영공원 노래비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조명암이 작사하고 이봉룡이 작곡한 이난영의 또 다른 대표곡 ‘목포는 항구다’를 들을 수 있다. 유달아구탕·찜 주소 :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201 성진드림상가 문의 : 061-242-1535 맛길 주소 :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동1가 8 문의 : 061-242-5161 난영공원 주소 :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로92번길 문의 : 061-270-8430(목포시청 관광과) 1.주변 여행지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로92번길 68 / 061-245-5660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로92번길 98 / 061-242-6359 삼학도 : 전라남도 목포시 삼학로92번길 일원 / 061-270-8430(목포시청 관광과) 2.숙소 마리나베이호텔 :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249 / 061-247-9900 http://marinabayhotel.co.kr/ 신안비치호텔 : 전라남도 목포시 해안로 2 / 061-243-3399 http://www.shinanbeachhotel.com/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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