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푹~ 쉬고 싶다.’ 팍팍한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푸념소리다.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문화·예술·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100년의 기다림 끝에 이방인의 땅에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부산시민공원’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이 빼앗겼을 때 부산 범전동 일대는 승마장과 군속훈련장으로 변했다. 1945년 광복이후에도 이곳은 여전히 우리 땅이 아니었다. 주한미군 부산기지 사령부인 캠프 하야리아가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범전동 일대 530,799㎡ 부지는 대한민국 국민이 밟지 못하는 이방인의 땅이었다. 100년이 지난 2010년 비로소 캠프 하야리아의 땅이 우리 품으로 되돌아왔다. 부산광역시는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곳을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시공원으로 탈바꿈할 계획을 가지고 본격적인 공원화 작업에 착수했다. 4년의 시간 뒤 2014년 5월 1일 ‘비옥하고 풍족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쌓이는 충적지’라는 기본구상 아래 ‘기억, 문화, 참여, 자연, 즐거움’이라는 5가지 주제를 담은 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공원이 워낙 넓어서 대충 훑어만 봐도 최소한 2시간 이상을 예상해야 한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방문자센터에서 공원안내지도를 받아서 돌아보는 게 효과적이다. 방문자센터는 남1문과 남2문 사이 거울연못에 위치하고 있다. 부전천에서 동쪽방향으로 공원역사관이 있다. 1949년 무렵 지어진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캠프 하야리아 설치 이후 장교클럽으로 이용되었다. 오페라 <나비부인>에 등장하는 장교클럽을 상상하며 안으로 들어서니 그야말로 장교들만을 위해 구별된 공간이다. 제1전시실에는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 경마장, 군속훈련소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제2, 제3전시실에는 광복 후 미군부대 주둔시절의 모습과 캠프 하야리아 부대 남쪽에 있던 ‘범전동 본동’에 대한 기록이 전시 중이다. 범전동 본동은 원래 농사가 주업이었으나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상권이 형성되었고 미군을 상대하는 노점상, 술집, 양복점 등이 들어서면서 1980년대 후반까지 호황을 누렸다. 지금은 공원부지에 편입되어 마을의 흔적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관을 나서면 미군부대 주둔기 당시 사용하던 목재 전신주 46개가 ‘기억의 기둥’이란 제목으로 설치되어 있다. 오랜 시간 비바람이 채색한 어두운 갈색과 나무의 질감이 인상적이다. 눈길을 발아래에 두면 역사의 길이 롤 필름처럼 이어진다. 연도순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밟고 걸어가다 보면 나의 발걸음이 역사와 함께하는 느낌이다. 문화예술촌은 캠프 하야리아의 하사관 숙소를 리모델링했다. 감천문화마을 총미술감독이었던 진영섭 작가의 금속공방에서는 주말 오전 10시, 오후 1시에 벽걸이, 물고기 등을 만들어 보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개별 희망자는 사전문의 필수. 채경혜 판화공방에서도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체험을 진행한다. 일반병사들의 막사를 리모델링한 공간은 안전지킴센터로 활용된다. 119구급대원들이 상주하며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시켜준다. 재미삼아 교육에 참여했다가 생사를 결정하는 귀중한 순간이라는 말에 체험객의 표정이 진지해진다. 뽀로로 캐릭터가 있는 도서관에 도착하면 아이들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뽀로로가 나오는 영상까지 상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모른다. 높이 1.5m의 애기동백 2천400여 그루가 미로처럼 빽빽하게 심겨있는 미로정원도 재밌다. 동백꽃이 피는 이른 봄에는 향기가 가득하겠고, 처연한 모습으로 툭 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의 애잔함도 느낄 수 있겠다. 하야리아 잔디광장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자연과 참여의 장이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대표적으로 동화에 나오는 숲 속 나무그늘 아래 오두막을 모티프한 자연체험놀이터와 감성발달그루터기, 에어바운스 등이 있다. 부산의 상징인 바다와 백사장을 연상시키는 도심백사장은 다른 곳에서 흉내 내기 어려운 특별한 공간이다. 합천 황강에서 공수한 모래가 찬란한 햇빛과 함께 보석처럼 부서진다. 본격적인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238개의 노즐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와 음악이 어우러진다. 숲길을 산책하고 싶다면 자연의 숲길을 찾아보자. 631그루의 소나무와 숲 속 북카페, 시민사랑채, 전포천, 기억의 숲에 이르는 가장 긴 숲길이다. 시민들의 참여로 조성된 참여의 숲길에는 후박나무, 산사나무, 메타세쿼이아 등이 식재되었다. 남4문 앞에는 한 아름이 넘는 플라타너스 90여 그루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 하늘을 덮을 만큼 잎이 무성하다. 캠프 하야리아에서 수십 년 동안 공생하던 나무들을 이곳에 옮겨 심었다. 나무 아래에는 쉼터가 조성되어 있어 피크닉 나온 가족들이 즐겨 사용한다. 7월부터는 시민참여 공연·행사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어 가족 나들이를 계획하면 더욱 좋겠다. 한편, 2014년 6월 도심광장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송상현광장이 문을 열었다. 서면에서 부산시시청 방향으로 이어지는 삼전교차로에서 송공삼거리까지 약 34,740㎡ 규모다. 야외공연장, 카페 등이 있는 문화마당과 잔디마당에서 거리응원과 축제 등을 할 수 있는 다이내믹부산마당, 역사의 숲과 바닥 분수가 있는 역사마당으로 조성됐다. 송상현 장군(1551~1592)은 임진왜란 당시 동래부사로 결사항전 끝에 순국한 인물이다. 부산시민공원 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시민공원로 73 (범전동) 문의 : 051-850-6011 송상현광장 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동성로 112번길 121-1 문의 : 051-441-3121 기타정보 부산광역시 홈페이지 http://www.busan.go.kr/ 1.주변 음식점 이모산곰장어 : 곰장어 연탄석쇠구이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로 177 / 051-803-6220 춘하추동밀면 : 밀면, 비빔면/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48-1 / 051-809-8659 삼부식당 : 낙지볶음, 낙지불고기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암1동 38-5 / 051-809-8778 2.숙소 부산롯데호텔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가야대로 772 / 051-810-1000 http://www.lottehotel.com/busan/ko/ V모텔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문화로 30-8 / 051-819-6034 엔젤호텔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중앙대로692번길 46-7 / 051-802-8223 http://www.angelhotel.co.kr/ 글, 사진 : 임운석(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4년 10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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