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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에 문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오래되지 않았지만 충실한 내용 덕분에 금세 자리를 잡았다. 근대 역사의 아픔이 느껴지는 미곡창고와 최첨단 방송설비가 갖춰진 미디어문화센터가 서천에 자리하다니, 그 묘한 대조에 호기심이 절로 인다. 이제 문화를 느끼기 위해 서천으로 떠나도 좋겠다. 수탈의 현장에 문화라는 씨를 뿌렸다. 장항미곡창고 자리에 만든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창고는 1936년 일본체재 아래 지어졌다. 지금의 서천군 장항읍 인근에서 강제로 뺏은 쌀을 보관할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잠시 보관한 많은 양의 쌀은 일본으로 향했다. 가깝게 있던 장항항은 일본으로 건너가기 위한 출입구 구실을 했다. 장항미곡창고는 일제가 조선 농민을 탄압한 현장이다. 창고를 향한 조선인의 애끓는 한숨과 분노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없애지 않고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았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이 탄생한 배경이다. 지난 2014년 등록문화재 591호로 지정된 건물에는 그 전부터 문화 공간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2012년 열린 ‘선셋장항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장항미곡창고와 어망공장, 금강중공업창고 등에서 공장 미술제, 음악 축제, 미디어 아트 스쿨, 뮤직 퍼포먼스 쇼 등이 펼쳐졌다. 서해에 위치한 서천군의 특성을 살려 ‘선셋(sunset)’을 주제로 개최한 축제다. 조용하던 지방 도시에 150명이 넘는 아티스트와 수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불모지에 밀알이 떨어지듯 서천에 문화라는 싹이 움트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축제의 성과를 흘려보내기 아까운 이들이 마음을 모아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을 만들었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은 극장, 전시실, 공방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미곡창고로 쓰일 때 모습을 크게 해치지 않고 지역의 문화를 살찌울 수 있도록 공간을 지혜롭게 활용한 결과다. 실내에 들어서면 창고로 사용할 때부터 있던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 구조물이 눈에 띈다. 그 사이에 철제 빔이 천장을 이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 리모델링의 결과다. 양옆 기둥에는 날짜를 표시하는 숫자가 새겨졌다. ‘1980. 12. 09’ ‘1959. 12. 12’ 이런 식이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 이애숙 대표가 숫자의 의미를 설명한다. “2012년 공장 미술제에 참가한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예요. 길을 오가는 서천·장항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날을 묻고 저렇게 기록한 거죠. 수많은 날 중 하루지만 그분들에게는 특별한 날입니다.” 무심히 보내는 오늘이 어떤 이에게는 특별한 하루가 되기도 한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의 기본 정신과 같은 퍼포먼스다. 날짜 퍼포먼스가 자리한 곳은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의 중앙에 해당하는 극장이다. 낮은 무대와 가지런히 놓인 의자가 전부라,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 경계가 없으니 출연자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공연하는 이의 숨소리도, 객석에 앉은 사람의 반응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출연자와 관객이 공연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다. 지역에 문화를 뿌리내리려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이만한 극장이 없다. 극장에서는 둘째·넷째 금요일과 토요일 인형극 <새와 소년>이 공연된다. 그 외 주말에는 특별 공연을 기획 중이다. 극장을 중심으로 양옆은 전시실과 공방이다. 전시실은 주로 주민의 작품을 전시·관람하는 공간이다. 2015년 11월 현재 <발달장애 청소년의 가슴에서 캐낸 보석> 전시회가 열리며, 11월 말부터 <SAME ROOM 그룹 초대전 : 멀리 가려면 혼자>를 시작한다. 공방에서는 주민을 상대로 목공예와 가죽공예 수업을 진행한다.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 생활용품을 직접 만드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단체 방문자는 미리 신청하면 공방에서 도자기 페인팅 체험을 할 수 있다. 직접 그린 도자기 작품은 서천 여행의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공예 수업 외에 요일별로 현악기, 크로마하프 강습도 진행한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은 해마다 축제를 연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선셋페스타’(10월 9~10일)다. 누에보플라멩코컴퍼니가 스페인 전통 춤 플라멩코 공연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장항 읍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선셋과 장항을 주제로 그림을 공모해 전시했다. 주말 프리마켓과 거대 인형 제작 퍼포먼스, 창작 인형극 <창고모탱이>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축제 기간 중 가장 인기를 끈 행사는 캐나다 연주 팀 레몬 버킷과 드로잉 아티스트 김묵원 작가의 협업 공연이다. 김묵원 작가가 레몬 버킷의 연주에 맞춰 대형 스크린에 그림을 그린 퍼포먼스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행사에 축제를 찾은 많은 이들이 관심을 쏟았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 먹물이 번지거나 스며드는 모습이 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디어센터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영상과 음향 장비를 제공하고, 미디어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곳이다. 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지역 주민이 참여해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목표다.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소풍+’도 이런 목적으로 시작했다. 대도시를 제외하고 지역에서 운영하는 미디어센터 중 최고 시설과 장비를 갖췄다. 3층 건물에는 라디오와 TV 방송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장비가 고루 마련되었다. 1층은 라디오 스튜디오 4개가 있는 소리 공간이다. 메인 스튜디오 앞에는 주조정실도 있다. 2층은 영상을 녹화하는 촬영 스튜디오와 녹음실이다. 주민과 방문객을 상대로 교육하는 컴퓨터실, 공부방, 세미나실, 사진 스튜디오도 있다. 사무 공간으로 쓰이는 3층에는 영상과 음향 작업이 가능한 편집실을 두었다. 소풍+의 자랑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1층과 3층에 극장 3개 관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영화 <해적> <변호인> <비긴 어게인> 등을 상영해 주민의 호응을 얻었다. 앞으로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를 상영하는 개봉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소풍+는 주민과 전문 DJ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방송 중이다. 아직 정식 전파를 얻지 못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컴퓨터에서 인터넷으로 들어야 하지만, 지역 언론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공동체 미디어로서 제대로 활용하기 시작한 건 청소년이다. 현재 장항중·고등학생들이 <1318 라디오는 내 친구!>를 진행한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DJ 학생들이 친구 4명을 게스트로 데려온 적이 있다. 소풍+ 직원이 누군지 물으니 총학생회 선거에 나선 후보라는 답이 돌아왔다. DJ 학생들은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총학생회장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을 묻고 토론했다. 스마트폰으로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방송을 듣는 학생들의 질문도 받았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학생들 스스로 방송을 이용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학생들이 무척 기특했지요.” 학생들의 사례를 들려주던 소풍+ 허훈 실장은 그때의 경험이 신기했는지 상기된 표정이다. 학생 DJ의 다음 주 게스트는 당연히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친구였다. 진지한 당선 수락 연설이 나갔으리라.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과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소풍+는 서천 문화의 바탕으로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다. 서천으로 문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산로 323 -문의 : 041-956-3161 서천군미디어문화센터 소풍+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항로145번길 30 -문의 : 041-956-7936 http://mediasp.kr/web/home 국립생태원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문의 : 041-950-530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산로101번길 75 -문의 : 041-950-0600 http://www.mabik.re.kr/main.do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주소 : 충청남도 서천군 마서면 장산로 916 -문의 : 041-956-4002 주변 음식점 -바다회집 : 복탕, 복찜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산로 609 / 041-956-7932 -다정다반 : 한정식(자연밥상) / 충청남도 서천군 종천면 산천길106번길 15 / 041-953-9705 -고수록 : 고수록정식·모시떡·장아찌 / 충청남도 서천군 비인면 서인로1117번길 1 / 041-952-1928 숙소 -서천비치텔 : 충청남도 서천군 서면 서인로 288-11 / 041-952-9566 -희리산해송자연휴양림 : 충청남도 서천군 종천면 희리산길 206 / 041-953-2230 -서천유스호스텔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항산단로34번길 72-40 / 041-956-0003 http://www.scyouthtel.or.kr/ -휴리조트펜션 : 충청남도 서천군 장항읍 장항산단로34번길 76-28 / 070-8887-2222 글, 사진 : 이시우(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4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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