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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밤 풍경이 낮 풍경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대전과 울산을 주목하자. 낮 동안 내리쬐는 뙤약볕에 시들해 보였을 가로수나 들꽃, 더위에 지쳐 생기 잃은 사람들의 표정도 밤이 되면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한 층 내려앉은 열기와 하나 둘 켜지는 은은한 조명에 지친 심신도 회복되는 것 아닐까. 대전과 울산에는 여름밤을 각기 다른 분위기로 물들인 야경이 숨어 있다. 동네 뒷산이 주는 멋진 도심 야경, 삶의 일터를 가만히 품어주는 은은한 바다의 야경.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두 지역의 야행을 소개한다. 대전 야경의 핵심은 도심의 불빛이다. 화려한 도시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장소는 대동하늘공원. 대전시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동네인 대동벽화마을에서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위치해있는 전망대다. 공원을 전망대라 부르는 이유는 풍광 때문이다. 공원에 서면 동북쪽 계족산 끝자락과 남서쪽 보문산 자락까지 대전의 도심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작은 공원이 광활한 풍광을 지닌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대동하늘공원이 북적대는 시간은 해가 질 무렵이다. 일몰을 보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저마다 카메라를 쥔 손은 쉴 새 없이 셔터를 누른다. 하늘은 기다렸다는 듯 파란 하늘에 서서히 붉은 빛을 보듬다 이내 황금빛으로 변한다. 그 뒤에 밀려오는 잔잔한 어둠. 그 끝물 같은 위로감에 자연히 마음이 평온해진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대전 도심은 하나 둘 켜진 불빛으로 밝게 빛난다. 조명이 주는 빛의 원근감이라고나 할까, 지척에는 달동네 곁을 지키는 가로수의 노란 등불이 드문드문 빛을 발한다. 모습이 육십 촉짜리 불투명 알전구 마냥 은은하다. 시선을 멀리두면 수많은 빌딩이 내뿜는 백색의 조명 빛이 앞 다퉈 섞이며 도심을 휘감는다. 점점 절정으로 치닫는 폭죽의 향연처럼 휘황찬란하다. 도심의 야경도 일품이지만 공원 내 가장 멋스러운 빛을 발하는 것은 풍차다. 색색의 종이를 찢어 붙인 듯 조그만 타일을 덧댄 풍차의 외벽은 강한 조명이 비춰 밤에 그 알록달록함을 더 한다. 풍차를 배경으로 서 포즈를 취한 다면 생에 없을 인생샷을 남길지도 모른다. 반면 풍차 내부 벽은 사람들이 써내려간 사랑의 글귀로 조금은 지저분할 정도다. 연인들의 낭만적인 장소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까. 실제로 밖으로 난 틈서리로 보이는 시내 조망은 더 없이 아늑하여 괜스레 애틋한 감정마저 솟는다. 야경을 보기엔 조금 이른 시간에 대동하늘공원에 도착했다면 공원 아래 대동벽화마을을 둘러보자. 골목 어디선가 “철수야, 영희야 밥 먹으렴.” 이라는 소리가 귓전에 울릴 것만 같은 작은 동네에는 담벼락 곳곳 아기자기한 벽화가 새겨져 있다. 6·25 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모여 터를 이룬 마을은 달동네라는 낙후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2008년 무지개 프로젝트 일환으로 담장에 벽화를 그렸다. 전쟁을 피해 떠나는 피란민의 행렬, 알록달록한 얼룩말, 장화를 신고 걷는 아이들의 모습 등의 그림과 ‘마음 밭에 사랑을 심는다’,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따듯하고 뭉클한 글귀 등은 마을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좋지만 주택 밀집 지역이니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조용히 둘러보아야 한다. 대동하늘공원에서 대전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면,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스카이로드에서는 화려한 야경을 올려다보게 된다. 스카이로드는 으능정이거리에 조성된 길이 214m, 너비 13.3m, 높이 20m 규모의 초대형 영상아케이드 구조물이다. 초대형 스크린에서 내뿜는 오색찬란한 빛과 여러 건물에 달린 색색의 네온사인의 불빛은 밤인데 밤이 아닌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거리 곳곳을 환하게 비춘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설치된 LED창의 다채로운 영상 또한 볼만하다.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에어쇼가 펼쳐지거나 산호초와 물고들이 돌아다니기도 하며, 아이들의 아기자기한 그림이 전시되기도 한다. 거리를 거니는 시민들의 모습도 간간히 영상에 비춰 걷는 내내 재미가 쏠쏠하다. 4~9월은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10~3월은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 영상이 펼쳐진다. 울산 야경의 중심에는 바다가 있다. 오색의 불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퍼질 때 화려함이 로맨틱한 것으로 화한다. 울산의 바다 야경을 보기 좋은 곳이 울산대교 전망대다. 2015년 6월 울산대교 개통과 함께 문을 열었다. 전망대가 생기면서 울산은 아름다운 야경이라는 새로운 랜드마크를 얻었다. 화정산 정상(해발 140m)부에 세워진 높이 63m의 전망대에 올라서면 울산대교는 물론 울산의 3대 산업인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산업 그리고 망망대해까지 훤히 조망 할 수 있다. 해가 지면 정적인 불빛이 켜지는 도시들과 달리, 울산에서는 새로운 조명과 동시에 또 다른 움직임이 시작된다. 울산바다와 산업단지다. 바다는 밤낮없이 넘실거리고 정유공장과 조선소, 선박의 작업은 야간에도 계속 된다.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어둠을 비추는 한줄기 빛 그리고 푸른색이 감도는 바다가 섞여 야경이 경이로울 정도다. 울산바다를 가운데에 두고 양쪽 끝에는 수출 산업의 기지인 울산항이, 가까이에는 미포조선소가, 울산대교 너머로는 석유화학공업단지가 하염없이 빛을 발한다. 바삐 움직이는 조명들을 까만 바다가 소리 없이 품어주는 밤이 울산의 야경이다. 울산대교 전망대와 달리 울주군 서생면 진하와 온산읍 가양을 잇는 명선교는 바다 옆에서 밤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다리는 회야강 하류, 바다와 맞닿는 곳에 시원하게 뻗어 있다. 인도교여서 차가 다니지 않고 엘리베이터와 완만한 경사의 타원형 계단이 있어 누구나 쉽게 올라서 한가로이 야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명선교에 올라서면 강을 따라 바삐 움직이는 고깃배들과 바다 위의 섬 명선도, 그리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진 진하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선교의 야경은 여러 물감이 섞여 조화를 이룬 한 점 명화처럼 특별하다. 다리에 설치된 수 백 개의 조명, 회야강을 따라 길게 늘어선 가로등불, 크고 작은 선박들의 명멸하는 불빛, 포구 앞 동네 할머니가 운영하는 간이식당의 은은한 조명까지 푸른빛을 품은 바다와 여러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오색찬란한 빛이 감돈다. 대동하늘공원 주소 : 대전광역시 동구 동대전로110번길 182 문의 : 042-251-6672,6675(동구청 관광문화체육과 관광기획팀) 으능정이 스카이로드 주소 :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70 이용시간 : 하절기(04월~09월)19:00~23:00, 동절기(10월~03월)18:00~22:00, 월요일 휴무 문의 : 042-252-7100(스카이로드) 울산대교전망대 주소 : 동구 봉수로 155-1 이용시간 : 09:00~21:00,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 설·추석 당일 휴무 문의 : 052-209-3345 명선교 주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 문의 : 052-204-0333(울주군 문화관광과) 글 : 김종환(여행작가) 사진 : 김종환(여행작가), 오주환(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9년 11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텍스트, 사진, 동영상 등의 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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