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바다와 계곡만이 여름을 나는 길은 아니다. 내륙에서도 시원한 하루를 누릴 수 있다. 우거진 숲에서 첫걸음을 떼고 서늘한 실내에서 역사를 마주하며 왕버들 드리운 수변에서 하루를 거둔다. 뜨거운 여름날, 경산시를 시원하게 즐길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 경산 여행 추천코스 ★ - 경산 치유의 숲: 몸과 마음을 다독이는 도심 속 산림 치유 공간 - 임당유적전시관: 임당고분군 출토 유물과 함께 압독국의 역사·문화를 만나는 전시관 - 삼성현 역사문화관: 원효·설총·일연 세 성현의 생애와 업적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박물관 - 반곡지: 왕버들이 늘어선 걷기 좋은 저수지 여행의 첫걸음은 도심 속 숲이다. 백자산 자락에 들어선 '경산 치유의 숲'은 시내와 가까워 부담 없이 닿을 수 있는 산림 치유 공간이다. 치유센터를 중심으로 물 치유장, 힐링가든, 풍욕장, 명상장, 숲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본격적인 여정은 숲의 중심에 자리한 치유센터에서 시작된다. 아이부터 어른,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 건강측정실에서 몸 상태를 살핀 뒤 싱잉볼의 맑은 울림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족욕과 건식 반신욕을 하며 따뜻한 온기로 굳은 몸을 녹여내고 땀을 흘린다. 몸속 깊은 곳에 쌓인 열기마저 빠져나가는 듯하다. 이열치열, 뜨거움으로 여름의 열기를 다스리는 개운한 순간이다. 두 시간 남짓, 온가족이 온전히 숲에 몸을 맡겨본다. 치유센터 밖으로는 체력에 맞춰 걷기 좋은 숲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소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그늘 속으로 걸음을 옮긴다. 바람결에 묻어나는 짙은 솔향을 맡고 호흡하며 오르다 보면,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함께 분주했던 일상도 저만치 물러난다. 숲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사계절 다채로운 야생화와 정성 어린 조경이 어우러진 힐링가든에는 푹신한 야자매트 산책로와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운치 있는 원두막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머무는 재미를 더한다. 정원을 지나 오감치유길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면 숲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풍욕장에 다다르게 된다. 풍욕장은 나무가 뿜어내는 천연 피톤치드와 정화된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야외 치유 공간으로, 울창한 숲 그늘 아래 편안한 목재 평상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평상에 가만히 누워 새소리와 바람결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속도가 한결 느려진다. 무엇을 더 하지 않아도, 숲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곧 치유다. 경산 치유의 숲 -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백천길 107-55 - 운영 시간: 09:00~18: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휴무 - 이용 요금: 개인 5,000원, 단체 4,000원, 감경대상자 2,500원 - 문의: 053-810-5229 임당유적전시관은 경산 임당동·조영동 고분군 곁에 자리한다. 지붕에 잔디를 얹고 낮게 엎드린 건물은 고분군과 자연스레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고대 경산 땅에서 400년 넘게 둥지를 틀었던 고대 진한의 소국인 '압독국'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낮의 열기를 피해 로비에 들어서면, 1·2층을 아우르는 거대한 미디어아트월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당유적의 사계와 발굴의 순간이 흐르고, 황금빛 금동관이 빛의 알갱이와 함께 흩날린다. 2000년 전 압독국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반 고흐와 클림트 등 친숙한 명화까지 벽면 가득 생동감 있게 펼쳐져 시원하게 쉬어가기 제격이다. 1층 임당유적실은 출토 유물을 통해 압독 사람들의 삶을 증명하는 공간이다. 오랜 세월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압독국은 1982년 임당동 고분의 도굴품 밀반출 사건을 계기로 세상에 처음 실체를 드러냈다. 전시실 내 실물 크기로 재현된 두 기의 고분은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어,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그 속을 보여준다. 돌을 쌓아 올린 형태와 땅을 파 유물과 함께 묻은 형태를 비교해 볼 수 있으며, 부장품인 토기와 장신구도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특히 무덤에서 가신이나 노비를 함께 묻었던 순장의 흔적이 고스란히 발견되어 고대 압독국의 엄격했던 신분 사회 구조와 장례 문화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무덤 주인공의 일대기를 그린 실감영상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역사를 쉽게 풀어낸다. 2층 자연유물실은 생생한 체험 공간이다. 임당유적이 한국 고고학계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화려한 보물뿐만 아니라 고대인들의 삶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유기물 자료가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단일 유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350여 개체에 이르는 고대인의 뼈와 동물 뼈, 패각류 등이 발굴되었다. 고대인 뼈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부학적 복원을 거쳐 정교하게 되살린 압독 사람들의 실제 얼굴과 마주할 수 있다. 여기에 그들이 앓았던 충치나 퇴행성 질환까지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무덤에서 함께 출토된 꿩, 상어 뼈, 복숭아씨 등을 통해 오래 전 경산 땅에 살았던 사람들의 풍요로운 식문화까지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고대 임당 사람들의 삶을 재현한 영상을 시청한 뒤, 편한 의자와 책이 놓인 아늑한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임당유적전시관 -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청운2로 29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0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무 - 문의: 053-804-7337 이제 경산이 낳은 세 성현인 원효와 설총, 일연을 만날 차례다. 삼성현 역사문화관은 이들의 생애와 업적을 차분히 짚어보는 공간이다. 문화관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세 성현을 떠올리게 하는 ‘삼국유사’와 염주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한국 불교를 대중화한 원효, 이두를 집대성한 설총, 삼국유사로 민족의 주체적 역사관을 세운 일연의 발자취를 차례로 따른다. 특히 시선을 끄는 곳은 원효실과 일연실이다. 원효실은 영상을 통해 그의 대중 불교 사상을 전하고, 일연실은 단군신화 속 곰과 호랑이 조형물, 천장까지 솟은 황룡사 9층 목탑 모형으로 발길을 멈춰 세운다. 교과서 속 이야기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다. 지팡이를 쥔 원효대사 동상 뒤편에는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이 자리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동굴처럼 어둡고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어둠 속에서 원효가 해골물을 들이켜는 장면이 눈앞에 떠오른다.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그 순간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깨달음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실내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야외에도 즐길 거리가 기다린다. 경사면을 따라 시원하게 미끄러지는 레일썰매장,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중앙광장의 바닥 분수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곳곳에 그늘막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이 온종일 머물기에도 손색이 없다. 여행 TIP 일부 시설(원효대사 깨달음 체험관, 레일썰매장)은 12:00~13:00에 운영하지 않는다. 바닥 분수는 5~9월 동안 평일 11시와 14시, 주말 11시~17시에 매시간 30여 분씩 가동한다. 삼성현 역사문화관 -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삼성현공원로 59 - 운영 시간: 09:00~18:00 (입장 마감 17:30)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당일 휴무 ※ 공원 상시 개방 - 문의: 053-804-7333 반곡지는 본래 남산면 일대 복숭아밭을 적시던 농업용 저수지다. 기록상 1903년에 조성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둑을 지키는 왕버들 군락은 수령이 200년을 넘어 저수지보다 나이가 많다. 이에 기존의 작은 못을 크게 넓힌 때를 조성 시기로 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못을 품고 도는 산책로는 20분이면 넉넉하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숲으로 이어지는 고즈넉한 오솔길, 풍경을 내려다보는 수변 카페까지, 반곡지는 경산 여행의 마무리로 삼기 좋다. 탁 트인 못의 전경을 눈에 담으며 얕은 언덕을 넘는 오솔길로 접어든다. 비탈을 내려와 마주하는 곳은 울창한 왕버들 군락이다. 200년 넘은 고목들은 곧게 뻗는 대신 물가를 향해 몸을 뉘었다. 가지를 수면 가까이 길게 늘어뜨려, 바람이 멎으면 물에 비친 그림자와 겹쳐지며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그늘 짙은 길에서는 누구든 걸음이 느려진다. 시원한 숲길을 빠져나와 찻길과 나란히 놓인 반듯한 나무 보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온다. 반곡지의 수면은 계절의 색을 고스란히 머금는다. 봄에는 신록과 복사꽃이,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내려앉는다. 가을의 단풍과 겨울 설경 또한 수면에 있는 그대로 담긴다. 도심 속 숲에서 시작해 고대 경산의 역사와 세 성현의 자취를 거쳐, 다시 고요한 물가에 멈춘 걸음. 뜨겁지만 시원했던 경산에서의 하루가 차분히 저문다. 반곡지 - 주소: 경상북도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 246 - 문의: 053-810-5364 | 글, 사진: 김덕식 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26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기사에 사용된 글, 사진은 한국관광공사가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사의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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